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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 전화에 “○○○경장입니다”했더니 “경찰관 바꿔라” 일쑤

중앙일보 2017.10.17 01:31 종합 8면 지면보기
여성 경찰관 1만 명 시대 <상> 여전한 성차별 
“지구대·파출소 근무 시절 머리채 안 잡혀 본 여자 경찰관이 있을까요. 남자 경찰관들도 수난을 겪지만, 특히 여경을 무시하는 시민이 적지 않습니다.”
 

여성 경찰관이라서 당하는 고통
민간인과 회식선 “술 따라라” 막말
취객이 머리채 잡고 욕설 퍼붓기도

여경들이 경찰 조직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욕설과 폭행·성차별·성희롱에 시달리는 여경이 적지 않다. A경사(36·여)는 지구대에서 현장에 출동했다가 취객에게 머리채를 잡혔다. 만취한 남성은 사건 경위 파악 및 초동 조치에 나선 A경사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했다. A경사는 “‘내가 몸집이 큰 남자 경찰관이었더라도 같은 상황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B경장(29·여)은 걸려 온 민원인의 전화를 받고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 B경장이 “OO지구대 OOO경장입니다. 말씀하십시오”라고 대답하자 민원인은 “경찰관을 바꿔 달라”고 했다. 여경이 아닌, 남경과 통화하겠다는 의미였다. B경장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여경한테는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민원인이 생각보다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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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대학교수를 구속한 적이 있는 C경위(41·여)는 진정과 고소를 당했다. 구속된 교수는 여경인 C경위가 일방적으로 여학생의 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C경위는 “범죄 피해자까지 ‘결혼은 했느냐’ ‘저녁식사를 함께하자’는 등 불필요한 성희롱 우려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협력단체 관계자들의 성희롱적 언행도 심각하다. 민간인 회원이 식사 자리에서 여경에게 협력단체장의 잔에 술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D경사(38·여)는 “협력단체장 회장이 식당에서 겉옷을 벗자 한 회원이 이를 받아 내게 준 적이 있다. 옷걸이에 걸어 두라는 것이었다”며 “남자 동료에게는 절대 하지 않는 성차별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지만 상관이나 남자 동료들에게서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여경도 적지 않다. 회식 자리에서 서장이나 과장의 옆자리에 굳이 여경을 앉히려는 중간 간부, 선정적인 사진이 담긴 안부 메시지를 보내는 선배 경찰관, “여경도 성범죄를 다루려면 (성을) 알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성적인 농담을 건네는 동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남춘(인천 남동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성범죄나 비위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전국적으로 148명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8명이 동료 여경을 상대로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을 했다.
 
최근에도 부산의 한 경찰서 경감 계급 40대 경찰관이 여자화장실에 숨어 여경들이 볼일을 보는 모습을 훔쳐보다 적발됐다. 지난 8월 서울 지역에선 동료 여경을 성폭행한 50대 경위 계급 경찰관이 구속됐다.
 
박남춘 의원은 “성범죄를 해결해야 할 경찰 내부에서 여경에 대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강력한 처벌과 예방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최모란·이은지·김호·백경서 기자 moran@joongang.co.kr

여성 경찰관 1만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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