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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대한 사죄 왜 없나” “사법부 정치화 우려한 발언”

중앙일보 2017.10.17 01:55 종합 4면 지면보기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 법정 발언을 통해 던진 “정치 보복” 메시지가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열린 공판에서 “구속과 탄핵까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이었다”며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어 “정치 보복은 저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정치 보복 운운 적반하장”
바른정당 “심경 고백 적절치 않아”
청와대 “재판 중” 공식대응 안 해

한국당, 바른정당과 통합도 주춤
박 전 대통령 윤리위 회부 불투명

예상 밖으로 강도 높은 발언에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반응하는 자체가 괜한 논란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들이 억지 정치 보복 프레임에 동의할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구속부터 사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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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간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에 실망과 분노만을 안겨 주고 말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심경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국민에 대한 사죄의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도 “역사적인 재판에 흠집을 내려는 ‘사법 사보타주’”라며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했던 독재자와 부역자들의 퇴행적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도 “탄핵된 국정 농단의 최정점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 보복 운운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며 청와대와 여권을 공격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사법부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한국당의 문제 제기와 맥락이 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꼼수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연장을 해놓고서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 정도 말도 못하는가. 정말 해도 너무한다”고 했다.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은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당내에서 논의 중인 출당 등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 차이로 한국당과 갈라선 바른정당은 미묘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피고인 신분으로 방어권 차원에서 본인의 심경을 얘기한 것으로 정치권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만 했다.
 
이 같은 공식 반응과 별개로 정치권 수면 아래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벼랑 끝에서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출당과 보수통합 작업이 맞물려 있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난 셈이 됐다.
 
23일 미국 방문을 앞둔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번 주 안에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마무리하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작업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발언으로 이런 구상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는 분석이다. 당장 17~18일로 예상됐던 윤리위 소집도 불투명해졌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윤리위 회부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건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언)하는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국당 측이 친박 청산에 주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바른정당 내 통합파도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통합파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수대통합추진위원회에 대한 안건 상정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안건 상정이 무산되면 통합파 자체적으로 통추위를 구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신중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와 관련해 통합파 측 김영우 의원은 “일단 국감을 마무리하고 정치적 결단은 그 이후에 하는 게 좋겠다는 (통합파 내)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통추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도 “여러 사항들을 종합해 볼 때 국감이 끝나고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는 11월 13일까지가 아무래도 중요한 시간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강파 측 진수희 최고위원은 “(통합파는) 안 그래도 명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기댔던 박 전 대통령 출당마저 어려워지면 통합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통합파 측을 압박했다.
 
유성운·채윤경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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