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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만 궁금한 스타일 지식]235, 4, 37, 6 ½ 웬 암호?

중앙일보 2017.10.25 00:01
평소 패션에 대해 ‘왜 그럴까’ 궁금한 것들이 있다. 오래 전부터 이유도 모른 채 일상적으로 즐기거나, 혹은 너무 사소해서 누구에게 물어보기 멋쩍은 그런 것들이다. ‘사소하지만 궁금한 스타일 지식’은 쉽게 접하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패션 상식을 소개하는 코너다. 이번에는 ‘각 나라별로 다른 신발 사이즈 표기법’이다.   
신발 안쪽에 신발 사이즈를 표시하는 여러가지 숫자들이 함께 써 있다. [사진 리복]

신발 안쪽에 신발 사이즈를 표시하는 여러가지 숫자들이 함께 써 있다. [사진 리복]

235, 4, 37, 6 ½.  

나라마다 다른 알쏭달쏭 신발 사이즈
세계적으로 통일된 표준화 규격 없어
한일은 미터법, 영미는 '바리콘' 기준


모두 신발의 한 가지 크기를 표시하는 숫자들이다. 분명 신발은 하나인데 크기를 표시하는 방식은 이렇게 다양하다보니, 서 너 개 숫자가 동시에 적혀 있는 경우엔 무슨 숫자를 보고 크기를 확인해야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아니, 그나마 다 적혀 있는 건 낫다. 내가 알고 있는 발 사이즈는 235㎜인데, 그 대신 37이나 6 ½ 식으로 암호같은 숫자만 적혀있을 때는 난감해진다. 왜 이렇게 많은 표시가 필요한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각 나라마다 신발 크기를 표시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걸쳐 제품을 유통하는 브랜드라면 사이즈 라벨에 여러 가지 기준에 따른 크기를 다 표기해놓는다. 반면 우리에겐 생소한 유럽이나 북미 지역 기준의 생소한 숫자 하나만 써 있을 때는 ‘뭐가 나한테 맞는 걸까’라는 고민의 시간이 필요해진다.  
나라별로 쓰는 신발 사이즈 기준은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나온 캐리의 구두, 마놀로 블라닉. [사진 마놀로 블라닉]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나온 캐리의 구두, 마놀로 블라닉. [사진 마놀로 블라닉]

현재 신발 사이즈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일된 규격은 없다. 1980년대 스위스의 국제표준화기구가 보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신발 사이즈 표준화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시도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화하지 못했다. 각 나라마다 사용하고 있는 기준이 너무 다른 데다 이미 오랫동안 써와 새 기준을 도입하자고 제조업체나 소비자를 이해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나라마다 다른 사이즈 체계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소비자가 알아서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 사이즈를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일단 우리나라는 밀리미터(㎜), 일본은 센티미터(㎝) 단위를 쓴다. 사이즈는 똑같이 5㎜씩 편차로 커지고 작아진다. 반면 중국·홍콩·대만은 호(号)를 쓴다. 계산법은 한국 신발 사이즈를 기준으로 50을 뺀 다음 5로 나누면 된다. (한국 사이즈㎜-50)/5 의 계산식이다. 한국 신발로 220㎜는 34호, 240㎜는 38호다.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유럽이 각각 다른 사이즈 단위를 사용한다. [사진 육스 홈페이지]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유럽이 각각 다른 사이즈 단위를 사용한다. [사진 육스 홈페이지]

 
여기까지는 쉽다. 일찍이 미터법을 사용해온 우리로서는 밀리미터, 센티미터의 변환이 쉽게 되니 말이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의 사이즈다. 밀리미터 단위의 사이즈가 함께 써 있다면 모를까, 우리와 완전히 다른 사이즈 체계를 가지고 있어 잘 따져보지 않으면 도통 어느 정도 크기인지를 가늠할 수가 없다.  

