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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건부 허가"

중앙일보 2017.10.25 18:25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예정 노선도. [자료 강원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예정 노선도. [자료 강원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문화재위원회에서 다시 부결됐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이와는 무관하게 허가를 내주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문화재위원회 25일 재심의 끝에 다시 부결
문화재청 "새로운 이유 없다"며 거부 의사

문화재위 지난해 환경 훼손 이유로 부결
6월 중앙행심위는 부결 부당하다고 결정
'반복 금지 의무'로 다른 부결 이유 필요해
위원들 "이용 측면 고려해 내린 결론" 반발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는 25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강원도 양양군이 신청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에 대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문제를 재심의하고, 지난해 12월에 이어 다시 부결시켰다.

이날 회의와 심의는 지난달 27일 열린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의 요구로 한 달 연기된 끝에 다시 열렸다.

지난 6월 28일 서울 고궁박물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설악산 국립 공원 지키기 국민 행동 등 단체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문화재위원회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재부결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8일 서울 고궁박물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설악산 국립 공원 지키기 국민 행동 등 단체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문화재위원회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재부결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문화재청은 이날 회의 후 문화재위원회의 결정과는 달리 현상 변경을 조건부로 허가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조성래 사무관은 "사업 허가를 내주더라도 산양 보호 대책과 문화재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양양군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현상변경을 허가하면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자문위원회인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지만, 문화재청은 이를 거부한 전례가 없다.
 
문화재청은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중앙행심위)가 지난 6월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하라고 결정한 상황이고, 이날 문화재위원회가 다시 부결했지만, 1차 부결 때 제시했던 것과 다른 새로운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동안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은 '반복 금지 의무' 때문에 고심을 거듭했다.
문화재위원회가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다시 부결시키더라도 지난해 부결시킨 것과 동일한 사유로는 안 된다는 중앙행심위 측의 요구 때문이었다.
일부 문화재위원들은 "이번에는 이용적인 측면까지 함께 고려한 끝에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인데도 문화재청이 동일한 이유로 부결했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앞서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8일 케이블카 설치와 운행이 산양 서식 등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양양군의 신청을 만장일치로 부결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양양군의 청구로 중앙행심위가 이 문제를 다루게 됐고, 중앙행심위는 지난 6월 15일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당시 중앙행심위는 "문화재청이 이 문제를 다루면서 보존과 관리 측면에 치우쳤고, 문화 향유권 등의 활용적인 측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며 "케이블카 사업으로 인한 환경 훼손이 많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화재위원회가 현상변경 허가를 거부한 것은 재량을 잘못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케이블카 허용 문제는 문화재위원회로 되돌아왔고, 이날 10개월 만에 재심의하게 됐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케이블카 반대 설악권 주민대책위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부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케이블카 반대 설악권 주민대책위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부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보호구역 개념이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개념에서 이용과 보존 영역을 구분해서 관리토록 하는 만큼 설악산에서도 정상부 핵심 보호구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제시하며 다시 부결할 것을 요구했다.

'설악산 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과 '케이블카 반대 설악권 주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은 지난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그리고 이날 회의가 열린 고궁박물관 주변에서 케이블카 사업의 부결을 촉구하며 기자회견과 집회를 개최했다.

지난 8월 30일 집단 상경한 강원 양양지역 주민 200여명이 문화재위원회가 열린 경복궁 고궁박물관 앞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문화재현상변경안의 조속한 허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8월 30일 집단 상경한 강원 양양지역 주민 200여명이 문화재위원회가 열린 경복궁 고궁박물관 앞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문화재현상변경안의 조속한 허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천연기념물인 설악산의 남설악 지역(오색~끝청)에 3.5㎞의 케이블카를 587억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하는 사업이다.

환경단체에서는 산양 등 야생동물의 서식 환경이 악화되고, 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외래종 침입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해왔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진행한 실태조사에서는 오색과 끝청에 모두 56마리의 산양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양양군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더라도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공원사업시행허가, 산림청의 산지전용허가 등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케이블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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