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찰, ‘백남기 농민 사망' 구은수 전 서울청장 등 4명 기소

중앙일보 2017.10.17 14:17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구은수(59)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관 4명을 17일 재판에 넘겼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살수차 운용과 관련해 직접적인 지휘·감독 책임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무혐의 처분했다. 백씨 유족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지 1년 11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기동단장·살수요원 '과실치사' 혐의
상체 직사 금지한 운용지침 어겨
구 전 서울청장 현장 지휘 책임 물어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무혐의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이날 구 전 청장과 신윤균(49) 총경(전 서울청 4기동단장), 최모·한모 경장(전 충남청 제1기동대 살수요원)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불구속기소했다.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 [중앙포토]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 [중앙포토]

 
검찰에 따르면 구 전 청장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진압 과정을 총괄 지휘했다. 신 전 단장은 시위 현장에서 진압 과정을 직접 지휘했다. 검찰은 이들이 현장 상황을 살피며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라 살수하도록 지휘·감독했어야 했지만 책임을 소홀히 해 백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백씨에게 직사 살수를 한 살수요원 최·한 경장은 가슴 윗부분 직사를 금지한 운용지침을 어겼다고 봤다. 이로 인해 물줄기가 백씨 머리를 직접 가격해 두개골이 골절 됐다고 판단했다. 백씨는 혼수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투병하다 지난해 9월 25일 사망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최 경장이 충남 살수차의 조이스틱 및 수압제어장치 고장을 숨기고 살수차 안전검사 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포착해 추가 기소했다.
 
고 백남기씨가 2015년 11월 14일 직사 살수를 머리에 맞고 쓰러져 있는 모습.[중앙포토]

고 백남기씨가 2015년 11월 14일 직사 살수를 머리에 맞고 쓰러져 있는 모습.[중앙포토]

백씨는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시위대와 떨어져 경찰 차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경찰 버스에 밧줄을 걸고 잡아당겼다. 이 과정에서 최·한 경장이 운용한 살수차 ‘충남9호’는 백씨의 머리에 약 2800rpm 고압으로 13초 가량 직사 살수했다. 백씨가 쓰러진 후에도 직사 살수는 17초 가량 이어졌다. 
 
검찰은 경찰이 ‘경고 살수→곡사 살수→직사 살수’의 단계별 운용 지침과 직사 살수 때 가슴 이하를 겨냥하도록 한 내부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야간인 데다 차벽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현장 상황은 크게 고려돼지 않았다. 검찰 측은 “이같은 상황이었다면 살수차량 내부의 CCTV 모니터를 면밀히 관찰하거나 확대해 살폈어야 했다”며 “땅을 향해 먼저 조심스럽게 살수를 시작한 뒤 점차 방향을 올렸어야 하는데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같은 직사 살수 방치의 책임이 현장 지휘관인 신 전 단장에게 있다고 봤다. 살수요원들이 기존에 배치된 곳이 아닌 사건 장소로 급히 지원 나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장 지휘관으로서 살수 거리와 수압 조절, 시야 확보 등 상황을 관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구 전 청장에 대해선 집회를 관리한 총 책임자였음을 강조해 관리 소홀의 과실이 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기소를 위해 독일의 살수차 직사 살수와 관련해 발생한 피해 사례 및 수사, 재판 결과 등을 수집해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검토했다”며 “검찰시민위원회를 개최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도 청취해 사건 처분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