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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박리 수술 후 실명, 알고보니 안구 가스가···

중앙일보 2017.10.17 12:23
눈에 문제가 생기는 망막박리로 수술을 받는 인원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수술에 쓰는 안구 가스의 안전 관리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포토]

눈에 문제가 생기는 망막박리로 수술을 받는 인원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수술에 쓰는 안구 가스의 안전 관리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포토]

2년 전 실명 사고가 있었음에도 망막박리 수술에 쓰는 안구 가스(과불화 프로판가스)가 여전히 '비의료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망막박리는 눈의 망막이 안구 내벽에서 떨어져나오는 질환을 말한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망막박리 환자 안전사고 보고 현황' 자료를 분석해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김승희 의원, 망막박리 관련 식약처 자료 공개
망막박리 수술 환자 꾸준히 늘어, 4년 새 9%↑

미국·EU 등에선 의료기기로 허가해 따로 관리
국내에선 뒤늦게 의료용 관리키로, 연구 안 돼

발암물질 '프탈레이트' 함유 의료기기도 유통
"식약처는 EU처럼 성분 제한 엄격 추진해야"

  김 의원에 따르면 2015년 1~2월 제주대병원에선 망막박리 증상으로 안구 가스를 눈에 주입하는 '기체 망막 유착술’을 받은 3명이 큰 부작용을 겪었다. 망막박리 수술은 크게 3가지 종류인데 그 중 기체 망막 유착술은 가스를 주입해 망막과 안구 개벽을 밀착시킨다. 당시 환자 지 모(60) 씨와이 모(40) 씨는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홍 모(62) 씨는 시력 저하 증세가 나타났다. 이 때문에 따로 의료용으로 분류되지 않은 산업·공업용 안구 가스를 사용하면서 실명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5년간 망막박리로 수술받은 환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자료 김승희 의원실]

최근 5년간 망막박리로 수술받은 환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자료 김승희 의원실]

 이러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 망막박리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술받은 환자 수는 2012년 4616명에서 지난해 5027명으로 9%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340명(지난해 기준)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해외 주요 국가들은 안구 가스를 의료기기로 분류해 따로 의료용으로 관리하는 곳이 많다. [자료 김승희 의원실]

한국과 달리 해외 주요 국가들은 안구 가스를 의료기기로 분류해 따로 의료용으로 관리하는 곳이 많다. [자료 김승희 의원실]

  하지만 수술에 쓰는 안구 가스 중 의료용으로 허가받은 건 여전히 '전무'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선 안구 가스가 대부분 의료기기로 따로 분류돼 관리받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지난 8월에야 안구 가스를 의료기기 관리 체계에 포함해 관리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이에 대해 김승희 의원은 안전 관리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년간 안구 가스의 안전 사용을 위한 연구 용역과 시험ㆍ검사 등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고시 등 규정을 개정한다면 실제로 허가받은 의료용 가스는 내년은 돼야 제조·생산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망막에 문제가 생기면 정상인의 시야(1)와 달리 물체가 일그러져 보이거나(2) 중심부에 검은 반점(3)이 보인다. [중앙포토]

망막에 문제가 생기면 정상인의 시야(1)와 달리 물체가 일그러져 보이거나(2) 중심부에 검은 반점(3)이 보인다. [중앙포토]

  김 의원은 "실명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됐음에도 정부는 아직 의료용 안구 가스를 허가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 조속한 허가를 통해 국민들이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기와 관련한 안전성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2B급 발암물질인 ‘프탈레이트’ 성분이 함유된 의료기기가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B급 발암물질은 동물 실험에서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로, 인간에게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발암물질인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의료기기 허가는 매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자료 김명연 의원실]

발암물질인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의료기기 허가는 매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자료 김명연 의원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프탈레이트 함유 의료기기는 수혈세트 등 161개로 집계됐다. 프탈레이트 성분이 포함된 의료기기 신규 허가도 2015년 13개에서 올해 15개로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수액백·튜브 등 프탈레이트가 들어간 수액세트 사용은 2015년부터 금지됐지만, 나머지 의료기기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반면 유럽에선 프탈레이트 성분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올해 제정된 EU 의료기기 지침에 따르면 인체용 의료기기는 프탈레이트 함유량을 의료기기 총 중량의 0.1% 미만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인공신장기용 혈액회로는 프탈레이트 함유량이 전체 중량의 20~40%, 수혈용 채혈 세트는 10~40%로 EU 기준의 최대 400배에 달한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향후 논의를 통해서 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식약처는 국민 건강을 위해서 EU 기준처럼 프탈레이트 성분 사용 제한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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