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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시간 멈춘 대구 구도심 … 도시재생이냐? 재개발이냐?

중앙일보 2017.10.17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전국 늙은 도시의 눈물 … 해법은 ③ 대구 남구 대명동·중구 대신동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대구 성내3동에는 문 닫은 지 오래된 상가가 많다. [백경서 기자]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대구 성내3동에는 문 닫은 지 오래된 상가가 많다. [백경서 기자]

대구 중심가와 인접한 남구 대명5동에는 미국 기지 ‘캠프워커’가 있다. 캠프워커와 높이 3m 남짓한 콘크리트 담장을 두고 있는 주택가가 있다. 군사기지 인접 건축물 고도제한 등으로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낡은 동네 ‘캠프워커 북편 주택가’다. 이달 초 북편 주택가에 들어서자 30~40년 전 개발이 멈춘 듯 낡고 음침했다. 골목엔 잡풀이 우거지고 악취가 났다. 70대 주민은 “미군기지 때문에 개발이 안 되니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 공가가 생기고 새 건물, 새 길도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워커·달성토성 주변 주택가
고도제한 등 규제에 점점 슬럼화

시, 2010년부터 낙후도심 재생사업
‘앞산 맛둘레길’ 등 6곳 정비 마쳐
주민 “재개발 해달라” 일부 마찰도

 
대구시 등 자치단체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한 상태다. 이달부터 2020년까지 20억57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도시재생 사업을 한다. 도시가스 공급 관을 매설하고 폐·공가를 정비한다. 주차장 등 주민편의시설을 만들고 낡은 집 담장을 고치는 방식이다.
 
달성토성을 끼고 있는 대구시 중구 대신동·성내3동 일원. 9만439㎡ 부지에 주민 450명(373세대)이 사는 주택가다. 캠프워커 인근처럼 낡은 동네다. 1963년 달성토성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62호로 지정되면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 됐다. 주변 일대에 건설 공사가 제한되면서 폐가와 공터가 늘었다. 서문시장과 달성공원 등이 인접한 이 일대는 한국전쟁 직후만 해도 대구의 대표적인 상권 중심지였다.
 
지난달 25일 동네를 찾았더니 미용실과 식당 등 언뜻 봐도 문을 닫은 지 수십 년은 돼 보이는 빈 상가들이 곳곳에 있었다. 가로등이 없는 곳도 여러 곳이었다. 여관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동네 자체가 너무 낙후됐다. 그나마 여관 주변은 사비를 들여 재단장했다”고 답답해했다.
 
남구 대명5동 캠프워커 미군기지 주변의 낡은 주택들. [김윤호 기자]

남구 대명5동 캠프워커 미군기지 주변의 낡은 주택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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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낡은 동네가 많다. 한국전쟁 이후 사실상 손을 안댄 주택가가 여러곳이다. 대구시·자치단체는 2010년부터 남구·중구를 비롯 대표적인 지역 구도심 등 손질이 시급한 낡은 동네 35곳을 우선 골라내 2542억원을 투입, 도시재생 사업을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여기에 최근 국토교통부가 50조원을 들여 시행한다고 발표한 도시재생 뉴딜 시범 사업에 맞춰 10곳을 추가했다. 박춘욱 대구시 도시재생과장은 “남구와 중구뿐 아니라 동구 동촌유원지, 달성군 하빈면 낙동마을 등 곳곳에 낡은 지역이 많다. 국토부의 도시재생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구시 등은 최근 전체 45곳 중 6곳에 대해 1차 손질을 끝냈다. 대표적인 사업지는 남구 앞산 웰빙먹거리타운이다. 이곳은 앞산순환도로가 건설되면서 오가는 사람이 적어져 수십년에 걸쳐 낙후됐다. 대구시는 등산로인 앞산 자락길과 먹거리상가를 자연스럽게 연계시켜 ‘앞산 맛둘레길’로 변신시켰다. 2010~2015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현충삼거리~빨래터공원(1.5㎞) 일대를 꾸몄다. 도로를 내고, 음식 관련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효과는 나타났다. 맛둘레길 조성 후인 2016년 상가들의 한 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평균 3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도 7개 새로 생겼다.
 
활기를 되찾지 못한 곳도 있다. 사업 계획단계에서부터 주민들과 마찰을 빚은 남구 대명2·3동같은 곳이다. 70~80년대 양옥집이 가득했던 이 지역은 90년대 하나둘씩 아파트를 찾아 떠나가고 계명대 대명캠퍼스 내에 있던 학과 일부가 달서구 신당동 성서캠퍼스로 둥지를 옮기면서 쇠퇴했다. 학교 앞 상가들은 문을 닫았고 사람들의 발길도 줄었다. 2014년 대구시는 240억원을 들여 이 동네를 살리겠다고 나섰다. 계명대 대명캠퍼스 주변에 대명공연문화거리를 조성하고 주민자치 공간을 새롭게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 대부분이 거절했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재개발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김태운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치단체는 주민과 소통하면서 구도심 재생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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