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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희의 맛따라기] 양깃머리 특수 구이 54년 대전 ‘수연’ … 분당에 딸·사위가 분점

중앙일보 2017.10.27 00:01
소의 양 구이·탕만 하는 대전 ‘수연’의 양곰탕은 고소한 진국에 건지도 실하다. 1963년 창업해 54년을 이어왔는데 지난해 10월 딸과 사위가 분당에 같은 음식점을 냈다. 반 그릇만 시킨 양곰탕에서 양(羘)을 건져 봤다. 탕에 들어간 것은 양깃머리가 아니라 위(胃)의 막에 해당하는 양인데 두께와 수작업 한 손질 상태를 보면 품질이 좋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소의 양 구이·탕만 하는 대전 ‘수연’의 양곰탕은 고소한 진국에 건지도 실하다. 1963년 창업해 54년을 이어왔는데 지난해 10월 딸과 사위가 분당에 같은 음식점을 냈다. 반 그릇만 시킨 양곰탕에서 양(羘)을 건져 봤다. 탕에 들어간 것은 양깃머리가 아니라 위(胃)의 막에 해당하는 양인데 두께와 수작업 한 손질 상태를 보면 품질이 좋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예약하지 않고 가면 핀잔이나 먹고 발길을 돌리기 십상이다. 음식을 지저분하게 먹거나 말 많고 시끄러운 매너 부실 손님은 “너, 그만 먹고 나가. 돈 안 받아”라고 혼나며 쫓겨나기도 한다. 백발의 주인(이수연·81)이 좌석에 앉아 고기를 일일이 구워주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하는지 다 안다. 메뉴는 소 양(羘)으로 하는 구이(150g 3만원/2인 이상 가능)와 곰탕(1만5000원)뿐이다.
 
30년 하고 문 닫았다가 단골 성화로 계속
그러고 장사가 될까 싶지만, 손님들이 자꾸 찾아 음식점을 그만하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는 집이다. 1963년 개업해 올해로 54년 된 ‘수연(대전 유성구 갑동로8번길 65/전화 042-825-1217·3422, 010-5434-9016)이다. 대전의 옛 중심지 대흥동에서 창업해 30년을 하다가 그만하고 여유롭게 살려고 1993년 당시로는 아주 변두리인 유성 컨트리클럽과 현충원 사이 전원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단골들이 하도 성화를 해 집을 원하는 대로 다 짓지도 못하고 1994년 다시 간판을 걸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립 대전 현충원과 유성CC 사이에 자리잡은 ‘수연’. 대전 대흥동에서 30년을 하다가 음식점을 그만두고 전원에서 여생을 보내려고 1993년에 지은 집이다. 단골들이 하도 성화를 해 집을 다 짓지도 못하고 1994년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국립 대전 현충원과 유성CC 사이에 자리잡은 ‘수연’. 대전 대흥동에서 30년을 하다가 음식점을 그만두고 전원에서 여생을 보내려고 1993년에 지은 집이다. 단골들이 하도 성화를 해 집을 다 짓지도 못하고 1994년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분당 ‘수연’의 외관은 소(牛) 양구이 집이라기보다 카페에 가까운 분위기다. 집 뒤로 돌마공원이 바로 이어진다.

분당 ‘수연’의 외관은 소(牛) 양구이 집이라기보다 카페에 가까운 분위기다. 집 뒤로 돌마공원이 바로 이어진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딸(도정미·45)과 사위(정병찬·42)가 분당에 ‘수연(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237번길 23/전화 031-8016-3422, 010-3350-3017)’을 열어 곧 첫돌을 맞는다. 원조 집에는 음식이 두 가지뿐이지만 미국 유학파인 딸 부부는 재료와 기본 음식은 같지만 새롭게 조리한 메뉴 몇 가지를 추가했다. ▷마늘종·마늘 향이 어우러진 볶음 알리오 양깃머리(150g 3만원) ▷가지·청경채를 넣고 중화풍으로 볶은 가지양깃머리볶음(3만원) ▷고추장·고춧가루로 매콤하게 주물럭 양념을 해 두루치기 한 양깃머리볶음(3만원)과 양볶음(1만8000원) ▷레몬·고추장 소스로 무쳐 날치알과 함께 깻잎에 싸 먹는 양무침(2만3000원) 등이다.

 
조리용 술에 찌듯 익히는 양깃머리구이   

손질해 얇고 넓게 저며 저온에 저장해뒀다가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버무려 불판에서 찌듯 익혀 주는 양구이는 이 집에서 개발한 특이한 방식이다. 6가지 반찬에 하나씩 곁들여 먹으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점잖은 맛이 난다. 곰탕은 사골·우족을 넣고 장작불로 18시간을 고아 뼈 맛이 제대로 나는 진국이다. 한술 머금으면 입이 쩍 붙는다. 깃머리 떼어내고 남은 양을 깨끗하게 손질해 손가락 크기로 잘라 넣은 건지도 푸짐했다. 값이 좀 세기는 하지만 워낙 비싼 양 시세와 손질·조리에 들이는 공력, 6가지 반찬의 품격을 합해 따져보면 비싸다고 할 수 없는 음식이다.
  
대전은 연중무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단, 최소 3~4시간 전까지는 전화를 해서 가면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약하면 그때 재료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밥은 손님이 와야 짓기 시작한다. 분당은 영업시간이 오전 11시~오후 10시(브레이크타임 오후 3시~5시)이고 매주 일요일 쉰다. 일정 인원 이상이 예약하면 일요일에 열 수도 있다. 예약하지 않으면 재료 준비가 안 된다. 애주가에겐 한 가지 희소식. 분당에서는 술을 가지고 와서 마셔도 코르키지 무료다.
굽기 위한 준비를 마친 양. 근섬유다발인 양깃머리는 단단해서 얇게 저미지 않고 익히면 먹기 어렵다. 준비해둔 살에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손으로 주무르며 버무리는 게 양념의 끝이다.