또 주의할 점은 유럽과 영국이 다른 단위를 쓴다는 것이다. 유럽은 미터법을 기본으로 한 ’파리 포인트’를 기본적인 신발 사이츠 체계로 운용한다. 실제 발 뒤꿈치 끝에서 발가락 앞까지의 길이에 발가락 앞의 여유 공간을 포함해서 표기하는 방법으로, 발 안쪽 길이(㎝)에 1.5㎝를 더한 후 여기에 다시 여유분으로 1.5를 곱한 수치다. 내 발을 그대로 잰 길이가 23㎝라면 (23+1.5) x 1.5 = 36.75 으로 신발은 EU 36.5나 EU 37을 선택하면 된다.  
영국은 1324년 에드워드2세가 도입한 신발 사이즈 체계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보리 한 알의 길이를 뜻하는 발리콘(barleycorn)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길이로 따지면 3분의 1 인치(8.46㎜)를 뜻한다.  
신발 사이즈는 자신의 발 뒤꿈치에서 발가락 끝까지의 길이를 인치 단위로 환산한 후 여기에 3을 곱하고 23을 뺀다. 23은 가장 작은 성인 사이즈인 0의 발리콘 사이즈로 계산한 것이다. 예컨대 발 길이가 225㎜라면 인치단위로 먼저 환산한 8.86인치를 기준으로, 3 x 8.86 -23 의 식으로 계산한 3.58가 나온다. 이 사람은 UK4를 선택하면 된다.
미국·캐나다로 대표되는 북미 지역은 영국식 사이즈 측정법에 기반을 두었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변형된 치수 단위를 사용한다. 이 역시 인치로 잰 자신의 발 길이에 3을 곱한 후 여성은 23, 남성은 24를 빼면 된다. 쉬운 계산법으로는 남성이라면 백의 자리와 십의 자리를 더하고 나머지 일의 자리는 소수점으로 붙이면 된다. 예컨대 265㎜라면 2+6+0.5=8.5의 계산식으로 8.5 사이즈다. 여성은 같은 계산식에 1을 더해준다. 235㎜일 경우 2+3+0.5+1=6.5로 6.5 사이즈다.  
 
같은 사이즈가 적혀있다해도 구두와 운동화는 크기가 다르다.                [사진 리복]

같은 사이즈가 적혀있다해도 구두와 운동화는 크기가 다르다. [사진 리복]

여기서 잠깐. 운동화와 구두도 사이즈 기준이 다르다. 구두는 발 자체의 길이를 기준으로 삼는 반면, 운동화는 신발의 아웃솔(밑창) 길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같은 235㎜라고 표시되어 있더라도 구두는 내 발의 길이에 여유분을 더한 것이라면 운동화는 신발 자체의 길이로 봐야 한다. 운동화를 선택할 때 구두보다 한 두 사이즈 정도 큰 것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발 사이즈 어떻게 선택할까
신발은 발이 부어 있는 오후에 선택해야 실패가 적다. [사진 핀터레스트]

신발은 발이 부어 있는 오후에 선택해야 실패가 적다. [사진 핀터레스트]

우리의 발 크기는 성장이 멈춘 후에도 계속 바뀐다. 몸 상태나 활동 환경, 활동량, 자세, 나이 등에 따라 발 크기와 모양이 달라지고, 당연히 그에 따라 맞는 신발 사이즈도 달라진다. 지난해 맞았던 신발이 올해 다시 신어봤을 때 갑자기 불편해지는 이유다. 때문에 새로 신발을 살 때는 기억해뒀던 신발 사이즈를 그대로 제시하는 것보다 다시 측정하든지 원래 알고 있는 사이즈보다 앞 뒤로 한 치수씩 크고 작은 신발을 직접 신어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  
하루에도 발 크기가 달라진다. 오후에 대부분 발이 부어 오전보다 발이 커진다. 따라서 신발을 살 때는 오전보다는 오후에 사야 실패가 없다. 반대로 신발을 살 때 평소보다 발이 많이 부어있는 상태라면 조금 빡빡하게 끼는 것을 선택한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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