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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노영범의 소울루션(8) "오늘 문단속 확인 몇번 했나요?" 살아있는 죽음 '강박증'

중앙일보 2017.10.22 06:00
강박. [중앙포토]

강박. [중앙포토]

 
우리는 살면서 종종 강박적 성격을 경험한다. 문단속은 잘했는지, 가스 밸브는 잠갔는지, 답안지에 답을 잘 옮겨 적었는지, 더 나아가 물건이 원하는 모양으로 놓여있는지 등등. 이런 정도는 일상생활에 장애를 주거나 괴로움을 가할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원치 않는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괴로움을 겪고 그러한 행동을 피하려 할수록 불쾌감과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은 강박증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문단속이 잘됐는지 의심이 돼 몇 차례고 계속 확인하는 경우, 어딘가에 접촉하거나 볼일을 볼 때마다 수십 번 손을 씻는 경우, 완벽한 이해를 위해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거나 접속사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는 행위가 과도해 독서를 방해하는 경우, 머리 손질에만 1시간 이상 걸릴 정도로 완벽을 추구해 외출 시마다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 살인·폭행·절도·방화·변태적 성행위 상상 등 혐오스러운 생각이 충동적으로 계속 떠올라 고통스러운데도 그러한 생각이나 행동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경우가 그것이다.   
 
 
손씻기에 대한 강박. [일러스트 강일구]

손씻기에 대한 강박. [일러스트 강일구]

 
강박증은 불안에서 비롯된다. 문단속에관련된 강박은 안전에 대한 불안, 손씻기에 관련된 강박은 오염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한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조그만 불안에 대한 반응이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을 괴롭히는 강박적 사고와 행동으로 고착된다.
 
고통을 느끼면서 강박적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개 강박증을 가진 사람은 완벽주의 경향이 강하다. 평소 열등감에 젖어있고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크게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룰 수 있는 사소한 일에서 만족과 성취감을 느끼려고 끊임없이 반복하여 확인행동을 한다. 본인이 괴롭다고 느낄 정도에 달하여 중독성을 띨 때까지 말이다.(참고 김선인 저 『살아있는 죽음,강박증』) 
 
 
의심많아 확인반복하는 ‘양명병’
 
고대자연의학서 상한론에는 강박증을 어떻게 표현하였는지 살펴보자. 먼저 의심이 많아 반복적으로 확인하려는 심리상태가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을 양명병(陽明病)이라 하였다. 여기서 밝을 명(明)은 어떤 일을 대할 때 분명하게 밝히려는 행위를 지칭하는 글자다. 반복적 사고와 행위가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을 고대인들은 밝을‘명’으로 표현하였다. 
 
 
서울대병원 집단치료실에서 강박증 치료법 중 하나인 근육이완치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대병원 집단치료실에서 강박증 치료법 중 하나인 근육이완치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다음으로 만족감과 성취감을 취하기 위해 중독된 심리상태를 ‘위가실시야(胃家實是也)’라 한다. 여기서 열매 ‘실(實)’은 부족한 마음을 가득 채우려는 행위를 뜻하고, 옳을 ‘시(是)’는 옳게 일이 되었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하려는 행태를 가리킨다. ‘난이전측(難以轉側)’은 사고 전환이 어려운 것을 말하는데 강박증의 고집불통 사고방식을 절묘하게 나타낸다.
 
혹자는 상한론에 등장하는 한자에 대해 자의적 해석과 논리적 비약을 거쳐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제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고대인들이 질병을 앓는 환자의 행동과 병의 경과를 관찰해 갑골문으로 기록한 내용을 고문자적으로 해석해 이해한 것으로 신뢰를 가져도 된다.
 