굽기 위한 준비를 마친 양. 근섬유다발인 양깃머리는 단단해서 얇게 저미지 않고 익히면 먹기 어렵다. 준비해둔 살에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손으로 주무르며 버무리는 게 양념의 끝이다.

소의 양만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은 전국에 2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연’과 원주 ‘시골집(강원 원주시 중평길 10-1 중앙시장/전화 033-742-7666)’이다. 두 곳은 메뉴가 양구이·양곰탕뿐이다. 분당에 ‘수연’이 생겨 이제는 전국 3곳이 됐다. 양을 다루는 음식점은 많지만 다른 곳은 소고기·갈비가 주 메뉴고 곱창과 함께 파는 정도다. '시골집'도 길 건너에 2호점을 냈지만 '모듬내장'이라는 메뉴를 추가했다.



소 첫째 위가 양, 거기 근육줄기가 깃머리  

분당 ‘수연’은 메뉴 이름을 ‘양’이 아닌 ‘양깃머리’라고 바꿨다. 소의 위 양(羘)을 털 깎는 가축 양(羊)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오해의 여지를 없애려고 그랬다. 풀을 주식으로 하는 소는 질긴 풀을 소화하기 위해 종일 우물거리며 되새김질[反芻]을 한다. 일단 삼킨 것을 꺼내 다시 잘게 부수는 소화활동을 하는 것이다. 되새김 단계에 따라 소화작업을 담당하는 기관이 달라 위가 4개다. 첫째 위는 양, 둘째는 벌집양, 셋째는 처녑, 마지막은 홍창(막창)이다.
 
전체 위 가운데 80% 정도가 양이다. 양의 안쪽은 짙은 회색 융털돌기가 가득하다. 양이 크기 때문에 전체를 떠받치는 단단한 근섬유다발이 밧줄처럼 둘러져 있다. 이 근육조직을 깃머리 또는 양깃머리라고 한다. 양깃머리는 소 한 마리에서 2~3㎏가 나온다. 그걸 겉껍질·막·기름기 제거해 구워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손질하면 55~60%만 남는다고 한다.
대전 ‘수연’에 찾아간 지난 7일 앞마당에 자라는 다래넝쿨에 가득 열린 다래가 익어서 저절로 떨어지고 있었다.

대전 ‘수연’에 찾아간 지난 7일 앞마당에 자라는 다래넝쿨에 가득 열린 다래가 익어서 저절로 떨어지고 있었다.

다래 넝쿨 옆에 터널을 이뤄 자라는 키위나무에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다래 넝쿨 옆에 터널을 이뤄 자라는 키위나무에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대문간을 들어서면 키위나무 넌출이 뒤엉켜 이룬 터널을 지나 현관이 나온다.

대문간을 들어서면 키위나무 넌출이 뒤엉켜 이룬 터널을 지나 현관이 나온다.

일반손님으로 미리 전화를 하고 가니 혼자 집을 지키던 대전 ‘수연’의 창업주 이수연(본명 해복) 여사가 마당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손님으로 미리 전화를 하고 가니 혼자 집을 지키던 대전 ‘수연’의 창업주 이수연(본명 해복) 여사가 마당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긴 추석 연휴 중 하루인 지난 7일(토) 점심시간에 대전 ’수연’에 찾아갔다. 터미널에 내려 전화해 승낙을 받았기에 망정이지 무턱대고 갔으면 입맛도 못 다시고 돌아올뻔했다. 도착하니 이 여사가 큰 집 마당에 홀로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란 키위나무 2그루, 다래넝쿨 2그루가 넓은 마당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키위가 주렁주렁 열린 터널을 지나자 현관이 나왔다. 주인은 익어서 저절로 떨어지는 다래를 주워서 먹으라며 건네주면서 얼마든지 따먹으라고 했다. 필요하면 따가라고도 했다. 다래넝쿨을 수없이 봤지만 열매가 이렇게 많이 연 것은 처음이다.



추석 직후 마당에는 다래·키위 주렁주렁

집 안으로 들어가니 식당이 아니라 여느 가정집이나 다름 없는 분위기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계속 흐른다. 음악을 좋아해 딸이 성악을 하게 됐는지, 딸 뒷바라지하다가 클래식을 좋아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딸은 맨해튼 음대 출신이다. 입식 테이블 방 2개(12~14석, 6~8석)와 손님이 오면 상을 펴고 앉는 거실 한 자리까지 동시에 3팀만 받을 수 있다.
6찬이 올라오는 ‘수연’의 기본 상차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땅콩조림, 양파조개젓무침, 김무침, 백김치, 오이소박이, 통 무김치. 사진 촬영을 위해 접시 배열을 바꿨더니 이수연 여사는 바로 되돌려놨다.

6찬이 올라오는 ‘수연’의 기본 상차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땅콩조림, 양파조개젓무침, 김무침, 백김치, 오이소박이, 통 무김치. 사진 촬영을 위해 접시 배열을 바꿨더니 이수연 여사는 바로 되돌려놨다.

여섯 가지 반찬과 불판이 식탁에 먼저 차려졌다. 반찬이 예사롭지 않다. 황금빛 깔끔한 백김치, 보기에도 맛이 속속들이 든 정갈한 오이소박이, 2년 전 가을 무로 담가 깊이 익은 통 무김치, 조림간장이 진하게 스민 땅콩조림, 양파김치처럼 보이는 의문의 반찬, 차져 보이고 윤기가 도는 김무침. 반찬마다 하나 같이 정성이 느껴진다. 간은 대체로 심심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접시 위치를 바꿨더니 이 여사는 바로 되돌려놨다. 54년간 확립된 나름의 접시 질서가 있나 보다. 양은 굽기 전에 다진 마늘에 버무려 놓았을 뿐, 아무 간도 하지 않았다. 반찬을 한 가지씩 얹어서 먹으면 간이 맞다. 들기름소금도 있다. 
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통 무김치. 맛이 좋은 가을 무를 통째로 담가 2년쯤 묵혔다가 한 입 크기로 얇게 저며 상에 낸다.

