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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25년 만의 '하룻밤 국빈방문' 논란

중앙일보 2017.10.17 14:49
안호영 주미 대사가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 현황보고를 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영상취재 기자

안호영 주미 대사가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 현황보고를 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영상취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박 국빈방문’을 놓고 16일(현지시각) 워싱턴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선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논란이 벌어졌다. 일본과 중국은 2박인 데 조지 부시 대통령의 1992년 방한 이후 25년만 국빈방문인 한국에선 1박만 하는 건 ‘코리아패싱’이 아니냐고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지적하면서다. 조윤제 신임 대사의 부임을 앞두고 마지막 국감을 받는 안호영 주미 대사는 “한ㆍ중ㆍ일 3국 최종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국감 종료 6시간만에 청와대가 1박 방문을 확인하면서 거짓 해명이 되버렸다.
미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1월 아시아 순방일정 발표 성명서[백악관 홈페이지]

미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1월 아시아 순방일정 발표 성명서[백악관 홈페이지]

앞서 백악관은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일정 발표 성명에서 11월 5일 일본 방문, 7일 한국, 8일 중국 베이징 순으로 3국 방문 일정을 발표하며 1박 2일 방한을 기정사실화했다.

"문 대통령, 트럼프에 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중요"

이어 이날 오후 주미대사관 국감장.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미국이 발표했는데 한국에선 하룻밤만 잔다고 돼 있더라”며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한국만 패싱(passing)된다니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핵과 관련) 중국과 일본보다 우리 문제가 중요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하루만 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실제 우리가 미국과 사이가 안 좋기 때문에 한국 문제를 일본과 협의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같은 당의 유기준 의원도 “안호영 대사는 ‘머무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하루에) 주한미군을 만나고 정상회담, 국회연설까지 절대적 시간이 적지 않느냐”며 “(양국 정부가) 평행선도 아니고 아예 출발점부터 시작과 각도가 달라 좁혀질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면 동맹이 이상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아베 일본 총리가 (미국 방문때) 트럼프 대통령와 골프를 치며 오해를 풀고 시진핑 중국주석이 한 시간 이상 의견을 나눈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호영 주미 대사가 16일(현지시각) 워싱턴 주미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영상취재 기자

안호영 주미 대사가 16일(현지시각) 워싱턴 주미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영상취재 기자

안 대사는 “미국이 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ㆍ중ㆍ일 3국에 쓸 수 있는 시간이 5일 밖에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날짜를 어떻게 할지 세부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국빈 환영식과 정상회담, 만찬 등 일련의 수반되는 일정과 그외 프로그램을 짜도록 실무진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할 때 뭐가 효과가 있는지 본국에 말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거듭 따지자 “열심히 노력하겠다. 6월 방미 정상회담때도 우리 나름의 노력이 평가받았다”고만 말했다.
 
안호영 주미 대사가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바른정당 정양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영상취재 기자

안호영 주미 대사가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바른정당 정양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영상취재 기자

이날 국감에서 제기된 한·미 관계에 대한 걱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1박 방한 만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미군철수를 포함한 미ㆍ중 빅딜을 체결할 가능성에서 750개 북한 핵시설을 무력화하는 군사옵션까지 한·미동맹의 균열에 관한 온갖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이때마다 안 대사는 “미ㆍ중 빅딜설은 아이디어로서 가능할지 몰라도 실현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미국의 책임있는 관리들은 군사적 옵션으로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등 해명에 진땀을 뺐다. 하지만 “한ㆍ미동맹의 균열은 없다”는 해명처럼 알맹이없이 맥빠지는 대목도 적지 않았다. 
외교관 선배인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이 “(북핵 해법에) 외교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말이냐”고 묻자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똑같이 이야기한다”고 단언했지만 곧바로 “우리는 북한 유엔대표부와 채널은 없어졌나”라고 되묻자 “그렇다”고 시인했다. 우리 정부가 가진 수단은 없다는 뜻이다.
한ㆍ미 두 정상이 어떤 약속을 이뤄 내느냐가 1박이냐, 2박이냐보다 더 중요한 게 맞다. 대북 군사옵션들을 완성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ㆍ일본을 거쳐 중국에서 새로운 북핵 해법 합의를 시도할 공산이 크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무슨 카드로 한ㆍ미동맹과 한반도 평화를 지킬 지 준비돼 있어야 한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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