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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대회 D-1 … ‘시진핑 당 주석’ SNS에 천기누설?

중앙일보 2017.10.17 01:35 종합 16면 지면보기
중국 공산당 당대회를 사흘 앞둔 15일 베이징 시내를 행인들이 걷고 있다. 벽에 쓰인 문구는 ’공산당 없이는 새로운 중국도 없다“는 의미다. [AP=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당대회를 사흘 앞둔 15일 베이징 시내를 행인들이 걷고 있다. 벽에 쓰인 문구는 ’공산당 없이는 새로운 중국도 없다“는 의미다. [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공중앙 주석, 국가주석, 군사위 주석 / 리커창(李克强) 국무원총리 / 왕양(汪洋)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 한정(韓正) 정치협상회의 주석 / 후춘화(胡春華) 중앙서기처 총서기, 국가부주석, 군사위 부주석 / 리잔수(栗戰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국가감찰위원회 서기 / 천민얼(陳敏爾) 국무원 상무부총리.”
 

후춘화 후계자 예상 문건 유포
5년전 쪽집게 보쉰은 정반대 보도
물밑 권력 암투 치열하다는 증거
“당 대회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중국 공산당 제 19차 당대회(18일 개막)가 임박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문서의 내용이다. 여기에는 ‘중공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 명단 및 업무분장’이란 제목이 붙어있다.
당대회 앞두고 상무위원 명단과 그 역할을 점친 문서가 중국 당국의 검열을 뚫고 SNS에 유포됐다.

당대회 앞두고 상무위원 명단과 그 역할을 점친 문서가 중국 당국의 검열을 뚫고 SNS에 유포됐다.

 
외신기자들 중에도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달 하순 당대회 폐막과 함께 공표해야 할 기밀을 미리 퍼뜨린 ‘천기누설’에 해당한다. 먼저 시진핑 주석이 ‘중공중앙 주석’, 즉 당 주석을 맡게 된다는 건 단연 톱뉴스 감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을 제외하면 그의 후계자로 지목된 화궈펑(華國鋒)만이 잠깐 역임했을 뿐, 1982년 폐지된 당 주석직을 35년만에 부활해 시 국가주석이 당 주석 자리까지 꿰찬다는 것이다. 이는 완벽한 1인 천하 구축의 의미가 된다. 마오쩌둥조차 한 때 당주석직만 맡고 국가주석직은 류샤오치(劉少奇)에 내준 적도 있었다.  
 
이 문서에 나타난 또 하나의 중대 뉴스거리는 후춘화 광둥서기가 총서기, 국가부주석과 함께 군사위 부주석을 맡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후가 포스트 시진핑의 자리를 굳힌다는 얘기다.시진핑 주석조차 2007년 상무위원에 진입해 차세대 주자로 내정됐지만 군사위 부주석에 오르기까지는 3년 뒤인 2010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 문서대로라면 당장(당헌) 개정으로 공산당의 조직·기구를 개편한 뒤 ‘시 주석, 후 총서기’ 체제로 간다는 얘기다. 이 때의 총서기는 당의 최고지도자가 아니라 집행기구를 이끄는 사무총장 내지 비서장쯤으로 봐야한다. 1960년대 한 때 ‘마오쩌둥 당 주석, 덩샤오핑 총서기’의 시기가 있었지만 이 체제는 문화대혁명 발발과 덩의 실각으로 몇 년 가지 않았다.
 
이 자료가 급속도로 퍼진 건 궈원구이(郭文貴)가 이 문건을 지난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후다. 궈는 부동산 개발업으로 거부가 됐지만 부패에 연루돼 미국으로 도피해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를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의 비리 사실을 폭로해온 인물이다. 진위 확인은 힘들지만 주요 인물들에 대한 분석과 관측을 바탕으로 한 명단이어서 네티즌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궈원구이가 트위터에 올린 상무위원, 정치국원 명단. 그는 "만약 19차 당대회 결과 변화가 일어나면 내가 책임 못진다"고 덧붙였다.

궈원구이가 트위터에 올린 상무위원, 정치국원 명단. 그는 "만약 19차 당대회 결과 변화가 일어나면 내가 책임 못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16일 해외에 서버를 둔 중국 뉴스 전문 매체 보쉰(博訊)은 전혀 다른 내용의 뉴스를 보도했다.
 
후춘화 광둥서기가 후계자 낙점은 커녕 아예 상무위원에 올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보쉰은 “전임 후진타오 국가주석에 의해 후계주자로 지명된 그가 (7월 실각한 전 충칭서기) 쑨정차이(孫政才)의 다음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정치국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신청해 비준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후는 시 주석이 개혁대상으로 삼고 있는 공산주의청년단 제1서기를 지낸 공청단 그룹의 대표주자다.
 
보쉰은 이와 함께 상무위원 7명의 명단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SNS에 유포 중인 7명의 명단과 비교하면 후춘화와 천민얼 대신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조직부장이 들어 있다.
천민얼 구이저우 서기는 시 주석의 핵심측근으로 발탁이 예상되는 인물이지만 보쉰 보도로는 상무위원에 오르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다. 보쉰은 주석제 부활 여부 등에 대해선 보도하지 않았다.  
현 정치국원인 후춘화가 스스로 정치국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보쉰의 보도 역시 진위 확인이 어렵다. 다만 보쉰은 5년전 18차 당대회 직전 상무위원 명단을 쪽집게처럼 정확하게 맞춘 매체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처럼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식들이 엇갈리고 있는 건 당대회 개막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여전히 물밑 권력 암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보쉰은 “마지막 순간까지 권력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당대회가 끝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결국 ▶당 주석제 부활 여부 ▶왕치산 기율위 서기의 유임 여부 ▶후춘화·천민얼의 거취 등에 대해서는 당대회와 그 직후 이어지는 1중전회(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모든 것이 불분명하지만 당대회를 앞두고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시 주석의 통치철학인 ‘치국이정(治國理政)’이 어떤 형식으로든 당장에 반영될 것이란 사실이다. 이는 지난 14일 7중전회 폐막과 함께 공표된 결과문서(공보)에서 한층 분명해졌다. 다만 ‘마오쩌둥 사상’이나 ‘덩샤오핑 이론’과 같이 시진핑이란 이름 석자가 들어갈지 여부와 어떤 명칭을 붙일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당내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집단지도체제의 사문화로 이어질 수 있는 당 주석제 부활에 대해선 당내 반감이 강하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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