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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조민호의 이렇게 살면 어때(30) “6개월, 세상과 독대해 보니~”

중앙일보 2017.10.25 01:03 경제 8면 지면보기
포월침두의 '독대'. 이곳에 있으면 무소유까지는 아니어도 '적게 가질수록'의 미덕 정도는 깨닫는다. [사진 조민호]

포월침두의 '독대'. 이곳에 있으면 무소유까지는 아니어도 '적게 가질수록'의 미덕 정도는 깨닫는다. [사진 조민호]

 
6개월이 지났다. 애초에 예상했던, 6개월이 되면 이곳 산 생활도 몸에 익어 시간이 다시 제 속도를 찾아 빨리 달아날 거라는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그래서 나는 포월침두를 떠나기로 했다.  

떠나온 세상에 미련 같은 거 없다
낯선 세상도 새 마음이면 할 것 많더라
겨울 가고 꽃 피면 나는 또 떠날 것이다


 
차례를 지켜가며 피던 마당의 들꽃들도 구절초를 끝으로 마감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써 왔던, 마지막이라 무엇을 쓸까 고민하며 한 회를 건너뛴 “이렇게 살면 어때”도 오늘로 마감이다.  
 
혼자라서 무서웠고, 혼자라서 외로웠지만, 혼자라서 자유로웠고, 혼자라서 가벼웠다. 잠이 오면 잤고, 먹고 싶으면 먹었다. 어떤 때는 넘쳐나는 시간을 어쩌지 못해 세상에서 밀려났다는 기분이 들만도 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이유로 나 자신을 괴롭힌 적이 없다. 게을렀어도 나였고, 뙤약볕 아래에서 소출을 약속받지 못하는 헛농사를 지어도 나였다. 
 
 
'이렇게 살면 어때'에 가장 많이 등장하신, 안 계셨으면 산 생활이 무척 적적했을 아랫집 목사님. [사진 조민호]

'이렇게 살면 어때'에 가장 많이 등장하신, 안 계셨으면 산 생활이 무척 적적했을 아랫집 목사님. [사진 조민호]

 
 
두꺼비, 뱀, 말벌과 함께 한 세월
 
읽지 못했던 책, 듣지 못했던 음악에 빠져 고요할 때도 있었지만 처음 해보는 산 생활은 대체로 액티브하고 버라이어티했다. 두꺼비와 뱀, 말벌과 지네, 밤마다 뜨는 별들과 시냇가의 반딧불이들 덕분에,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 실수들로 인해 어제 같은 오늘이 단 하루도 없었던 6개월이었다. 손을 꼽아 세니 6개월이지 느낌으로 세면 2년은 된 듯하다.  
 
“이렇게 살면 어때”로 6개월을 살아보니~떠나 온 세상에 대한 미련 같은 거, 개나 갖다 줘나더라.구질구질 폼 안 나게 이쪽저쪽 기웃기웃할 것 없이 낯선 새 세상에서도 마음만 새 마음이면 할 것만 많더라. 재미난 것만 많더라. 머리 쓰지 않고 몸 쓰니 세상 편하더라. 그러니 제발 불안해 할 것도 없고, 부러워 할 것도 없고, 내 맘대로 살지 못했던 그 놈의 세상, 잘 떠났지 잘 버렸지. 뒤도 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갈 거더라.
 
 
인생 후반전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듯 욕심없는 삶이길. [사진 조민호]

인생 후반전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듯 욕심없는 삶이길. [사진 조민호]

 
다시 겨울 지나 꽃이 피면 나는 또 떠날 것이다. 어디로? 글쎄, 처음 6개월로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세상을 독대하는 법을 배웠으니 맘이 가는 대로, 세상이 나를 데려가는 대로~  
 
애들 다 컸는데 뭐. 돌아올 집 있는데 뭐. 돈이야 매일 고기 먹을 거 아닌데 뭐. 이렇게 살면 어때 뭐. ㅎㅎ
 
조민호 포월침두 주인 minoz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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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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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 조민호 포월침두 주인 필진

[조민호의 이렇게 살면 어때] 퇴직은 갑자기 찾아왔다. 일이 없는 도시의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고, 이러다 죽는 날 아침에 “뭐 이렇게 빨라, 인생이?” 할 것 같았다. 경남 거창 보해산 자락, 친구가 마련해준 거처에 ‘포월침두’라는 이름을 지어 붙이고 평생 처음 겪는 혼자의 시간을 시작했다. 달을 품고(抱月) 북두칠성을 베고 자는(枕斗) 목가적 생활을 꿈꿨지만 다 떨쳐 버리지 못하고 데려온 도시의 취향과 입맛으로 인해 생활은 불편하고 먹거리는 가난했다. 몸을 쓰고, 글을 쓰자. 평생 머리만 쓰고 물건 파는 글을 썼으니 적게 먹어 맑은 정신으로 쓰고 싶은 글, 몸으로 쓰는 글을 쓰자, 했다. 올 3월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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