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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국감] 불편한 ‘액티브엑스’…한게임ㆍ웹하드 등 44개 사이트에 여전

중앙일보 2017.10.25 06:00
인터넷 결제 시 뜨는 액티브X 설치파일 경고 창.

인터넷 결제 시 뜨는 액티브X 설치파일 경고 창.

직장인 이모(31)씨는 최근 인터넷으로 가방을 구입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 접속했다. 상품을 고르고 배송지 정보를 입력한 뒤 결제 버튼을 클릭하자 ‘안전한 결제를 위해 결제용 암호화 프로그램의 설치가 필요합니다’라는 창과 함께 액티브엑스(ActiveX)를 설치하라는 창이 생겼다. 여기엔 ‘확인’ 버튼만 있어서 딱히 거부할 권리도 없었다. 시키는대로 프로그램을 설치하자 이번엔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몇 번에 걸쳐 ‘확인’ ‘예’ 등의 버튼을 누른 끝에 결제가 완료되나 싶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 메시지와 함께 웹 브라우저가 강제 종료됐다. 재부팅(컴퓨터를 사용하다가 멈췄을 때 끄고 키는 행위)을 했더니 덕지덕지 깔린 프로그램들 때문에 컴퓨터의 속도가 느려져 있었다. 이씨는 “간편하게 주문하려 했는데 오히려 시간만 잡아먹었다”며 “차라리 은행에 가서 결제하는 게 빠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00대 사이트 44곳에 358개 설치돼
금융ㆍ포털ㆍ교육 사이트에서 여전히 사용중
“액티브엑스 퇴출,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액티브엑스는 인터넷 사용자에게 있어 ‘절대악’이다. 원하지도 않는 보안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다 오류 메시지가 뜨기 일쑤다. 안정적 설치를 이유로 작업 중인 웹 브라우저 창을 강제종료 시키거나 브라우저 자체가 느려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온라인에서는 ‘액티브엑스 폐지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여전히 국내 100대 사이트 중 44곳에 358개의 액티브엑스가 설치돼 있다는 통계결과(2016년)가 나왔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100대 사이트 분야별 액티브엑스 사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액티브엑스가 가장 많이 설치된 사이트는 한게임(22개), 웹하드(15개), NH농협ㆍ신한은행ㆍ천리안(12개), KB국민은행(11개)였다. 100대 사이트는 분야별로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가 많은 순위로 선정됐다.
 
자료=고용진 의원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고용진 의원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00대 사이트를 10개의 분야(각 분야마다 10개 사이트 포함)로 분류했을 때의 액티브엑스 설치 갯수는 금융(71개), 포털(51개), 교육(48개), 엔터테인먼트(46개), 인터넷서비스(33개), 미디어(32개), 비즈니스·생활레저(25개), 쇼핑(19개), 커뮤니케이션(8개) 순이었다.
 
앞서 2014년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정부는 공공 및 금융기관과 쇼핑몰 등 온라인 사이트의 액티브엑스 감축을 주문했었다. 당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면서 주인공이 입던 ‘천송이 코트’를 구입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액티브엑스 때문에 불편을 겪던 게 화제가 되면서다. 이 때문에 2016년 통계를 2015년과 비교하면 액티브엑스 프리사이트(설치를 요구하지 않는 사이트)는 14개에서 56개로 4배 늘어났고, 100대 사이트의 액티브엑스 수도 621개에서 358개로 줄었다. 하지만 아직도 사용자들의 불편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액티브엑스 퇴출을 촉구하는 내용의 ‘짤방’들. [사진 액티브엑스 폐지 서명운동]

액티브엑스 퇴출을 촉구하는 내용의 ‘짤방’들. [사진 액티브엑스 폐지 서명운동]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액티브엑스를 ‘ICT(정보통신기술) 적폐’로 규정하고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트에 ‘노 플러그인’(No-plugin) 정책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플러그인(plugin)은 사이트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엑티브엑스가 대표적이다.
 
액티브엑스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서만 이용할 수 있어 다른 브라우저와의 호환성이 떨어지고, 악성코드의 침투 경로로 활용될 수 있어 보안에도 취약하다. 이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윈도8부터 액티브엑스의 지원을 끊고 사용중단을 권유하고 있는 이유다. 
 고용진 의원은 “액티브엑스를 너무 많은 사이트에서 사용하고 있다보니 하루아침에 없애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쾌적한 웹 환경 조성과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액티브엑스는 물론 일체의 플러그인을 모두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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