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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상상 버무린 골프장 그림

중앙일보 2017.10.27 01:00 종합 31면 지면보기
골프대회의 모습을 사진처럼 자세히 그린 신정무 화백의 유화 ‘메이저대회’. [사진 신정무]

골프대회의 모습을 사진처럼 자세히 그린 신정무 화백의 유화 ‘메이저대회’. [사진 신정무]

선명한 초록색을 뽐내며 드넓게 뻗은 잔디. 끄트머리엔 연못과 모래가 자리했다. 소풍 장소라면 아름답기만 할 자연이지만 골프장이라면 다르다. 해저드(연못)와 벙커(모래)는 가능하면 피해야 할 위험 지대다. 그 바로 옆은 골퍼들의 목표인 그린. 그린 주변으로 갤러리(관객)들이 빼곡히 들어찼고 그 뒤로 우거진 숲이 웅장히 섰다. 그린 위엔 퍼팅 라인을 살피는 선수들이 보인다. 마치 현장에 있는 듯 대회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신정무 화백 ‘수채화·유화전’
“골프는 인생살이와 똑같다”

국내 원로 서양화가인 신정무(76) 화백의 그림 ‘메이저대회’는 마치 사진 같은, 자세한 유화다. 그런가 하면 수채화 ‘홋카이도의 추억’은 디테일 묘사를 과감히 배제한 채 골프장의 단풍과 그린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언론인 출신으로 싱글 핸디캡의 실력을 갖춘 신 화백이 43년간 즐겨온 골프를 모티브로 그린 그림 수십여 점을 전시한다. 내달 17일 서울 강남의 갤러리 G-아르체에서다. 전시명은 ‘신정무의 골프 인생 43년 수채화·유화 만남전’이다.
 
신정무

신정무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드라마 PD를 꿈꿨다. JTBC의 전신인 TBC(동양방송)에 입사해 배우던 중 영업 부문으로 발령이 났다. 이때 자의반 타의반으로 골프에 입문하게 됐다. 대기업 사장들과의 교유에 골프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미술학도로서의 섬세함을 가진 덕인지 골프는 신 화백에게 잘 맞았다. 얼마 되지 않아 싱글 골퍼가 됐고 라운딩 때면 틈 나는대로 골프장의 모습을 스케치 해뒀다. 언론계를 떠나면 화가로 전업할 뜻을 품고 있었고, 이왕이면 좋아하는 골프장을 그리고 싶어서였다. 2000년 한 신문사 상무를 끝으로 은퇴한 그는 그때부터 전업작가의 길로 접어 들었고, 골프장 뿐 아니라 도시 풍경 등을 그리고 있다. 그간 개인전만 모두 24회 열었다. 특히 그의 골프장 그림은 화단에서도 독특함을 인정받는다. 골프장 그림의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골퍼의 스윙 자세 등이 생생히 표현돼 있어 신 화백의 구력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 화백은 26일 “나의 골프장 그림은 사실과 상상의 조합이다”며 “수십 년 전부터 틈틈이 모아온 골프장 스케치와 TV에서 지켜본 해외나 국내 대회 등의 모습이 밑바탕이 됐지만 그림의 구도나 골퍼들의 자세, 사람들의 표정에는 나의 상상과 창작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골프는 인생살이와 똑같다. 나 자신의 운동”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사랑해온 골프를 그리는 것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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