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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제 1호 팔만대장경

중앙일보 2017.10.25 00:01
인류 최고의 기록문화유산으로 꼽히는 팔만대장경 대장경판 진본이 공개된다. 경남 합천 해인사와 인근의 대장경테마파크에서 11월 1일까지 열리는 '2017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을 통해서다. 이번에 최초 전시되는 대반야바라밀다경 대장경판. 양보라 기자

인류 최고의 기록문화유산으로 꼽히는 팔만대장경 대장경판 진본이 공개된다. 경남 합천 해인사와 인근의 대장경테마파크에서 11월 1일까지 열리는 '2017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을 통해서다. 이번에 최초 전시되는 대반야바라밀다경 대장경판. 양보라 기자

우리나라에는 무려 2만1000개가 넘는 사찰이 있다. 하루 한 군데씩 들른다고 가정해도 장장 57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많은 사찰 중 일생에 꼭 한번은 들러봐야 할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아마 삼보(三寶) 사찰이라고 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삼보사찰은 문자 그대로 보물과 같은 3개의 사찰을 가리킨다. 부처님 사리를 모신 경남 양산 통도사와 16명의 국사(國師)를 배출한 전남 순천 송광사가 꼽힌다. 그리고 삼보사찰의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하는 곳이 경남 합천 해인사다. 
해인사 맨 꼭대기에 자리한 장경판전.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목조건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양보라 기자

해인사 맨 꼭대기에 자리한 장경판전.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목조건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양보라 기자

해인사가 명찰(名刹)로 꼽히는 이유는 우리가 짐작하는 바대로다. 우리나라 불교 문화재의 정수 팔만대장경(합천 해인사 대장경판·국보 32호)이 해발 700m 가야산 중턱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52호)에 봉안돼 있다. 불심으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고려 고종 23년(1236년)부터 16년에 걸쳐 제작된 8만1350장의 목판은 현재까지 소실돼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대반야바라밀다경 특별전서 최초 공개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보물
11월 1일까지 경남 합천 대장경테마파크서
해인사 마애불 입상·신라왕 어수정도 공개

팔만대장경은 여러모로 전설과 같은 문화재로 손꼽힌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완성도에서 찾을 수 있다. 층층이 쌓으면 높이 3250m로 백두산(2744m)보다 높으며, 한 줄로 이으면 150리(60㎞)까지 이어지는 대장경판의 오탈자율은 놀랍게도 0.0003%에 불과하다. 수령 40년 이상 된 나무를 골라 벌목하고, 바닷물로 쪄내 진을 제거하고, 1년여간 정성스레 말렸다가 각수(刻手)가 한자 한자 새길 때마다 절을 올리는 정성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했을 일이다. 
장경판전 중정. 평소에는 중정 안에서 창살을 통해 팔만대장경의 옆모습만 볼 수 있다. 양보라 기자

장경판전 중정. 평소에는 중정 안에서 창살을 통해 팔만대장경의 옆모습만 볼 수 있다. 양보라 기자

하지만 이 위대한 문화재는 또 다른 의미에서도 전설이기도 하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누구도 본 사람은 없다는 전설 말이다. 팔만대장경을 구경한답시고 해인사를 방문했다간 허탈해지기 일쑤다. 안타깝게도 현재 일반 관람객이 팔만대장경의 글씨가 새겨진 부분을 볼 방도는 없다. 대장경을 보관한 건물 장경판전(국보 52호)의 창살 틈으로 빽빽하게 꽂힌 목판을 바라보는 게 관람의 전부다. 낙산사(2005년)·숭례문(2008년)·화엄사(2012년) 등에 연이어 방화사건이 터지자 해인사 측은 2013년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장경판전의 중정(中庭·마당) 입구를 통제했다. 2017년 1월 겨우 제한을 풀어 장경판전 바깥쪽, 장경판전 중정에서 창살 사이로 팔만대장경을 희미하게 느낄 수있을 뿐이다. 
해인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경남 합천 대장경테마파크 [사진 대장경세계문화축전]

해인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경남 합천 대장경테마파크 [사진 대장경세계문화축전]