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통 무김치. 맛이 좋은 가을 무를 통째로 담가 2년쯤 묵혔다가 한 입 크기로 얇게 저며 상에 낸다.

6찬 차림에 사철 빠지지 않는 오이소박이는 보기에도 맛이 깊이 들었다.

6찬 차림에 사철 빠지지 않는 오이소박이는 보기에도 맛이 깊이 들었다.

조금씩 덜어 냉장고에 두고 손님상에 내는 오이소박이를 접시에 담고 있는 이수연 여사. 반찬은 모두 직접 만들어 쓴다.

조금씩 덜어 냉장고에 두고 손님상에 내는 오이소박이를 접시에 담고 있는 이수연 여사. 반찬은 모두 직접 만들어 쓴다.

‘수연’은 늘 기본 반찬이 6가지다. 다른 곳에서 본적이 없는 양파조개젓 무침. 김치와 무침 중간쯤의 맛이 났다. 구운 양깃머리에 얹어 먹으면 잘 어울린다.

‘수연’은 늘 기본 반찬이 6가지다. 다른 곳에서 본적이 없는 양파조개젓 무침. 김치와 무침 중간쯤의 맛이 났다. 구운 양깃머리에 얹어 먹으면 잘 어울린다.

조갯살이 섞인 양파무침은 김치인지 생채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나중에 사위에게 물었더니 무침이었다. 조개젓을 망에 넣어 국물을 거르고 양파 채와 고춧가루 넣고 무친다고 한다. 바로 먹기도 하고 익혀 먹기도 한다. 분당은 일주일에 한번씩 무친다. 대전에서 먹었을 때는 익은 김치 맛이 났다. 오래 묵은 듯했다. 한 달을 두고 먹어도 양파가 무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무침을 양구이에 올려 먹으니 아주 잘 어울렸다.



다진 마늘로만 버무린 양 일일이 구워줘
양 굽기는 손님이 손댈 수 없다. 주인이 구워 일일이 앞접시에 올려준다. 굽기 전에 술병에 담긴 무언가를 불판에 부었다. 술인지 물었더니 “처음엔 청주 쓰다가 요즘은 내가 두어 가지 섞어서 만들어 써. 냄새 나지 말라고 붓는 거 아니고 불판 타지 말라고 붓는 겨. 양은 손으로 다 벗겨서 손질하니까 냄새 전혀 안 나지. 처음 오는 손님들은 이렇게 해주는 건 처음이라고 다들 그려”라고 설명했다. 다른 건 시원시원하게 말하던 이 여사는 조리용 술을 어떻게 만드는지 물으니 비밀이라고 했다. 아마 청주에 다시마 우린 물을 섞지 않을까 짐작된다.
양을 굽고 있는 이수연 여사. 먹을 사람이 굽는 게 아니라 일일이 구워서 접시에 옮겨준다.

양을 굽고 있는 이수연 여사. 먹을 사람이 굽는 게 아니라 일일이 구워서 접시에 옮겨준다.

다진 마늘에 버무린 양을 구울 때는 불판에 조리용 술을 붓고 양을 찌듯이 익힌다. 조리용 술은 청주에 두어 가지를 섞었다는데 내용은 비밀이라고 했다.

다진 마늘에 버무린 양을 구울 때는 불판에 조리용 술을 붓고 양을 찌듯이 익힌다. 조리용 술은 청주에 두어 가지를 섞었다는데 내용은 비밀이라고 했다.

양은 깃머리를 저며 뒀다가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버무려서 굽는다. 굽는다기보다 끓는 조리용 술에 찌듯 익힌다. 익은 양 한 점을 들기름소금에 찍어서 먹어봤다. 냄새는 전혀 없다. 부드럽고 졸깃하며, 씹히는 양감(量感)도 적당했다. 기름기 거의 없고 맛은 담백하다. ‘담백하다’는 말은 본디 별 맛이 없이 싱겁다는 뜻이다. ‘수연’의 양구이가 그랬다. 거기에 불판에서 함께 익은 마늘 부스러기와 반찬을 한 가지씩 얹어서 먹자 맛의 시너지가 폭죽처럼 터졌다. 이 여사는 식기 전에 구운 양을 펼쳐 익은 마늘을 감싸고 반찬을 올려 먹으면 가장 맛있다며 먹는 속도에 맞춰 양을 한 점씩 접시에 옮겨놨다.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고급스러운 별미였다.


행세 좀 한다는 사람들 출입하던 음식점 

이 여사의 본래 이름은 ‘해복(海福)’이다. 광복 9년 전 지금은 세종시가 된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금강 변 강마을에서 태어났다. 서른 살이 채 안 된 1963년 음식점을 하려고 옥호를 지으러 작명소에 갔더니 주인 이름을 바꾸고 그걸 옥호로 삼으라며 ‘수연’이라고 지어줬다. 
 
대전 중심지인 대흥동 가정집에 음식점을 차려서 30년을 계속했다. 처음엔 손님이 오면 방으로 도망갈 정도로 수줍음이 많았다. 1993년 현재 위치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교외에 전원주택을 예쁘게 지어 쉬면서 여생을 지내려고 새 집에 공을 들였다. 그런데 단골들이 하도 성화를 해서 이듬해 다시 손님을 받았다. 쌓아둔 돈이 자꾸 줄어 마음이 쫓기고, 딸 유학도 1년 남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시 시작할 때는 3명에게만 알렸다고 한다. 대전시청 재무국장, 대전 성모병원 의사, 이종사촌 제부였던 육군본부 대령. 이 집 손님의 주류가 엿보인다. 주위에 군부대가 많아 지금도 손님 중에 군인이 많다.
‘수연’을 54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수연 여사의 손. 긴 세월 양 껍질과 막을 벗기고 기름기 떼내는 작업을 손으로 하다 보니 힘쓰는 손가락은 휘어져 굳었다. 휘어진 방향을 보면 힘을 어떻게, 얼마나 썼을지 짐작이 간다.

