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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스 사망사고' 전주톨게이트 가보니 "제한속도 유명무실"

중앙일보 2017.10.25 20:16
사망 사고가 난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 톨게이트 하이패스 차로를 25일 버스 1대가 제한속도를 어긴 채 통과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사망 사고가 난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 톨게이트 하이패스 차로를 25일 버스 1대가 제한속도를 어긴 채 통과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25일 오전 11시 전북 전주시 덕진구 용정동 전주 톨게이트.  
이곳은 전날 오전 9시 20분쯤 하이패스 차로를 건너던 A씨(42·여)가 달리던 시외버스에 치여 숨진 '사고 현장'이다. 하지만 기자가 30분간 지켜본 결과 하이패스 차로를 지나는 차량 가운데 제한속도 30㎞를 지키는 운전자는 거의 없었다.

하이패스차로 잘못들어 통행권 받으려다 40대女 버스 치여 숨져
30km 제한속도있지만 50~90km 속도 안 줄이고 '쌩쌩'
경찰 "무단 횡단이 사고 원인. 버스기사 과속·과실 여부도 수사"
전문가 "하이패스 사이렌 울려도 당황치 말것. 다음 톨게이트에서 정산"

 
톨게이트 수백m 앞부터 '속도제한' 표지가 있고, 도로 바닥 곳곳에 '하이패스'라고 적혀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차량 대부분이 50~90㎞ 속도로 거침없이 통과했다. 덩치 큰 버스와 화물차도 마찬가지였다. 톨게이트 부근 갓길에 정차한 25t 화물차 기사 김모(45)씨는 "단속을 안 하니 제한속도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직전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는 승용차를 몰고 호남고속도로로 나가는 하이패스 차로로 잘못 들어섰다. '하이패스 미부착 차량'이라는 경보음이 울리자 A씨는 운전대를 급히 꺾어 도로 우측 회차로 부근 갓길에 차를 세웠다. A씨의 승용차에는 지인(여) 2명도 타고 있었다.
 
24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 톨게이트를 가로지르던 40대 여성을 친 시외버스 모습. [사진 독자]

24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 톨게이트를 가로지르던 40대 여성을 친 시외버스 모습. [사진 독자]

톨게이트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해 보니 A씨는 통행권을 받기 위해 도로 반대편에 있는 전주영업소 쪽으로 뛰었다. 첫 번째 요금소에서 영업소까지 이어지는 지하통로가 있었지만 A씨는 중앙분리대까지 4개 차로 사이사이에 설치된 어른 허리 높이만 한 가드레일을 넘어 이동하다 버스와 충돌했다.  
 
경찰은 버스 오른쪽 유리창이 심하게 부서진 점으로 미뤄 A씨가 도로 반대편 1차로에 있는 하이패스 차로를 거의 지났을 때 버스에 치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난 버스는 충북 청주에서 대전 유성을 거쳐 전주로 오던 길이었다. 당시 버스 안엔 승객 20여 명이 타고 있었지만 부상자는 없었다.  
 
경찰은 24일 버스 운전기사 B씨(39)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과속 및 과실 여부를 조사했다. B씨는 경찰에서 "충돌 당시 버스 유리창이 '퍽' 소리가 나 급히 차를 멈췄지만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전주 덕진경찰서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보행자가 통행이 금지된 고속도로를 무단 횡단한 게 원인"이라며 "버스 기사에 대해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당시 버스가 30㎞를 넘은 건 확실해 보이지만 정확한 속도는 버스에 장착된 '타코미터'를 확인해 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둔 버스회사 측은 "이번 사고의 1차 책임은 고속도로를 무단 횡단한 A씨 책임이고, 버스의 과속 여부는 2차 문제"라면서도 "사고 당시 버스 속도는 경찰 조사 중이어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A씨 유족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숨진 A씨는 남편과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두고 있다. 전주시 덕진구 모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의 한 가족은 "(A씨가) 차에서 내려 고속도로를 건넌 건 잘못이지만 버스가 제한 속도를 초과하지 않았다면 죽음까진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하이패스 차로에서는 본선 톨게이트는 50m 전방, 나들목(IC) 톨게이트는 30m 전방에서 제한속도를 시속 30㎞로 안내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위반 속도에 따라 벌점은 최대 60점, 범칙금은 최대 13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적용한 사례는 없다. 톨게이트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는 데다 실제 단속에 나설 경우 추돌 사고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년 ~ 2017년 8월말 기준) 하이패스 구역 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총 212건으로 6명이 숨지고 74명이 다쳤다.      
 
전문간들은 실수로 하이패스 없이 하이패스 차로를 무단 통과하는 경우 당황해서 멈칫거리거나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지 말고 그대로 요금소를 빠져나가라고 조언한다.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 장순익 차장은 "하이패스 차로를 무단으로 통과해도 고속도로를 빠져나갈 때 통행료 수납원에게 알려주면 통행료를 정산해 준다"고 말했다.
 
이후 톨게이트 사무실이나 하이패스 콜센터(1577-2504)로 문의해도 된다. 추후 차량 주소지로 발송된 고지서로 미납 통행료를 납부하거나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http://www.ex.co.kr)에서 미납 요금을 조회한 뒤 계좌이체를 통해 납부하는 방법도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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