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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트럼프 대통령님, 백령도에 전쟁 없게 해주세요”

중앙일보 2017.10.25 15:48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손편지를 쓴 인천시 옹징군 백령초등 5학년 학생들. [사진 백령초교]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손편지를 쓴 인천시 옹징군 백령초등 5학년 학생들. [사진 백령초교]

"트럼프 대통령님 전쟁이 안 나게 해주세요. 북한 때매(때문에) 화가 많이 나시죠. 저도 화가 많이 나요. 그래도 대화로 해주세요."  
"저는 요즘에 뉴스를 보고 전쟁이 날까봐 무섭기도 하고 진짜로 전쟁이 날까봐 겁도 많이 납니다."

인천 옹진군 백령초등 학생 83명 트럼프에 손편지
'북한 때문에 화나시죠? 그래도 대화로 해결'
삐뚤빼뚤 오자 투성이지만 내용은 하나 '평화'
백령초교 1~6학년, 83명 전원 손편지 작성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강경 대응 불안감 고조
학교측 "위기 상황, 접경지 아이의 마음" 담아
손편지 운동본부, 영어로 번역해 전달 할 예정

"만약 북한과 싸우게 되면 대화로 풀으세요(푸세요).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주세요. 전쟁이 안 나게 해 주세요."  
 
백령초교 학생이 정성들여 쓴 삐뚤빼뚤 편지. [사진 백령초교]

백령초교 학생이 정성들여 쓴 삐뚤빼뚤 편지. [사진 백령초교]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백령초등학교 학생들이 쓴 손편지 내용이다. 이 학교 83명 전체 학생들이 썼다. 삐뚤빼뚤, 틀린 글자들이많았다. 하지만 공통적인 내용은 하나였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서해5도 최북단 섬 백령도.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이 곳의 작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음을 담고, 정성을 들여 손편지를 쓴 이유는 뭘까. 다음 달 7일 한국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백령초교 학생이 쓴 손편지. [사진 백령초교]

백령초교 학생이 쓴 손편지. [사진 백령초교]

 
 
 
아이들의 편지 내용은 모두 '전쟁이 아닌 대화, 평화'를 얘기하고 있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함포사격 훈련, 반대편에서 갑작스레 포를 쏘면 어떨까 하는 불안한 심리가 담겼다. 
편지에는 연필로 글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쓴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번 손편지 쓰기는 ‘손편지 운동본부’가 이 학교 측에 제안해서 이뤄졌다고 한다. 전설 위기설 까지 나돈 최근의 상황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서해 최북단 접경지역 아이들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백령초교 학생이 쓴 손편지. [사진 백련초교]

백령초교 학생이 쓴 손편지. [사진 백련초교]

 
실제 북한은 전 세계의 우려 목소리에도 지난달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또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는 등 위기를 고조시켰다.   
여기에 트럼프 미 대통령까지 가세하고 있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모든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여러분이 믿지 못할 정도이며, 알면 매우 놀랄 정도로 완벽하게 잘 준비하고 있다” 등의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최북단 서해5도 주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백령초교 3학년 학생들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쓴 손편지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 백령초교]

백령초교 3학년 학생들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쓴 손편지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 백령초교]

 
아이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손편지 쓰기에 참여한 김혜진(6학년)양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니 영광이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해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최성민군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이 빨리 마무리 되고 하루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령초교 한 학생이 다음달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쟁이 아닌 평화'를 요청하는 손편지를 쓰고 있다. [사진 백령초교]

백령초교 한 학생이 다음달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쟁이 아닌 평화'를 요청하는 손편지를 쓰고 있다. [사진 백령초교]

 
미국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6학년 최지율 학생은 “(미국)대통령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고, 내가 쓴 편지 내용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령초교 2학년 학생들이 쓴 손편지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백령초교]

백령초교 2학년 학생들이 쓴 손편지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백령초교]

 
백령초등학교 학생들이 손편지를 쓰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년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 청와대에 초청받기도 했다.  
백령초교 한 학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손편지를 쓰고 있다. [사진 백련초교]

백령초교 한 학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손편지를 쓰고 있다. [사진 백련초교]

 
백령초 곽경채 교무부장은 “백령도는 북한땅이 한 눈에 보이는 접경지다보니 함포 사격도 자주 있는 등 현재의 분위기는 주민들에게 굉장히 민감한 위기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런 곳에 있는 우리 어린 아이들이 평화의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보내면 평화유지에 조금 더 힘을 써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손편지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백령초교 전경. [사진 백령초교]

백령초교 전경. [사진 백령초교]

 
손편지 운동본부 이근호 본부장 “현재 우리의 상황은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며 “아이들의 마음을 통해 우리 국민이 하나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잘 전달돼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령초 학생들이 쓴 편지는 ‘손편지 운동본부’를 통해 영어로 번역돼 미국대사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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