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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곧 정의? 그런 생각은 지나치다”

중앙일보 2017.10.27 01:36 종합 5면 지면보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기 위해 모인 태극기집회의 모습.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기 위해 모인 태극기집회의 모습. [중앙포토]

한국에서 ‘촛불’은 사전적 의미를 뛰어넘는 사회적 함의를 갖게 됐다. 누군가는 촛불을 ‘광장 민주주의’와 연결시켰고, 다른 누군가는 ‘평화’라 말했다. 또 혹자는 ‘특정 세력의 정치적 도구’라고 말한다. 계기는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올해 4월 29일까지 주말마다 계속된 촛불집회였다. 총 23회 열린 집회에는 1700만 명(주최 측 주장)의 시민이 참여했다. 29일은 첫 촛불집회가 열린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촛불은 어느 한 사람, 한 세력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광장에는 촛불을 든 사람, 질서 유지를 위해 밤을 지새운 이들, 이를 지켜보고 기록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밖에서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촛불과 그 뒤의 1년, 참가자·관찰자·비판자·관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③ 비판자의 시선
“특정단체 정치 도구로 이용된 측면”
“다양한 사회계층 목소리 담지 못해”

촛불집회는 일종의 ‘신화’가 됐다. 해외에서는 “민주주의의 모범”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도 공개적으로 촛불정신 계승을 말한다. 하지만 비판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다. 독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모두 참여해 봤다는 택시기사 김모(61)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촛불만 옳다는 분위기도 맘에 들지 않았다. 늙은이들과 말이 안 통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젊은 사람들도 별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촛불집회를 약간 떨어져서 지켜봤다는 취업준비생 이우창(29)씨도 “촛불집회는 숭고한 행사로 여겨지고 촛불이 곧 정의가 됐다. 그런 의식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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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집회에 여러 차례 참석했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대법원 유죄 판결을 근거로 탄핵과 사임이 순차적으로 일어났다. 우린 안 그랬다. 당시 국정이 마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촛불에 충성하는 태도도 문제다. 일부 단체가 끌고 가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정치투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집회에 담겼던 메시지에 한계를 느꼈다는 의견도 있다. 방송에서 촛불집회를 생중계하기도 했던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최 측이 집회를 잘 이끌었지만 반미, 재벌 해체 등의 구호는 특정 단체의 정치적 의도를 위한 도구로 이용된 면이 있다. 물론 촛불시민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준 점은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서동진 계원예술대 교수는 “촛불이 ‘질서 있는 시민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묘사에 갇혀 다양한 사회계층의 목소리를 오히려 더 담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촛불 참여는 선, 불참은 악으로 보는 구도도 있었다. 정치 참여가 선악의 개념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많은 역량을 과거 청산에 쓰고 있는데 그게 시대정신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은 충고와 비판을 수용하지 않아 일어난 것이다. 이런 부분을 현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촛불집회가 보여 준 형태의 ‘직접 민주주의’가 마치 민주주의의 모범답안인 것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시민들은 헌법 1조를 가사로 노래를 부르며 우리가 주권자라고 선언했다. 촛불시민혁명은 분명 위대한 일이지만 대의민주주의와 정치적 책임성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지 직접 민주주의만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제도권의 무책임한 행동을 반성하고 민주주의와 공화정 복원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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