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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15) 부부는 일심동체 아닌 이심이체

중앙일보 2017.10.18 04:00
인간관계의 시작점인 가족을 이루는 결혼제도. [중앙포토]

인간관계의 시작점인 가족을 이루는 결혼제도. [중앙포토]

 
현기증이 나도록 세상이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모든 것의 가치를 효율과 기능으로 재단하는 이 불안정한 세계에서 사랑하는 인간과 인간과의 결합인 결혼마저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 선택의 결과에 따라 결정하는 ‘가성비’의 대상이 돼 버리고 있다. 인간관계의 시작점인 가족을 이루는 결혼 제도가 도전을 받고 있고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혈연 중심의 공동 운명체도 이제 예외가 아니다.  

인간관계의 출발점인 결혼 제도가 도전받는 세상
서로 다름 인정하고 완주한다는 '의지적 사랑' 중요

 
갖가지 통계 지표가 그 어두운 그림자를 비추어주고 있다. 2016년 결혼 건수는 28만1600건. 2015년보다 2만1200건(7%) 감소한 것이다. 이는 통계청 집계를 시작한 1974년 이후 42년간 가장 낮은 기록적 수치다.  
 
 
남녀 역할 전환 시대 
 
이제 결혼은 안 하면 그만인 선택 조항이 돼 버렸다. 비혼(非婚)은 출산을 당연히 기대할 수 없고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하지 않으니 급격한 인구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한 미래가 돼 버렸다.
 
대다수의 여성이 경제력을 쟁취하면서 성 역할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결혼의 제도는 물론 결혼 후 가족의 형태와 역할까지 바꾸어가고 있다.
 
 
성 역할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결혼의 제도는 물록 가족의 형태와 역할까지 바꾸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성 역할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결혼의 제도는 물록 가족의 형태와 역할까지 바꾸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기존의 고착적인 성 역할을 고집하는 남성은 불화와 이혼까지 감수해야 하는 게 흔한 일이 됐다. 이제는 아예 남녀 불문하고 돈 잘 벌고 가정 내 리더의 역할을 잘하는 쪽이 여성일지라도  ‘남편역’을 맡는 ‘역할 전환형’도 점차 낯설지 않게 됐다.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돌보면서 만족해하는 남편들도 적지 않다. 그 가족 내 정확한 속내는 정확히 모르나 그런 세월이 꽤 흘러도 여전히 혼인관계에 별 이상이  없는 걸 보면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이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만 키우는 ‘싱글맘’ ,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 ‘기러기 가족’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혼 ,별거, 재혼이 증가하면서 ‘혼합가족’도 새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급변의 와중에서 ‘가부장적 남편’의 역할 기득권을 누리겠다는 발상은 어리석다. 스스로 변하지 않고 지내려면 이혼이나 졸혼(卒婚=결혼 졸업)을 감수해야한다.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안하고 못하는 남편은 떠나라.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 외면적인 것이라고 봐야 옳다. 인간의 내면이 추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존재의 이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한결같다. 아니 오히려 더 강력해졌다. 세상이 어지럽게 변하면 변할수록 인간의 내면이 갖고 있는 본원적인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옳다. 불신의 시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이 시대, 누구나 홀로 떠 있는 섬처럼 외롭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이 시대, 누구나 홀로 떠 있는 섬처럼 외롭다. [중앙포토]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이 시대, 누구나 홀로 떠 있는 섬처럼 외롭다. [중앙포토]

 
오죽하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인간들의 처절한 강박감과 몸부림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행복에의 염원은 인간이 세상에 존재했던 그 어느 시점이후 가장 강렬하게 표출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 탓일까. 행복한 삶에 대한 연구서와 저서가 세상에 차고 넘친다. 방송 매체들은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아 행복해 질까에 대한 해답을 내 놓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헛웃음이라도 유도하기위해 거의 사생결단을 하고 있어 그게 쓴웃음을 자아낸다. 그 자체가 현재 행복하지 못하다는 반증이 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여성들은 특히 결혼의 비효율과 불공정성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남성들에 회자되는 유머는 그와 정반대다. 아내의 잔소리가 비효율에 대한 불만 정도 수준이 아니라 남편의 수명까지 단축하는 극한의 스트레스라고 항변한다. 여자들 수명이 남성보다 긴 이유는 ‘아내가 없기 때문’이라는 우스개소리에 남자들은 ‘기막힌 유머’ 라고 박장대소한다.
 
 
그래도 결혼하는 것이…
 
결혼이 ‘불공정 게임’이고 ‘비효율의 극치’라는 주장이 거세도 그래도 혼인지사의 오랜 선험자인 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 결혼으로 가족을 구성해 그 안에서 사랑 받고 사랑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 결혼으로 가족을 구성해 그 안에서 사랑받고 사랑하는 일. [사진 pixabay]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 결혼으로 가족을 구성해 그 안에서 사랑받고 사랑하는 일. [사진 pixabay]

 
그런 사랑의 경험만이 사랑을 낳고 낳는 ‘사랑 릴레이의 기적’ 을 불러일으킨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남녀가 만나 어느 순간 불꽃같이 뜨거운 사랑을 피워 결혼으로 골인하는 그런 사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 외에 다른 사랑의 치료약은 없다’는 명언처럼 의지적 사랑이 너를 살리고 나를 살리는 길이다. 그런 의지도 노력도 없이 상대의 넘치는 사랑에 무임승차하겠다는 당신, 그냥 떠나는 것이 좋다.
 
“부부는 일심동체다” “ 연애시절의 사랑과 아이들이 결혼생활을 보장해준다” “나는 최선을 다하는데 상대가 알아주지 않는다” “사람은 생전 변하지 않는 동물이다 ”그런 근거없는 거짓말에 현혹되지 말자.  
 
결혼해도 ‘두 마음, 두 몸인 이심이체(二心二體)’ 임을 기억하자. 두 몸과 두 마음이 함께 올라 탄 결혼이라는 긴 여행의 종착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 티켓은 돈도 명예도 아니고 기필코 완주하겠다는 의지적 사랑이기에 하는 말이다.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 hrko3217@hotmail.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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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대표 필진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 기자로 은퇴한 출판인. 결혼이 흔들리고 있다. 인륜지대사의 필수과목에서 요즘 들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과목으로 주저앉았다. 결혼 한 사람들은 ‘졸혼(卒婚)’과 ‘황혼 이혼’도 서슴지 않는다. 결혼은 과연 쓸 만한가, 아니면 애당초 폐기해야 할 최악의 방편인가? 한 세상 울고 웃으며 결혼의 명줄을 힘들게 지켜가는 선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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