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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의 寫眞萬事]재래시장의 유혹,코리아페스타

중앙일보 2017.10.20 00:05
서울 남대문시장 코리아페스타 개막식 행사에 초청된 가수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 코리아페스타 개막식 행사에 초청된 가수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장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공연장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어제를 보고 싶으면 박물관을, 오늘을 보고 싶다면 시장을 찾아가라는 말이 있다. 어제와 오늘이 무 자르듯 분명하게 구분되기 어려운 것이긴 해도, 박물관의 옛 것을 보며 오늘을 생각하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어제와 내일을 생각하는 것은 분명 일상을 벗어난, 혹은 일상 속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문득, ‘왜 이렇게 사는 것이 힘들까’ 느껴질 때, 발길 가는 대로 가다가 닿은 시장이 주는 위안은 가볍지 않다. 아예 처음부터 한 치의 에누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를 찾아가서 ‘아, 기운을 차리고 다시 살아야 겠다’ 라는 결의를 다지기는 어렵다. 백화점의 가격표엔 합의를 강요하는, 어떤 권위나 도전하기 어색한 분위기가 있다. 그런 곳을 찾아갈 때마다 ‘아, 버겁다. 도대체 이 가격은 누가 정한거지?’ 라는 반발심이 머리를 들지만 사는 자도 파는 자도 함부로 그 가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시장은 다르다.
 
축제 기간 노점으로 나온 남대문시장 상가의 상품들.평소 노점에서 팔지 않는 제품들이며 품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물론 흥정이 가능하다.

축제 기간 노점으로 나온 남대문시장 상가의 상품들.평소 노점에서 팔지 않는 제품들이며 품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물론 흥정이 가능하다.

 
공예품의 품질이 좋다.상가에 입점한 상인들의 상품이다.

공예품의 품질이 좋다.상가에 입점한 상인들의 상품이다.

 
 파는 자나 사는 자나 모두 흥정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래시장의 가격은 고무줄 같은 유연성이 있다. 물론 이 유연성은 사람의 기질에 따라 누구에게는 불편하게, 누구에게는 기회로 여겨진다. 유연함을 기회로 여기는 사람에게 시장은 자유분방한 장소다. 가격과 분량을 놓고 사는 자와 파는 자 사이에 벌어지는 흥정은 가장 말단의 경제 거래로서, 이른바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가장 강렬하게 발산하는 산 자들의 행위다. 막 건져 올린 물고기 같은 이 거래 행위가 의기소침한 자에게 묘한 응원이나 위안이 되기도 하는데 이는 시장이 거래를 위한 장소일 뿐 아니라 인본적이고, 지역적이며, 문화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대문시장의 명물 갈치조림.1인분에 8000원이다.익히 알려진대로 맛이 훌륭하다.

남대문시장의 명물 갈치조림.1인분에 8000원이다.익히 알려진대로 맛이 훌륭하다.

 
 기업형 수퍼마켓(SSM)이나 대형마트에 밀려 전국의 재래시장이 위기에 처해 있다. 오늘날 재래시장 불황의 배경에는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의 증가로 주말에만 몰아서 쇼핑을 하거나 야간에 구매가 이루어지는 등 소비 행태가 근본적으로 변했고, 서비스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대형 마트의 조직화된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 할 뿐만 아니라, 불분명한 원산지 표기, 상품의 교환 및 반품의 어려움, 신용 카드 거부, 주차 시설 미비 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재래시장의 활성화 대책이 논의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들이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고질적 증상들이다.  
 
1년 내내 사람들이 줄을 서는 호떡.1개 1000원이다.

1년 내내 사람들이 줄을 서는 호떡.1개 1000원이다.

 
 여러 문제점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도 재래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는 재래시장이 가지고 있는 지역경제 측면의 기여도나 영세 중소 자영업자의 생계와 고용 유지, 도시 계획적 관점에서의 다양성 확보,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자리 일부를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대신하고 있다.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산 공산품은 물론이고 노점 음식에 대해서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자리 일부를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대신하고 있다.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산 공산품은 물론이고 노점 음식에 대해서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2017 코리아 페스타가 지난 달 28일부터 시작됐다. 이 기간 중 대규모 특별 할인 행사가 백화점, 대형마트, 제조, 서비스 업체 차원에서 다양하게 펼쳐지는데 19일부터는 서울 남대문시장, 부산 기장시장, 인천 가좌시장, 대전 중앙시장 등 전국 17개 대형 거점 재래시장과 지역별 특색을 가진 500여 개 재래시장에서 체험, 문화, 관광 등이 어우러진 가을 축제가 펼쳐진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 관광객이 줄어 고전하고 있는 업체와 상인들이 많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그동안 줄어든 매출이 어느 정도라도 만회되길 기대하고 있다. 시간이 나면 가까운 곳의 재래시장을 찾아 쇼핑도 즐기고 가을의 정취도 한껏 느껴보시길 권한다. 시장별 행사 일정과 내용은 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www.koreasalefesta.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춘식 중앙일보 포토데스크 부국장 kim.choonsik@joongang.co.kr
 
 
2017 코리아페스타

2017 코리아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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