실제 필자가 치료하는 환자들의 예후관찰을 통한 상한론 처방으로 높은 호전도를 이끌어 낸 것을 보면, 신경정신과 분야에서 상한론의 해석과 적용은 놀라운 발견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박증에 시달리다 필자를 찾아온 한 환자의 사례를 보자. 문단속 여러 번 하기, 손을 수십 번 씻는 습관, 정리정돈에 집착하기, 종이를 대칭으로 각을 세워 정렬하는 버릇 등 환자는 어린 시절부터 강박성향이 강했다. 그는 20대 중반에 갑자기 고관절부위가 아파 서울 모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고관절염이라는 그리 심각하지 않은 진단을 받았지만 그는 좌우의 다리길이가 차이가 난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저장강박증 주민 집에서 나온 쓰레기. [부산=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장강박증 주민 집에서 나온 쓰레기. [부산=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 후에 똑바로 걸으려고 균형 잡기에 신경을 썼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발모서리를 세운 채 쩔뚝거리며 걷는 듯 했다. 환자 본인은 그렇게 걸어야 좌우 대칭이 된다고 생각하였고 약 10년에 걸쳐 척추치료, 고관절치료, 정신과 치료, 상담치료를 하였지만 실제 교정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는 무언가 잘못된 것을 인식했으나 사고의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똑바로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압박할수록 두 다리는 엇박자로 움직였다. 기질적인 장애는 아니지만 장애인과 같은 불편함을 겪었다. 이는 정신적 장애가 신체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다.
 
초진 시에도 고지식하고 자기주장이 강하여 커피관장만이 자기 병을 고칠 수가 있다고 강하게 고집을 피우며 진료실에서 난동을 부렸다. 결국 한약과 커피 관장을 동시에 병행하자고 설득해 치료에 들어가게 되었다.
 
 
괴로움. [중앙포토]

괴로움. [중앙포토]

 
필자는 강박증으로 인해 반복된 행위를 그만두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환자의 사고전환이 어려운 상태를 확인한 후 양명병으로 진단하고 난이전측 조문이 있는 백호탕을 처방했다.
 
복용 2주 만에 그는 커피관장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30일 후에는 두 다리로 정상적인 보행을 했다.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 후 지속적인 복용으로 강박증으로 인한 일상생활 관련 장애가 없어졌다. 강박성향은 여전히 잔존해 그로 인한 망상 증상을 보였으나 강박증 증상은 거의 사라졌다. 
 
 
부모 통제도 강박증 원인  
 
 
강박증. [중앙포토]

강박증. [중앙포토]

 
이외에도 필자는 무수하게 많은 강박증 사례를 접했다. 실제 동성애 성향이 아닌데 동성애 영상을 보며 반복적으로 자위행위를 하는 청년, 저자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글자 하나하나를 분석하며 책을 읽는 남자,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한 이후로 본인이 자살할 것 같은 생각에 20년 동안 고통 속에 사는 여성, 문단속을 할 때마다 매일 핸드폰 사진을 찍어야 안심하고 외출이 가능한 중년신사 등등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특히 요즘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삶보다 부모의 통제 하에 살아온 사람이 강박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강박증은 스스로 증상의 악화를 초래하므로 당사자를 포함한 주변까지 고통스럽게 만든다. 쓸데없는 데 연연해 자신을 망치는 병일 수 있다. 안타깝게도 환자 본인은 강박 행동이나 사고를 쉽게 떨칠 수 없어 치료가 어려운 병이다. 그러나 상한론 한약 처방은 강박증에 젖어 있는 몸과 마음을 서서히 변화시킨다. 강박증으로 깨어진 인체 시스템이 정상화되면 어느새 달라진 자신을 만날 수 있다.
함께 희망을 갖자.
 
노영범 대한상한금궤의학회 회장 neoher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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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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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범 노영범 노영범부천한의원 대표원장, 대한상한금궤의학회 회장 필진

[노영범의 소울루션] 그동안 한약은 보약이란 인식이 강했다. 병을 치료하는 건 양약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앞으론 한약도 치료 약으로 쓰이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화학적 조합으로만 만든 양약은 강한 독성을 띨 수밖에 없다. 반면 한약은 생약 성분으로 이루어져 몸에 이롭다. 한약이 치료 약으로 사용된다면 양약이 쳐놓은 울타리를 허물어 의학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전문 한의사가 진단체계를 상세하게 소개한 '상한론'을 바탕으로 치료 약으로서의 한약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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