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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 신고 못 들었다 ? '어금니 아빠' 수사 경찰의 거짓말

중앙일보 2017.10.17 15:26
경찰이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과 관련해 부실수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시간대별 초동조치 기록을 뒤늦게 수정했다. 그간 경찰은 초동조치 시간과 신고 당시 피해자가 이영학의 딸을 만난다고 알렸는지 여부 등을 놓고 피해자 부모와 진실 공방을 벌여왔다.
 

피해자 母와 실종 다음날 오후 11시 통화 등으로 정정
'소란스러웠다'던 지구대엔 50분간 고작 4명 찾아
실종신고 상담일지서 '최종 행적'등 인적사항 빠져있어

17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중랑 여중생 사건 시간대별 조치 사항’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자 김모(14)양의 어머니와 실종신고 다음날인 1일 오후 11시 7분쯤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정정한 시간대별 조치사항. 경찰은 기존 배포자료는 경찰관의 기억에 의존했으나 통화내역과 CCTV 등을 확인하여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내역]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정정한 시간대별 조치사항. 경찰은 기존 배포자료는 경찰관의 기억에 의존했으나 통화내역과 CCTV 등을 확인하여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내역]

 
앞서 지난 13일 경찰은 공식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1일 오후 9시쯤 피해자 부모와 처음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양 어머니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휴대폰에 찍혀있는 통화내용과 상당한 시차가 난다고 지적하자 뒤늦게 정정한 것이다.
 
그동안 경찰은 실종신고 다음날에야 김양 어머니로부터 이양의 존재를 처음 들어 소재 파악이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양 어머니는 지난달 30일 처음 실종신고를 하면서 " 아이가 이영학의 딸을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렸다"고 반박했다.
 
피해자 측에 책임을 돌렸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경찰의 해명은 달라졌다. “당시 지구대가 소란스러워 어머니가 이영학 딸과 한 통화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종신고 당시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 CCTV를 확인한 결과, 경찰이 주장하는 ‘소란’은 없었다. 
 
지난달 30일 자 CCTV 영상에 따르면 김양의 어머니가 지구대에 들어온 밤 11시 53분부터 12시 41분까지 지구대에 머물고 있던 민원인은 4명뿐이었다. 가끔 물을 마시거나 스마트폰을 만질 뿐 특별한 소란을 피우진 않았다. 같은 시간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경찰은 5~8명 정도였다.
 
신고 당일 경찰의 최초 신고 기록지가 부실하게 작성된 정황도 드러났다. 31일 밤 지구대 상담일지에 따르면 경찰은 실종신고 시 입력해야 하는 피해자의 인적 관련 사항을 모두 입력하지 않았다. 김양의 인적사항에는 72가지 항목 가운데 35개만 입력돼 있었을 뿐이었다. 이 가운데 최종 행적을 묻는 질문 등은 아예 빠져있었다.
 
이날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경찰의 시간대별 조치사항 수정 논란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2일 피해자 부모와 함께 수색에 나선 시간, 이영학의 집을 방문한 시간, 인근을 탐문한 시간도 수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경찰이 신고 이후 어떤 수색과 조치를 했는지 일지를 요청했지만 3차례나 다른 내용을 알려줬다"며  "실종자 수색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거나 은폐하기 위한 조작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기존 배표 자료는 현장 경찰관의 기억에 의존했으나, 통화 내역과 CCTV 등을 확인하고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인수인계 미흡이나 서장에게 즉시 보고하지 않은 점 등 부실수사 논란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찰 조치 사항과 관련해 정확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소재를 가리고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해명했다.

 
최규진·하준호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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