‘수연’을 54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수연 여사의 손. 긴 세월 양 껍질과 막을 벗기고 기름기 떼내는 작업을 손으로 하다 보니 힘쓰는 손가락은 휘어져 굳었다. 휘어진 방향을 보면 힘을 어떻게, 얼마나 썼을지 짐작이 간다.

처음엔 여러 가지 음식을 했다. 어느 날 손님이 솜씨 좋으니 양곰탕을 해보라고 권했다. 양 냄새가 문제였다. 그걸 빼려고 뜨거운 물을 부어 자꾸 씻었더니 검은 껍질이 벗겨졌다. 검은 타월 같던 양을 뽀얗게 손질해 곰탕으로 끓이니 손님들이 좋아했다. 손님은 대부분 고위공무원이나 법조인·의사·사업가들이었다.


양구이 24년 전부터 3만원...양은 조금 줄어
대흥동이 한창 잘되던 어느 날 덩치 큰 사람들 서넛이 왔다. 힘 좀 쓰는 사람들 같았다. 서울 강남에서 왔는데 맛있다는 집을 찾아 먹어보며 부산부터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구이를 먹다가 탕을 시키더니 주인을 찾았다. “다른 건 100점인데 다진 파를 국에 넣어서 주는 건 틀렸다”고 지적을 했다. “그건 내 식이다. 먹기 싫으면 말아라” 대꾸 했더니 “아주머니 상고집이시네요”라며 다 먹고 갔다.
 
양구이 값을 24년간 올리지 않았다. 대흥동에서 3만원 받던 걸 지금도 그대로 받는다. 놀라운 일이다. 양을 조금 줄이고, 국산만 쓰다가 호주·뉴질랜드산을 쓰는 변화는 있었다. 되새김동물인 소의 양은 풀 먹고 자란 소가 더 발달한다. 풀을 많이 먹으면 첫째 위인 양은 늘 일을 해야 한다. 잘게 분쇄한 사료를 주식으로 먹으면 양은 운동량이 적어 근육이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양은 외국산이라고 품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풀 뜯어먹고 자란 호주·뉴질랜드 소의 양이 사료를 주식으로 한 한우보다 좋을 수 있다. 분당 ‘수연’의 정병찬씨는 “한우 양을 사다가 손질해 조리해봤는데 냄새가 심해서 먹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수연 여사의 술 빚는 솜씨는 훌륭했다. 찹쌀·솔잎·누룩·물만으로 담가, 익으면 물을 전혀 더하지 않고 용수 박아 떠낸다는데 술에서 꽃 향기가 진동했다. 주인에게 잘 보여야 맛볼 수 있다.

이수연 여사의 술 빚는 솜씨는 훌륭했다. 찹쌀·솔잎·누룩·물만으로 담가, 익으면 물을 전혀 더하지 않고 용수 박아 떠낸다는데 술에서 꽃 향기가 진동했다. 주인에게 잘 보여야 맛볼 수 있다.

이 여사는 식사가 끝나자 긴 연휴에 산에 갔다 오던 손님이 주고 간 햇밤을 삶았다며 먹으라고 까줬다.

이 여사는 식사가 끝나자 긴 연휴에 산에 갔다 오던 손님이 주고 간 햇밤을 삶았다며 먹으라고 까줬다.

우리나라 우시장에도 1980년대까지는 풀 먹고 자란 소가 많이 나왔다. 농촌 출신인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1980년 전후 대학생일 때까지 여름방학마다 망태기 메고 꼴을 베러 다녔고, 겨울방학에는 짚을 작두로 썬 여물에 마른 콩잎·콩깍지·고구마줄기와 등겨 넣고 쇠죽 끓이는 일을 돕거나 직접 했다. 하지만 이제 풀을 주식으로 먹고 자란 한우는 극소수다.

 
‘수연’은 죽으나 사나 한우만 고집했다. 그런데 언젠가 수입업자가 맛보라며 한 상자를 놓고 갔다. 가족과 똑같은 방식으로 해 먹어봤다. 수입 양이라고 얘기를 해줬는데도 가족 모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때부터 수입 양을 썼다.



예전엔 좋은 양 구하러 전국 도축장 순회

한우 양만 쓰던 시절에는 전국 도축장을 찾아다니며 좋은 물건을 구해다 썼다. 홍성·서산·군산·익산·부산·대구 등 소 잡는 데는 다 다녔다. 1980년 5월 10일 면허를 따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1990년대 딸이 유학 중이던 미국에 처음 가서도 뉴저지에 갔다가 운전을 교대해 맨해튼까지 차를 몰고 왔다. 팔순이 넘은 그는 취재를 갔던 날에도 음식점에서 3.5㎞ 떨어진 전철 현충원역까지 나를 태워다 줬다.

이 여사는 운전면허 딴 날을 1980년 5월 10일이라고 정확히 기억했다. 그때부터 좋은 양을 구하기 위해 전국 도축장으로 차를 몰고 돌아다녔다고 한다. 지난 7일 취재가 끝난 나를 전철역까지 태워다 주려고 차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 여사는 운전면허 딴 날을 1980년 5월 10일이라고 정확히 기억했다. 그때부터 좋은 양을 구하기 위해 전국 도축장으로 차를 몰고 돌아다녔다고 한다. 지난 7일 취재가 끝난 나를 전철역까지 태워다 주려고 차에 시동을 걸고 있다.

