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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주, “운전면허증에 ‘제3의 성(性)’ 기재해도 된다”

중앙일보 2017.10.17 07:24
미국에서 운전면허증에 남성ㆍ여성 외에 ‘제3의 성(性)’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최초로 시행된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운전면허증ㆍ출생증명서 등 신분 증명서류의 성별 표시란에 남(Mㆍmale), 여(Fㆍfemale) 외에 ‘비특정(non binary)’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한 주의회 179호 법안(젠더승인법ㆍGender Recognition Act)에 서명했다고 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 남성ㆍ여성 외에 ‘비특정 성’ 표기 법안 서명
오리건주에서는 7월부터 운전면허증에 ‘X’표시 허용
트럼프 “트랜스젠더 군 복무 불허” 입장과 상반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연합뉴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연합뉴스]

 
메트로 등에 따르면 이날 서명으로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내 50개 주 가운데 제3의 성을 공식 인정한 최초의 주가 됐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내에서 최대의 인구가 거주하는 곳이라 다른 주에서도 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내다봤다. 비특정 성별 표시는 성소수자(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성전환자)는 물론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성소수자옹호단체는 기대했다. 지난 2015년 미국 내 트랜스젠더 2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31%가 자신의 성별을 ‘비특정’으로 표시한 바 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1은 자신과 성적 외모와 일치하지 않는 신분 증명서를 보여줬을 때 언어폭력 등 부정적인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서명된 법안은 성전환자를 포함한 비특정 성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법적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1월 발의됐으며 2019년에 시행될 계획이다.  

 
미 오리건에서 발급하는 운전면허증 샘플. 성별란에 'X' 표기를 할 수 있다. [오리건 주정부 트위터 캡쳐]

미 오리건에서 발급하는 운전면허증 샘플. 성별란에 'X' 표기를 할 수 있다. [오리건 주정부 트위터 캡쳐]

앞서 오리건주에서도 지난 7월부터 운전면허증 성별 표기에 비특정을 뜻하는 ‘X’를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법령에 의해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차량국(DMV) 차원의 조치였다. 당시 오리건 주 차량국은 “성전환자나 성 소수자가 공항에서 신체 검색을 받을 때나 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때 교통 경찰관에게 운전면허증을 제시할 때 외모로 인식되는 성별과 면허증에 기재된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 곤란했던 상황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오리건 주의 법원은 이분법적인 성별 표기에 반발해 포틀랜드의 한 주민이 제기한 소송에서 성별 표기를 남녀로 국한하는 것이 성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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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캘리포니아주의 젠더승인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트위터에서 “장성들과 군사 전문가들들이 협의한 결과 미국 정부는 트랜스젠더들이 미군에 어떠한 자격으로도 복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언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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