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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판 큼직하니 좋다" 효도폰 시장 휩쓰는 폴더형 스마트폰

중앙일보 2017.10.17 17:26
펼쳐서 손으로 꾹꾹 키패드의 버튼을 눌러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가 다시 접어서 갖고 다닐 수 있는 ‘폴더형 폰’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SK텔레콤-LG전자, 신제품 '스마트폴더'로 고령층 공략 나서
심층조사로 UX 개선... 키패드 넓고 단축키 있어 소비자 선호
삼성전자 '갤럭시폴더2'는 일평균 2000대 판매될 만큼 인기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이동통신 시장을 장악했던 피처폰 얘기가 아니다. 피처폰과 생긴 것은 비슷한데, 일반 스마트폰과 같이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화할 수 있게 하는 ‘폴더형 스마트폰’이다.
 
17일 SK텔레콤이 출시한 LG전자의 폴더형 스마트폰 '스마트폴더(LGM-X100S)'는 별표 모양의 단축키를 탑재해 고령층의 사용자들도 간편히 스마트폰 기능을 쓸 수 있다. [사진 LG전자]

17일 SK텔레콤이 출시한 LG전자의 폴더형 스마트폰 '스마트폴더(LGM-X100S)'는 별표 모양의 단축키를 탑재해 고령층의 사용자들도 간편히 스마트폰 기능을 쓸 수 있다. [사진 LG전자]

17일 SK텔레콤은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장점을 겸비한 ‘스마트 폴더(LGM-X100S)’를 단독 판매한다고 밝혔다. 버튼 하나하나가 돌출된 물리적인 키패드와 터치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갖춘 폴더형 스마트폰이다. LG전자가 만든 이 제품은 3.3인치 크기 디스플레이, 전·후면 5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2기가바이트(GB) 램에 내장 메모리는 16GB다. SK텔레콤 공식 인증 대리점과 온라인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고가는 29만7000원이지만 한 달 3만2890원 요금제에 가입하면 공시 지원금 12만원을 받을 수 있어 17만 원대로 싸진다.
 
보급형 스마트폰을 SK텔레콤이 단독 판매까지 하면서 신경 쓰는 이유는 폴더형 스마트폰이 최근 틈새시장을 형성, 쏠쏠하게 잘 팔리고 있어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출시한 폴더형 스마트폰 ‘갤럭시 폴더 2’는 지금껏 하루 평균 약 2000대씩 팔릴 만큼 인기다. 이 제품은 스마트 폴더와 비슷한 사양을 갖췄고 출고가도 동일하다.
 
이에 LG전자도 2015년 9월 ‘와인 스마트 재즈’를 출시한 이후 2년 만에 폴더형 스마트폰을 새로 선보였다. LG전자는 이미 와인 스마트 재즈 같은 7종의 와인폰 시리즈로 지금껏 국내 누적 판매량 500만대를 돌파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처음엔 큰 기대 없이 내놨던 와인폰이 예상외로 많은 인기를 끌면서 스테디셀러가 됐다”고 했다. 스마트폰 시장 형성 초기만 해도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지던 폴더형 디자인의 재발견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출시한 '갤럭시폴더2' 이미지.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출시한 '갤럭시폴더2' 이미지. [사진 삼성전자]

폴더형 스마트폰은 왜 인기일까. 전문가들은 세 갈래로 분석한다. 우선 인구 고령화다. 60대 이상 실버 세대 수요가 급증해서다. SK텔레콤 공식 온라인몰 ‘T월드다이렉트’에 따르면 폴더형 스마트폰을 쓰는 소비자 중 74%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이들을 부모로 둔 젊은 세대까지 선물 용도로 주목하면서 폴더형 제품이 ‘효도폰’이란 별칭과 함께 각광받고 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터치 방식 스마트폰에선 자동으로 뜨는 키보드 입력 창이 작아 노안으로 고생하는 고령층이 오탈자를 많이 내기가 쉽다”며 “반면 폴더형 제품은 넓은 키패드에다 단축키까지 갖춰 고령층이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폴더형 스마트폰에선 카카오톡처럼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별도의 전용 버튼 하나로 간편히 쓸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소비자층은 고급 성능 위주로 스마트폰을 찾는 젊은 세대와 달리 ‘꼭 필요하면서도 간단한 기능’만 갖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스마트폰을 찾고 있다. 폴더형 스마트폰이 여기에 안성맞춤이다. 갤럭시 폴더 2를 쓰는 이현동(68) 씨는 “이동 중에 가끔씩 주가 확인 용도로만 쓰면 되는데, 다른 스마트폰은 너무 비싸고 불필요한 기능만 많이 들어 복잡해 (구입을) 포기했다”고 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면서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틈새시장 공략용 제품군 확충에 대한 기업들의 욕구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은 폴더형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만을 위한 사용자경험(UX) 개선에 꾸준히 투자했고, 이것이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과 LG전자는 이번 제품을 출시하면서 60세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UX 심층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통화할 때 얼굴이 화면에 닿아 의도치 않은 터치가 되는 상황을 예방하는 ’똑똑한 터치 잠금’, 별도의 버튼으로 데이터 서비스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데이터 잠금’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탑재할 수 있었다.
 
김성수 SK텔레콤 스마트디바이스본부장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합리적 가격의 스마트폰을 계속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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