재료는 값이 비싸도 좋은 거 아니면 안 썼다. 좋지 않은 물건이 오면 “당장 가져가라”고
호통을 쳤다. 서울 마장동에 전라도 사람이 하는 부산물상회와 오래 거래했다. 한번은 마음에 안 드는 재료를 가지고 왔다. 도로 가져가라고 했다. 그는 “어디서도 지는 일이 없는데 아주머니는 못 당하겠다”고 했다. “이기고 지는 게 어디 있나. 제대로 하면 되는 거다”라고 하니까 바꿔줬다. 지난 여름부터는 업자들이 양을 다 쓸어다가 손질해서 팩에 포장해 업소에 공급하는 바람에 음식점에서 개별로 손질 안 한 양을 구하기 더 어렵게 됐다. “팩에는 연육소가 들어간다고 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먹기에는 그게 부드럽지. 손으로 다 벗겨내는 나 같은 곰이 어디 있겠어”라고 말하는 이 여사 눈매에 근심이 스쳐갔다. 
 
그는 재료뿐 아니라 조리과정에 대해서도 까다롭고, 깔끔한 성격은 대쪽 같다. 스스로 밝힌 얘기에 그게 배어있다. “우리 집 오는 손님들은 깔끔한 음식 먹는다고 보면 돼. 아주머니들 파 씻으라고 시키면 그냥 물에 담갔다가 빼. 난 그걸 못 봐. 흐르는 물에 좍좍 닦아가며 씻어야지. 지저분한 꼴도 못 봐. 손님이 지저분하면 싫어. 떠들어도 싫고. ‘음식이 좀 이상한 거 같아요’ 그러면 ‘너 그만 먹고 가’ 그래. 돈 안 받고 보내. 한번은 군 장성이 마요네즈에 무친 사라다가 없다고 반찬투정을 해. 그래서 ‘너 가’ 그랬지. 우리 집은 정해진 6찬 말고 다른 반찬은 없어. 언니 딸이 ‘나이 들면 음식이 변한다는데 이모는 안 변하네’ 하기에 ‘음식은 눈으로 하고 손으로 하고 마지막에 혀끝으로 하는 거야. 처음부터 주둥이로 할 수는 없어’ 그랬지.”
사골과 우족을 넣고 18시간 푹 고아 국물이 진국인 양곰탕. 배가 이미 불러 취재를 위한 시식용으로 반 그릇만 주문했다.

사골과 우족을 넣고 18시간 푹 고아 국물이 진국인 양곰탕. 배가 이미 불러 취재를 위한 시식용으로 반 그릇만 주문했다.

장작불로 18시간 곤 곰탕, 포장·택배 판매 

엄하기만 한 건 아니다. 자상하고 붙임성도 있다. 때때로 동네 청소하는 사람들 불러다 곰국 끓일 때 나온 자투리고기 넣고 국밥 말아 따뜻하게 먹이기도 한다. 그는 ‘문간보시 한다’고 했다. 곰국 끓이는 땔감이 떨어지면 건설업 하는 단골이 곰탕 먹으러 왔을 때 “이게 끝이야. 나무 없어서 못해” 그러면 며칠 뒤 장작을 한 트럭 보내준다. 그는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니까 더 잘하는 겨. 화학조미료 하나도 안 들어가. 곰탕은 뼈 맛이여. 골수에서 나오는 맛이지. 이틀쯤 고면 뼈 속에 뽕뽕 구멍이 생겨. 그래야 진국이 우러난 거지”라고 곰탕 끓이는 과정을 설명했다. 음식점을 하면서 제일 보람이 있던 일로 전국 자치단체장 12명이 모임을 ‘수연’에서 한 일을 꼽았다. “참 좋더라”고 했다. 
 
이제는 드문드문 오는 단골들 상대로 소일 삼아 ‘수연’을 지키는 이 여사의 남은 숙제는 딸과 사위다. 늦게 둔 딸을 지금도 ‘아가’라고 부르고, 딸 얘기를 하다가 눈물짓기도 했다. 사위는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토목공학 박사다. 유학 중 결혼했다. ‘아가’로만 여겼는데 1년 전 분당에 같은 음식점을 냈다. 대전에서 재료와 반찬을 만들어 보내주고, 음식을 가르치지만 행여 뜻대로 안 될세라 노심초사가 이만 저만 아니다. “딸은 내가 엄마 밥 수십 년 먹고 아줌마들 하는 것도 다 봤는데 음식점을 왜 못하겠냐며 시작은 했는데 쉽지가 않은가 봐” 하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양쪽을 가본 손님은 여기하고 음식 맛은 같아도 구수한 느낌이 없다고 그래. 카페 같이 인테리어를 해 정감이 없다는 얘기일 거야”라고 나름대로 분석까지 했다. 노파심(老婆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글자는 ‘할머니 마음’이라는 뜻이다.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이다.  
신발을 벗는 위치에서 본 깔끔한 내부. 장식장에는 ‘수연’에서 쓰는 그릇의 작가들 작품이 진열돼 있다. 놋그릇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0호 방짜유기장 김문익 장인, 도자기는 이천 ‘정담’요 정헌진 도예가의 작품이다.

신발을 벗는 위치에서 본 깔끔한 내부. 장식장에는 ‘수연’에서 쓰는 그릇의 작가들 작품이 진열돼 있다. 놋그릇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0호 방짜유기장 김문익 장인, 도자기는 이천 ‘정담’요 정헌진 도예가의 작품이다.

분당 ‘수연’의 내부는 차분한 가정집 분위기다.

분당 ‘수연’의 내부는 차분한 가정집 분위기다.

기품 있는 가정집 식탁 같은 분당 ‘수연’의 별실.

기품 있는 가정집 식탁 같은 분당 ‘수연’의 별실.

