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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님만큼 비극적인 사람 또 있겠나"…'문고리' 정호성의 최후변론

중앙일보 2017.10.25 11:40
 “우리 정치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 비극적인 사람이 또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대통령을 좀 더 잘 모시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결심 재판서 "잘 모시지 못해 책임감 느껴"
"최순실 때문에 이 상황까지…통탄스럽다"
검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징역 2년6월 구형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징역 5년 구형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5일 열린 자신에 대한 재판 결심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최순실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초안 등 비밀 자료를 넘긴 혐의는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이날 정 전 비서관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2년 6월을 구형했다.
 
검찰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비서관에 대해 징역 2년 6월을 구형했다. 조문규 기자

검찰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비서관에 대해 징역 2년 6월을 구형했다. 조문규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이날 약 5개월 만에 정 전 비서관의 재판을 열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청와대 기밀문서 47건을 최순실씨에게 유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 5월 사실상 심리가 종결됐지만 재판부는 공범인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선고하기 위해 기일을 미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심리 경과에 비춰볼 때 함께 선고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했다”며 “박 전 대통령 사건에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심리가 어느 정도 진행돼 정 전 비서관부터 선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변호인단 전원이 사임하면서 다음 재판이 기약없이 미뤄진 탓이다.
 
“대통령 더 잘 모시지 못한 책임감 느껴”
 
여느 재판이 있던 날처럼 하늘색 수의를 입고 출석한 정 전 비서관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최후진술을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의 시간을 돌이켜볼 때 일주일에 몇 번씩 집에 못 가고 사무실 소파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청소하시는 분들이 들어오시는 소리에 잠을 깼던 나날들”이라며 “공직에 있는 동안 나름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사생활을 포기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노력들이 다 무너진 거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국정운영을 조금이라도 더 잘 해보기 위해서 하나하나 직접 챙기는 대통령님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좌하려는 과정에서 실수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좀 더 잘 모시지 못했던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특별히 잘못됐다거나 부당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자기 지인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통치행위의 일환이라고 생각했고, 과거 대통령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도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순실 때문에 이 상황까지…”
 
또 최순실씨를 언급하며 “나라를 위하고 대통령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것이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했던 최씨의 행동과 연계돼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됐다. 정말 통탄스러운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 또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던 정 전 비서관은 “제가 일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실정법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감수하겠다”며 진술을 마쳤다. 
 
앞서 검찰은 구형의견을 밝히며 “고도의 비밀성이 요구되는 각종 청와대 문건을 유출해 최순실씨가 국정을 농단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 청와대 문서가 악용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5일 오후 2시10분에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선고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 진흥원장 징역 5년 구형
이날 재판부는 ‘포레카 강탈 시도’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온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대한 결심 공판도 진행했다. 검찰은 징역 5년에 벌금 7000만원을 구형했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중앙포토]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중앙포토]

 
송 전 원장은 광고감독 차은택씨와 공모해 포스코 광고계열사 포레카를 인수하려던 업체의 지분을 빼앗으려고 한 혐의(강요 미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차 감독이 나를 원장 자리에 앉혀줬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말해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두 사건은 병합된 상태다.  
 
재판부는 다음 달 1일 차은택씨의 횡령 혐의 재판을 마무리한 뒤 송 전 원장 등과 함께 선고를 하기로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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