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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 무기 ‘폭탄 세일’하는 中, 그 노림수는?

중앙일보 2017.10.19 12:00
최근 중국이 동남아 국가에 무기 수출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폭탄 세일에 무상까지 있다. 이들 국가와 군사협력도 이전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활발하다. 한국도 해외에 무기를 팔고 있으니 방위산업에서도 중국과 경쟁은 불가피 한 상황이다. 
 

세계 전략 차원에서 무기 판매에 공을 들이는 중국
지난 5년간 中 무기 수출 2007~2011년보다 74% 증가

한데 중국의 동남아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은 좀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무기 판매를 통한 양국 협력과 경제적 이득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라는 세계 전략 차원에서 무기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다. 이른바 실크를 앞세운 주변국과의 군사협력, 더 나아가 이들 국가  국방 체계의 '중국화'다. 대양 해군을 위한 항로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과 동남아 각국과의 군사협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SCMP)의 10월 7일 자 보도를 보면 중국은 최근 몇 년 새  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미얀마·인도네시아 등 국가들과 군사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에는 우호와 협력관계의 표시로  M-4 소총 3000정을 제공했다고 한다. 대테러전 지원용으로 제공한 것인데 돈으로는 약 330만 달러(약 37억8000만원)에 달한다. 물론 미국 등 서방 가격에 비해 헐값이다.   
필리핀 국방 관계자들에게 소총 3000정을 제공한 중국 [사진: 왕이]

필리핀 국방 관계자들에게 소총 3000정을 제공한 중국 [사진: 왕이]

필리핀만이 아니다. 왕립 태국 육군은 1년 6개월 전 구매계약을 체결한 1억 4700만 달러(약 1685억원) 어치의 중국산 주전투용 탱크 VT4 1차분 28대를 최근 인수했다. 태국은 2016년 말 중국산 039A 형 위안급 디젤·전기 동력 공격 잠수함 3척에 이어 지난 3월 VN1 장갑차까지 중국에서 구매했다.  
 
말레이시아는 어떤가. 2016년 11월 나집 라작 총리가 방중 때 중국산 해안경비선 4척을 구입키로 합의했는데 이 중 2척은 중국에서, 나머지 2척은 말레이시아에서 건조될 예정이다. 중국이 경비선을 팔면서 기술 이전까지 약속한 것이다. 구매액은 2억 7700만 달러(약 3175억 8000만원)에 이른다.  
 
중국은 미얀마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대부분과 장갑차량, 총기, 해군 함정을 제공하는 최대 무기 공급자이기도 하다. 2012년 미얀마 해군에 구형 053H1 프리깃함 2척을 넘겨줬다. 지난 5월에는 중국-미얀마 해군이 사상 처음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했는데 미사일 장착 구축함인 창춘함, 미사일 장착 프리깃함인 징저우함, 보급선 차오후가 참가해 벵갈만과 인도양을 휘젓고 다녔다.  
중국의 수륙양용 장갑차 [사진: 이매진 차이나]

중국의 수륙양용 장갑차 [사진: 이매진 차이나]

이 밖에 인도네시아 해군은 2016년 중국산 730형 해상운송 근접방어 무기체계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레이더 유도 개틀링포 형태의 무기체계는 대함 미사일과 정밀유도무기에 대한 방어 강화를 위해 인도네시아 프리깃함에 장착됐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2005~2009년 사이 C-802 대함 미사일,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항공 탐색 레이더를 중국으로부터 사들였다. 여기에다 양국은 특정 군사장비 기술 교환에도 합의한 상태다. 
 
사실 중국의 무기 수출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집권 이후 지난 5년간 증가세는 이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가파르다. 미국의 안보 전문잡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중국의 무기 수출은 2007~2011년에 비해 74% 증가했으며 세계 무기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2%까지 올랐다. 이미 독일, 프랑스, 영국을 앞질러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무기 수출 대국으로 부상했다.
 
이미 중국 산 무기 체제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파키스탄은 최근 중국에서 수 척의 소형 구축함을 구매했고 추가로 8척의 잠수함 구매 계획도 밝힌 상태다. 일대일로의 핵심 거점인 파키스탄의 경우 중국산 무기를 빼면 자국 국방을 말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중국과의 무기 동맹을 넘어 무기 식민지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중급유를 받는 중국의 전투기 [사진: 이매진 차이나]

공중급유를 받는 중국의 전투기 [사진: 이매진 차이나]

중국의 해군 전문가인 리제는 "중국의 무기 생산과 연구개발 능력을 감안하면 무기 수출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현재 독립적인 연구개발 체계를 갖췄고 잠수함이나 전투기 등 일부 분야에서는 경쟁국을 앞서고 있다"고 평가한다. 
 
중국의 무기 판매는 사실 일대일로 전략의 숨겨진 핵심이다. 일대일로가 미국과의 국제 질서 지배, 즉 G2(미국과 중국) 고착화를 위한 소프트 전략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대로다.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의 경제와 문화 파워를 전파하는 게 일대일로의 전부인 것 같지만 내면에는 대양 해군 건설이라는 전략적 목표가 숨어있다. 
 
중국은 이미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방글라데시 치타공, 스리랑카의 콜롬보, 파키스탄의 과다르에 이어 동아프리카 지부티항까지 확보했다. 이른바 중국 대양 해군의 '진주목걸이' 전략을 위해 그 주변 국가에 무기를 공급하고 군사협력을 강화하며 군사 항구를 속속 장악해나가고 있는 거다.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 [사진: 바이두 백과]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 [사진: 바이두 백과]

중국의 대양해군 전략은 치밀하다. 미국과 동남아 국가들과의 알력과 모순도 적절히 활용한다. 예컨대 미 의회가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반미 외교 행보 등에  대한 항의로 2만 6천여 정의 M-4 소총 판매를 차단했는데 중국은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필리핀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미 법무부가 나집 말레이시아 총리를 비자금 세탁 의혹과 관련 기소하면서 양국 관계가 소원해지자 곧바로 말레이시아 무기 판매 카드를 들이밀었다.
 
중국은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염가 파격 세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중국의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중국은 무기 수출 과정에서 부가조건을 명시하지 않거나 대금 결제에서 대출을 해주는 등 조건을 완화해주는데 이게 수출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중국은 미국에 비해 가격과 애프터 서비스에서 강점이 있다면서 무기 판매 시 기술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무기를 구입한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중국 식 무기체계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무기 군사 동맹관계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미국식 무기 체계를 따른 한국과 일본이 미국 산 무기 구입과 업그레이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역시 미국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단 따라 무기가 팔리고 무기 따라 일대일로가 흐르면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도 보이지 않게 그 힘을 더하고 있다.  
 
 
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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