기품 있는 가정집 분위기 나는 분당 '수연'

지난 토요일(21일) 분당 ‘수연’에 가봤다. 돌마공원을 병풍처럼 두른 주택가에 자리 잡은 식당은 품위 있고 차분하게 인테리어를 했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정갈하게 서비스를 했다. 기물 하나도 아무렇게나 사다 쓰지 않았다. 청자 반찬그릇과 백자 대접은 경기도 이천 ‘정담’요(窯)에서 빚은 정헌진(49) 작가의 작품이다. 밥그릇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0호 방짜(方字)유기장 김문익(74) 장인이 만든 놋그릇을 쓴다. 기름은 사위의 부모님이 충남 아산에서 재배한 들깨로 짰다. 소금은 ‘생금’을 쓴다. 1~3회 고열에 구워 불순물을 태운 소금이다.
솥에서 갓 퍼낸 조 섞은 쌀밥이 고슬고슬 먹음직스럽다. 밥그릇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0호 방짜유기장 김문익 장인의 작품이다.

솥에서 갓 퍼낸 조 섞은 쌀밥이 고슬고슬 먹음직스럽다. 밥그릇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0호 방짜유기장 김문익 장인의 작품이다.

조를 섞은 밥쌀을 불려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있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밥을 짓기 시작한다.

조를 섞은 밥쌀을 불려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있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밥을 짓기 시작한다.

조리를 담당하는 박사 사위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5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7월 사표를 냈다. 미국에서 7년에 걸쳐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2년 하다가 귀국해 취업한 회사였다. 그만두기 1년쯤 전에 작심을 하고 전국의 양 전문 식당을 조사하고 식재료 시장과 제품의 성분을 알아보는 등 본격 준비를 했다. 그보다 앞서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요리하는 걸 좋아해 전공을 바꿔볼까 생각도 했지만 아내의 반대로 미수에 그쳤다.

 
이 여사는 늦둥이 딸을 보러 미국에 자주 갔다. 갈 때마다 반찬을 바리바리 싸갔다. 미국에서 양과 곱창을 사서 요리해주기도 했다. 못 가면 김치를 담가 항공화물로 보내줬다. 먹을 때마다 사위는 음식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음식점 반찬인데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맛이 아니었다. 간단하게 만든 것처럼 보이는데 맛은 오묘하고 깊었다. 레시피가 남다르긴 하지만 내용을 알아보면 별 것 아닌데 재료 맛을 한껏 끌어낸다. 딸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음식을 먹으며 자랐고, 내내 하는 걸 봤다. 진심이 담긴 음식, 장난치지 않고 정직하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하면 내가 해도 되겠다고 사위는 생각했다. 언젠가는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계획을 실행에 옮겨 지난해 10월에 ‘수연’을 개업했다.


박사 사위가 좋다는 직장 그만두고 도전  

가족들은 모두 반대했다. 사위는 부모님께 개업 사실을 6개월 이상 감췄다. 아직도 얼굴은 공개할 수 없다며 사진 촬영은 끝내 고사했다. 장모는 반대했지만 굳이 하겠다고 나서자 기대하고 도와주는 분위기다. 가장 어렵기는 아내였다. “당신은 장사가 어떤 건지 모른다. 장사 같은 힘든 일 하지 말라고 부모님이 어렵게 유학 보낸 것 아니냐. 하려거든 나를 죽이고 하라”며 결사 반대했다. 사위는 “지금도 함께 일을 하기는 하지만 반대를 접은 건 아니다. 아내가 참아주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주방 쪽 눈치를 살폈다.
양깃머리구이 기본 상차림 공식 컷. 6찬을 차리는 건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반찬 담은 접시는 이천 ‘정담’요 정헌진 도예가 작품이다. [사진=분당 ‘수연’]

양깃머리구이 기본 상차림 공식 컷. 6찬을 차리는 건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반찬 담은 접시는 이천 ‘정담’요 정헌진 도예가 작품이다. [사진=분당 ‘수연’]

“남편은 아직도 아내가 동의 안 했다고 생각하던데 마음이 정리됐냐”는 물음에 딸의 대답은 야무진 각오로 가득했다. “반대는 했지만 이미 들어온 길이다. 돌아갈 길은 없다. 여기서 이기고 싶다. 어머니가 음식 하는 것과 그걸 먹은 손님들 반응을 태어나면서부터 보고 자랐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어머니가 존경스러워진다. 특별히 음식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이런 배합과 어울림을 어떻게 알았을까 신기하다. 손님들이 음식에 대해 어줍잖게 트집을 잡으면 어머니를 모욕하는 것 같아 못 참겠더라. 처음엔 서럽고 눈물이 났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지금은 나도 일부 반찬을 만드는데 기도하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어머니도 그랬을 것이다. 어머니 절정기 음식을 다 먹어봤는데 가르쳐준 대로 해도 내게서는 아직 그 맛이 안 나온다. 그 정성과 재료가 귀한 걸 알기 때문에 지금도 손님들이 먹다 남긴 반찬 중 깔끔한 것은 모아뒀다가 부부 식사 때 먹거나 집에 가지고 간다. 다시 손님 상에 내는 일은 없지만 버리기는 정말 아깝다.”

양깃머리 3인분을 무치고 있다. 지켜봤지만 양념은 다진 마늘뿐이다.

양깃머리 3인분을 무치고 있다. 지켜봤지만 양념은 다진 마늘뿐이다.

다 무친 양깃머리. 양은 소에게서 아주 적은 백색육으로 질 좋은 단백질 식품이다.

다 무친 양깃머리. 양은 소에게서 아주 적은 백색육으로 질 좋은 단백질 식품이다.

상 위에서 굽기 직전의 양깃머리. 접시가 빈 가운데 부분에 있던 고기는 불판으로 올라갔다. 마늘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보인다.

