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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아무리 참을 인 세 번이라지만

중앙일보 2017.10.27 02:10 종합 36면 지면보기
송길영 Mind Miner

송길영 Mind Miner

딸아이가 쓰는 노트북의 전원 케이블이 고장났습니다. 정품은 알리바바에서 파는 대체품보다 무려 8배가 비싸지만 해외에서 배송되면 언제 올지 모르는 터라 정식 유통업체에서 구매하려고 포털의 온라인 쇼핑 검색 메뉴에 접속했습니다.
 
노트북의 기종을 입력하니 전압을 선택하라고 합니다. 기종에도 세부 옵션에 따라 전압이 다르다는 것이죠.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글씨를 휴대전화로 찍어 확대해 가며 입력하고 나니 포털에서 검색한 금액은 쇼핑몰 회원 할인가라고 합니다.
 
로그인을 해야 할인이 된다지만 10년도 전에 만들어 놓은 아이디가 기억날 턱이 없습니다. 심지어 제가 로봇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스캔한 문자를 함께 입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긴가민가 입력해 본 결과는 비밀번호인지, 제가 입력한 문자인지 몰라도 입력이 틀렸다 합니다. 몇 번을 시도하다 지쳐버린 저는 결국 할인을 포기하고 간신히 구매에 성공했습니다.
 
그나마 휴대전화로 시도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PC였다면 각종 키보드 입력 보안 프로그램과 해킹 방지 프로그램을 몇 번씩 깔고 심지어 리부트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구매를 위한 탐색은 PC로 하다가도 결제 단계에 이르면 모바일로 실행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동의 편리함이 아니라 액티브엑스가 없기 때문에 모바일 결제가 퍼져나갔다는 우스갯소리가 농담이 아닙니다.
 
빅 데이터 10/27

빅 데이터 10/27

경조금을 간단히 송금하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보신 분이라면 OTP나 공인인증서라는 것이 얼마나 그간 우리를 귀찮게 했는지 실감하셨을 것입니다. 은행들은 기존에 왜 이걸 안 해 주었는지, 혹시 책임 회피용으로 고객에게 불편을 전가한 건 아닌지 하는 의심스러운 불만을 사람들은 인터넷에 토로합니다.
 
물론 모든 일에는 항상 위험이 따릅니다. 하지만 지키려는 사람이 혹 모를 손해를 막기 위해 열심히 무엇인가 준비한 것 때문에, 실제 벌어지는 손해 크기에 비해 모두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나 커지는 아이러니가 생기게 됩니다.
 
타인의 불편함에 무심한 태도는 독점적 지위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오만함과 궤를 같이합니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라도 참을 인(忍)자 세 번씩 되뇔 필요 없는 세상을 제발 기대해 봅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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