관람객이 최초 전시된 팔만대장경인 대반야바라밀다경과 대방공불화엄경(오른쪽)을 살펴보며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관람객이 최초 전시된 팔만대장경인 대반야바라밀다경과 대방공불화엄경(오른쪽)을 살펴보며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극소수의 스님과 보존국 직원만 ‘알현’했던 팔만대장경 진본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극히 드문 기회가 찾아왔다. 해인사와 인근 경남 합천 대장경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축제 ‘2017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을 통해서다.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은 팔만대장경에 앞서 제작된 초조대장경(1011년 제작, 1232년 소실)을 기준으로 고려대장경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1년 처음 시작됐다. 2011·2013년 개최된 이후 올해 3회째를 맞는 축제에 팔만대장경 공개 행사가 열린다. 축제가 진행되는 11월 1일까지 대장경테마파크 대장경천년관에 대장경판 8점이 전시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대장경판 중에는 특히 팔만대장경 고유번호 1번(K1)이 붙어있는 ‘대반야바라밀다경’이 포함됐다. 대반야바라밀다경 대장경판은 1237년 정유년 제작된 최초의 팔만대장경으로 완성 후 60갑자로 13바퀴를 돈 2017년 정유년인 올해, 일반 대중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강화도 선원사에 보관하던 대장경판을 조선 태조 7년(1398년) 가야산 해인사로 옮긴 것을 재현하는 행사가 8월 31일 대구 도심에서 열렸다. 불교신자들이 모형 대장경판을 머리에 이고 걷고 있다. [중앙포토]

강화도 선원사에 보관하던 대장경판을 조선 태조 7년(1398년) 가야산 해인사로 옮긴 것을 재현하는 행사가 8월 31일 대구 도심에서 열렸다. 불교신자들이 모형 대장경판을 머리에 이고 걷고 있다. [중앙포토]

팔만대장경 진본을 옮기기 전 부처님께 허락을 구하는 의식 '고불식'을 치르는 장면. [사진 대장경세계문화축전]

팔만대장경 진본을 옮기기 전 부처님께 허락을 구하는 의식 '고불식'을 치르는 장면. [사진 대장경세계문화축전]

대장경세계문화축전 개막(10월 20일)에 앞서 10월 16일 팔만대장경 대장경 진본을 옮기는 '이운'이 진행됐다. [사진 대장경세계문화축전]

대장경세계문화축전 개막(10월 20일)에 앞서 10월 16일 팔만대장경 대장경 진본을 옮기는 '이운'이 진행됐다. [사진 대장경세계문화축전]

이번 축전 기간 특별 공개되는 보물이 또 있다. 해인사 마애불 입상이다. 이 불상은 가야산 해발 1000m 지점, 높이 7.5m, 너비 3.1m 크기의 자연바위에 부조로 조각됐다. 보물 222호로 지정된 이 불상은 9세기 무렵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애불 일대는 스님의 비밀스러운 기도 장소로, 해인사에서 마애불로 향하는 참배길은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돼 왔다. 축전 폐막과 함께 마애불 참배길은 닫히고, 다시 스님의 수행공간으로 되돌아가니 특별 개방 기간을 노려볼 일이다. 
스님의 기도처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었던 가야산 마애불도 축제 기간에 공개된다. [사진 대장경세계문화축전]

스님의 기도처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었던 가야산 마애불도 축제 기간에 공개된다. [사진 대장경세계문화축전]

신라왕의 전설이 깃든 우물 어수정(御水井)도 복원공사를 끝내고 이번 축전에 맞춰 공개됐다. 신라 40대 애장왕(788∼809)은 병으로 고생하던 차 가야산 근처에서 순응과 이정이라는 고승을 만나 병을 고치고 그 보답으로 802년 해인사를 창건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애장왕이 해인사에서 마시면서 사용한 우물이 1200년 만에 복원된 어수정이다. 해인사 경내에 있다. 
복원을 마치고 대장경세계문화축전에 맞춰 개방된 어수정. [중앙포토]

복원을 마치고 대장경세계문화축전에 맞춰 개방된 어수정. [중앙포토]

축제 기간 동안 대장경테마파크 안팎에서 체험거리도 즐길 수 있다. 대장경판에 먹을 바르고 종이에 찍어보는 탁본 체험, 모형을 조립해 장경판전 만들기 등이 무료다. 팔만대장경을 새긴 각수처럼 나무에 글씨를 새기는 판각체험 등은 유료(1인 5000원)로 진행된다. 대장경세계문화축전 입장료 어른 1만원, 어린이 6000원. 해인사·대장경테마파크 입장 포함. 개방시간 해인사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대장경테마파크 오전 9시~오후 5시.
팔만대장경 판각 체험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팔만대장경 판각 체험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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