상 위에서 굽기 직전의 양깃머리. 접시가 빈 가운데 부분에 있던 고기는 불판으로 올라갔다. 마늘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보인다.

불판에서 구워지고 있는 양깃머리. 한쪽에 고인 액체는 조리용 술과 양깃머리에서 나온 육즙이다. 조리용 술은 잡내를 없애거나 맛을 더하려 쓰는 게 아니라 불판이 타지 말라고 쓴다고 창업주 이 여사는 설명했다.

불판에서 구워지고 있는 양깃머리. 한쪽에 고인 액체는 조리용 술과 양깃머리에서 나온 육즙이다. 조리용 술은 잡내를 없애거나 맛을 더하려 쓰는 게 아니라 불판이 타지 말라고 쓴다고 창업주 이 여사는 설명했다.

다 익힌 양깃머리 살 위에 다진 마늘을 고루 얹어 먹기 좋게 접시에 담았다. 이 여사는 식기 전에 저 살에 양파무침이나 김무침을 올려서 먹으면 가장 맛이 좋다고 했다.

다 익힌 양깃머리 살 위에 다진 마늘을 고루 얹어 먹기 좋게 접시에 담았다. 이 여사는 식기 전에 저 살에 양파무침이나 김무침을 올려서 먹으면 가장 맛이 좋다고 했다.

개업 1년을 맞으며 사위는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고 혀를 내둘렀다. 적자는 면했으나 겨우 현상유지하는 수준이다. 한 달에 1~2회 찾는 단골이 10팀 정도 생겼다. “양 음식 한 가지라는 제약이 리스크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참을성이 필요하다. 개업 1년에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인내심이다”라고 말했다. 딸도 공감은 했지만 방향성이 확고했다. “메뉴의 한계성을 절감한다. 하지만 이것 저것 하면 뿌리가 흔들리고 어머니 음식을 한다 말할 수 없다. 지켜서 가지를 쳐야지 뿌리를 바꾸고 싶지 않다. 음식 내놓고 손님과 눈 마주쳤을 때 웃을 수 있는 음식을 하고 싶다. 길게 봐야 한다. 장사 하루 이틀 하고 말 것 아니지 않은가. 아직은 힘든 게 사실이지만 1년 버텼으니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위의 야심작 ‘알리오 양깃머리’는 기대에 부응해 분당 ‘수연’의 최고 인기 메뉴가 됐다. 케이퍼 피클이 함께 나온다.

사위의 야심작 ‘알리오 양깃머리’는 기대에 부응해 분당 ‘수연’의 최고 인기 메뉴가 됐다. 케이퍼 피클이 함께 나온다.

양깃머리 한 점, 마늘종과 마늘 편을 삼합으로 먹는 게 표준형이다.

양깃머리 한 점, 마늘종과 마늘 편을 삼합으로 먹는 게 표준형이다.

알리오 양깃머리에 양파조개젓무침을 올려 먹어도 새로운 맛이다.

알리오 양깃머리에 양파조개젓무침을 올려 먹어도 새로운 맛이다.

부재료 위에 양을 넣고 기름 둘러 센 불에 빠르게 볶아 ‘알리오 양깃머리’를 만든다. 팬을 돌리고 있을 때 찍어 초점이 흐리다.

부재료 위에 양을 넣고 기름 둘러 센 불에 빠르게 볶아 ‘알리오 양깃머리’를 만든다. 팬을 돌리고 있을 때 찍어 초점이 흐리다.

사위가 분당에 ‘수연’을 내면서 본점에 없는 메뉴로 개발한 야심작 ‘알리오 양깃머리’에 들어가는 부재료. 마늘 편과 마늘종, 다진 파, 베트남 고추다.

사위가 분당에 ‘수연’을 내면서 본점에 없는 메뉴로 개발한 야심작 ‘알리오 양깃머리’에 들어가는 부재료. 마늘 편과 마늘종, 다진 파, 베트남 고추다.

본점에는 없는 4가지 신메뉴 '청출어람'

대전 ‘수연’이 양구이와 양곰탕 두 가지 메뉴만 하지만 분당은 조리법이 다른 새로운 메뉴 4가지가 더 있다. 그 중 최고 인기 메뉴가 ‘알리오 양깃머리’라고 했다. 마늘 편, 마늘종, 베트남고추에 손질한 양깃머리 넣고 기름 친 다음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만들듯 센 불에 볶아 낸다. 상에 내올 때는 케이퍼 피클을 종지에 담아 곁들인다. 손님이 원하면 파스타 면을 넣어주기도 한다. 원조 집 양구이보다 현대적 미각이다.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겠다. 얇게 저민 양과 마늘 편·종을 차례로 얹어 한 점 먹어봤다. 속으로 ‘청출어람(靑出於藍;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이네’ 하는 말이 나왔다. 
사위가 개업하면서 개발한 또 다른 신메뉴 가지양볶음은 양·가지·청경채를 넣고 중화풍으로 볶았다. [사진=분당 ‘수연’]

사위가 개업하면서 개발한 또 다른 신메뉴 가지양볶음은 양·가지·청경채를 넣고 중화풍으로 볶았다. [사진=분당 ‘수연’]

묵은 반찬이나 손질한 양도 그렇지만 곰탕은 대전에서 끓여서 가져온다. 상에 낼 때는 대전과 약간 다르다. 일단 양이 적고 값을 낮췄다. 대전은 1만5000원인데 분당은 1만원이다. 대전은 탕에 다진 파만 넣지만 분당은 불린 당면과 파 채, 다진 파를 넣는다. 양과 파 채 등 건지를 덜어 김무침이나 양파조개젓무침과 싸서 먹기를 권한다. 

