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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촛불 1년, 송기인 신부의 조언...“오른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국민, 왼쪽도 국민, 그걸 다 안고가는 게 정부”

중앙일보 2017.10.27 12:37
송기인 신부는 2005년 사목 일선에서 은퇴한 뒤 경남 밀양에 살고 있다 [중앙포토]

송기인 신부는 2005년 사목 일선에서 은퇴한 뒤 경남 밀양에 살고 있다 [중앙포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시작된 촛불 집회가 29일로 1년을 맞는다. 연인원 1700만 명이 든 촛불은 대통령의 탄핵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촛불 1년의 의미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모두 멘토로 여기는 송기인(79) 신부에게 물었다.  

 
송 신부는 ‘촛불 1년의 의미를 평가해달라’는 말에 “오른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왼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국민”이라며 “그걸 다 안고 가는 게 정부”라고 말했다. 적폐청산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놓곤 “적폐를 쌓았던 사람들은 자숙하는 게 도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기인 신부는 지난 11일 경남 밀양 사제관에서 기자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남의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2007년 12월 6일 송 신부, 노무현 전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왼쪽부터)이 청와대에서 열린 과거사위원회 위원 간담회장으로 가고 있다. [중앙포토]

송기인 신부는 지난 11일 경남 밀양 사제관에서 기자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남의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2007년 12월 6일 송 신부, 노무현 전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왼쪽부터)이 청와대에서 열린 과거사위원회 위원 간담회장으로 가고 있다. [중앙포토]

송 신부는 2005년 12월 사목(司牧)  일선에서 은퇴한 후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마을에 살고 있다. 그는 부산 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지금도 문 대통령은 물론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그의 모친인 강한옥(90) 여사와도 가깝게 지내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건강은 어떠신지  
 “하하, 요즘은 시골에서 그냥 뒷방 늙은이로 살고 있다.”
 
 
Q, 정권을 바꾼 촛불집회가 있은 지 1년이 됐다.  
“이게 어떤 세력이 하자고 밀어붙여서 된 게 아니고. 국민 각자가 스스로 자원해서 한 거다. 누가 요청했다거나 유혹을 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모든 국민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촛불에 참여했다는 거다.”
 
Q. 촛불에 담긴 의미는
“초는 밀로 만든 것이다. 밀과 실은 서로 다른 건데 이질적인 둘을 합쳐서 불을 켜고 어둠을 밝힐 수 있다. 종교에서 촛불을 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자신을 불살라서 남을 밝히는 취지다. 시민들이 촛불을 든 것도 사회를 바꾸자는 거였다. 비폭력적인 촛불로 세상을 밝혔던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한 고비를 넘었다는 차원을 넘어 인간 존중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Q. 촛불을 든 시민들의 바람은 무엇이었을까
“촛불집회가 바라는 게 단순히 정권을 바꾸자는 게 아니다. 누구에게 보복을 하자 그런 게 아니다. 그거보다 좀 더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성숙하자는 거였다.”
 
 
Q. 적폐청산을 놓고 여야 공방이 적지 않다
“적폐청산은 대선 때 대통령의 공약이다. 그 공약을 지지한 게 국민이다. 잘못해서 적폐가 쌓였다면 나는 적폐를 쌓았던 그 사람들은 자숙해야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Q. 국민 여론이 갈리는 대목도 있다
“급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우선 적폐를 빨리 청산해야 된다고 하는데, 적폐를 저질렀던 사람도 적폐를 하자는 그 사람도 다같은 개개인으로 보면 인격체다. 이런 거를 서로 참아주고 기다려주고 그리고 정화하고 상승하는 그런 아량이 필요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Q.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나오는데
“일반 상식, 보통사람들의 상식으로 생각했을 때 답이 나온다고 본다. 이런 것들을 이겨낼 때 그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다고 본다”
 
Q.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그걸 안아야 되는 게 사실이다. 나쁜 사람도 국민이고 좋은 사람도 국민이고 오른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국민인데 그걸 다 안고 가는 게 지도자들이고 정부가 되겠는데. 그러나 제 생각에는 (문재인 정부가) 이제 시작하는 건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여기서 같이 그럼 싸워보자 이러는 건 좀 염치없는 짓이다는 생각이 든다.”
 
 
Q. 문재인 정부에 조언을 한 마디 한다면.
“정부에 얘기하고 싶은 것은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올바르다고 생각했던 것을 주저하지 말고 진행해라고 말하고 싶다. 욕을 얻어 먹는 거 인기 떨어지는 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목표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게 아니겠나. 거기 매진하라고 말하고 싶다.”
 
Q. 출범 5개월이 넘었다. 어떻게 보나
= “그런대로 노력은 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국회 과반수가 여당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랬을 경우 훨씬 수월하게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을 거다. 근데 지금은 사사건건 붙잡히니까 제대로 못가니까 사단이 나는 건데. 이런 경우를 감안하고 국민들 전체가, 우리 모두가 양쪽 다 인내력이 필요하다.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Q. 문재인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 받거나 만나나.
 “대통령과 통화한 적은 없고. 다만 부산에 단체로 가서 점심을 한 번 했고, (대통령) 휴가 중에 진해 해군 부대에서 저녁을 한 적이 있다. 제가 지금 말하지 않아도 제가 생각했던 그대로 가는 거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뒤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것 밖에 없다."
 
김형구·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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