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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감장 눈물바다 만든 피학대아동 엄마의 눈물

중앙일보 2017.10.17 02:17 종합 32면 지면보기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논설위원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고인으로 나온 여성에게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었다. 이모(36)씨는 상처투성이의 아이 사진을 들고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며 눈물지었다. 그의 딸은 3년 전 생후 4개월 무렵 친부에게 수차례 폭행당해 두개골 골절로 뇌 병변 1급 장애인이 됐다.
 
아직 앉지 못해 조금씩 기어 다니고 수저 같은 물건은 잡지 못한다. 가끔 “엄마” 하고 옹알이할 정도다. 용하다는 대학병원·복지관을 수소문해 재활치료에 매달렸다. 주변에서 1년 반 재활치료로 걷게 된 아이가 있다고 해서 그럴 줄 기대했지만 그리되지 않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10/17

요람에서 무덤까지 10/17

이씨는 15일 통화에서 “아이를 지키지 못한 죄인이에요. 가슴이 미어집니다”고 한숨지었다. 사건 이후 가시밭길이었다. 기초수급자 신청, 친부 재판 증언, 친권·양육권 찾기, 범죄피해자 구조금 신청 등에 쫓아다녔다. 본인과 큰애(6)까지 정신적 상처가 커서 심리치료가 필요한데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서혜정 아동학대가족협의회 대표가 도왔다. 서 대표도 이날 국감장에 나왔다. 그의 아이도 4년 전 17개월 됐을 때 돌보미에게 학대당해 한쪽 눈을 실명했다. 서 대표는 “경찰수사가 부실하다. 수사 과정에서 막말도 한다”고 호소했다. 그래서 전국 아동 학대 가정을 찾아다니며 자신 일처럼 돕고 있다.
 
지난해 전국 1만8573명이 학대를 당했다. 학대당한 아동과 그 부모는 평생 상처를 안고 산다. 조기 개입이 생명이다. 그런데 우리는 엽기적 사건이 터질 때만 공분하다가 지나간다. 그러니 이씨 같은 피해자가 알음알음 치유와 지원을 개척하고, 서 대표 같은 ‘운동가’가 학대 아동 챙기기에 나선다. 이씨는 국감장에서 “복지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가 제대로 설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씨는 “다음에도 꼭 불러달라”고 했다.
 
저출산 완화에 정부는 한 해 20조원 넘는 돈을 쓴다. 올해 아동 학대 관련 예산은 266억원, 0.013% 비중이다. 내년에도 별 차이 없다. 올해 출산아동은 35만 명대(지난해 40만6000명)로 추정된다. 40만 명 벽이 처음 무너진다고 걱정하면서도 이미 태어난 아이를 잘 키우는 데는 관심이 적다. 학대아동 원스톱 지원센터나 지자체 아동전담부서 같은 게 절실하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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