대전 ‘수연’ 마당 한 켠의 한뎃부엌에서 장작불로 곰탕을 끓이고 있다. 분당 ‘수연’을 운영하는 사위 정병찬씨는 가스불과 장작불은 국물이 끓을 때 가마솥 안에서 뼈가 튀는 소리부터 다르다고 했다. 불을 바꾸면 맛이 변할 것 같아 섣불리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진=분당 ‘수연’]

대전 ‘수연’ 마당 한 켠의 한뎃부엌에서 장작불로 곰탕을 끓이고 있다. 분당 ‘수연’을 운영하는 사위 정병찬씨는 가스불과 장작불은 국물이 끓을 때 가마솥 안에서 뼈가 튀는 소리부터 다르다고 했다. 불을 바꾸면 맛이 변할 것 같아 섣불리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진=분당 ‘수연’]

양곰탕 원액은 식으면 젤 상태로 변해 솥에서 연두부처럼 찰랑거린다. 한 국자 덜어내자 그 자리 떨림이 30초 넘게 이어졌다.

양곰탕 원액은 식으면 젤 상태로 변해 솥에서 연두부처럼 찰랑거린다. 한 국자 덜어내자 그 자리 떨림이 30초 넘게 이어졌다.

분당 ‘수연’의 양곰탕 준비. 대전과 다르게 불린 당면과 파 채를 바닥에 깔고 미리 익힌 양을 토렴해 올린 다음 끓는 국물을 붓는다.

분당 ‘수연’의 양곰탕 준비. 대전과 다르게 불린 당면과 파 채를 바닥에 깔고 미리 익힌 양을 토렴해 올린 다음 끓는 국물을 붓는다.

다진 파를 고명으로 올려 상에 나갈 채비를 마친 양곰탕.

다진 파를 고명으로 올려 상에 나갈 채비를 마친 양곰탕.

대전 ‘수연’의 넓은 마당 한쪽에는 가마솥 걸린 한뎃부엌이 있다.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 사골·우족을 넣고 푹 곤다. 3~4시간씩 서너 차례 끓여 각 탕을 합친다. 전체 고는 시간이 18시간을 넘지 않게 한다는 게 기준이다. 탕은 진해 식으면 연두부처럼 엉긴다. 큰 솥에서 한 국자를 덜어내자 남은 부분의 출렁거림이 30초 넘게 가라앉지 않았다. 끈기와 탄력이 그 정도라는 몸짓이겠다.  

양곰탕 포장·택배 판매를 알리기 위한 공식 컷. [사진=분당 ‘수연’]

양곰탕 포장·택배 판매를 알리기 위한 공식 컷. [사진=분당 ‘수연’]

분당 ’수연’에서 포장 판매하는 양곰탕 1인분. 택배로도 보내준다. 대개는 양곰탕을 먹은 손님이 맛을 아니까 사 간다. 2인분 이상이면 반찬도 싸준다.

분당 ’수연’에서 포장 판매하는 양곰탕 1인분. 택배로도 보내준다. 대개는 양곰탕을 먹은 손님이 맛을 아니까 사 간다. 2인분 이상이면 반찬도 싸준다.

분당에서는 양곰탕을 포장판매도 하고 주문하면 택배로도 보내준다. 사위는 “의외로 많이 나간다. 와서 먹은 사람들이 사가는 경우가 많다. 먹어보니 맛이 진하니까 사 가는 듯하다”고 했다.



대물림 가르침 "음식 앞에 떳떳해야 한다"

양 손질 수작업을 줄여보려고 여러 곳에서 양을 사다가 집에서 해 먹어보기도 했다. 손님에게 내기는 어려운 품질이었다. 사위는 “장모님이 ‘쉽게 맛을 내기는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해보니 정말 쉽게 해서는 안 되더라”고 했다. 이 여사는 늘 얘기한다. “식구에게 못 먹일 거면 손님 상에도 내지 마라. 음식 앞에서 창피하지 말아라. 창피한 건 내놓지 말아라. 당당해야 한다. 손님이 투정할 때 떳떳할 수 없으면 내지 말아라.” 요는 ‘정직하게 한결같게’였다. 차진 김무침은 이 집의 오래 된 고정 반찬이다. 날김·간장·설탕이 재료의 전부다. 그런데 맛이 깊고 독특하다. 좋은 김을 쓰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사위는 장모와 김을 사러 갔다. 늘 쓰는 김 작황이 올해는 좋지 않다며 거래처에서 한 상자에 33만원을 불렀다. 상에 내는 김무침 100접시가 나오는 양이다. 지난해에는 10만원 조금 넘었는데 값이 엄청나게 올랐다. 엄두가 안 났다. “너무 비싸요” 했더니 장모는 “뭐야, 그냥 해. 오이 하나에 2000원 할 때도 오이소박이 변함없이 상에 냈어. 쌀 때도 있잖아. 한결같아야지” 하고 말을 막았다.
분당 ‘수연’ 계산대 옆에 놓인 ‘블루리본 2017’ 표지. 대전 ‘수연’이 받은 걸 딸과 사위가 새로 시작한 곳에 보탬이 될까 하여 어머니 이 여사가 갖다 놨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분당 ‘수연’은 ‘블루리본 2017’ 수록 대상이 아니다.

분당 ‘수연’ 계산대 옆에 놓인 ‘블루리본 2017’ 표지. 대전 ‘수연’이 받은 걸 딸과 사위가 새로 시작한 곳에 보탬이 될까 하여 어머니 이 여사가 갖다 놨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분당 ‘수연’은 ‘블루리본 2017’ 수록 대상이 아니다.

장모님은 대전 ‘수연’이 받은 ‘블루리본 2017’ 표지를 분당에 가지고 와 계산대 옆에 끼워놨다. 그걸 보는 내 가슴이 뻐근해졌다. 개업한 지 이제 만 1년 되는 분당은 ‘블루리본 2017’ 대상이 아니다. 그래도 혹시 그게 있으면 손님이 더 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자식에게 주는 게 부모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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