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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단말기 자급제 효과 있을까요

중앙일보 2017.10.17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Q. 요즘 뉴스를 보면 ‘단말기 자급제’를 도입하면 통신요금이 내려갈 것이란 얘기가 종종 나와요. 단말기 자급제가 뭔가요. 이걸 도입하면 정말로 통신요금이 저렴해지나요.
 

이통사서 구입 땐 보조금 주지만
그 비용만큼 통신요금 비싸게 받아
차라리 자급제로 요금 내리자는 것

해외여행 때도 유심만 바꿔 사용
고가폰 편중된 시장 개선 효과도
판매장려금 끊기면 유통점은 위기

휴대폰 따로 구입해 개통하면 요금 1만원 싸진대요"

 
A. 틴틴 친구도 스마트폰 요금이 많이 나와서 걱정인가 보네요. 요즘엔 인터넷 강의부터 게임까지 모두 스마트폰으로 하다 보니 데이터 요금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지요. 부모님 잔소리를 듣다 보면 기분도 괜히 우울해지죠. 그렇다고 또래 친구들은 다들 하는 걸 혼자 못하면 대화에 끼기도 어렵고 걱정이 될 거예요.
 
단말기 자급제가 뭔지 설명하기 전에 지난 여름 휴가 얘기부터 할까 해요. 해외 휴양지로 나가면 해변에서 찍은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친구들에게 보내고도 싶고,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도 하고 싶지요. 그러려면 이동통신사의 해외 로밍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 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그래픽=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제가 가입한 이통사에는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아시아 지역은 6일에 3만3000원짜리 로밍 요금제가 있는데, 가까운 동남아에서 엿새를 보내는 경우는 흔치 않지요. 그렇다고 하루 당 요금으로 여행지에서 보낼 나흘 분량만 신청하려고 하면 요금이 더 비싸져요. 하루 당 계산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이 1만4500원이니 나흘이면 5만8000원이나 되지요. 6일제 요금보다 오히려 더 비싸지요.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6일제 요금을 쓸 수밖에 없어요. 이통사들이 내놓는 요금제가 이 정도뿐이라 다른 선택지는 없는 셈이에요.
 
이래서 ‘알뜰 여행족’들은 여행가는 나라의 현지 이동통신사들이 판매하는 유심(USIM)을 직접 사서 써요. 스마트폰에다 구입한 유심만 갈아 끼우면 현지에서 얼마든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거든요. 영어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유심 구매를 도와주는 한국인 유통 상인도 있어 사용하기가 편리해요. 동남아 현지 통신요금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해요. 하루 당 4500원에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지요. 소비자가 조금만 부지런하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단말기 자급제’가 바로 이런 거예요. 지금 쓰고 있거나 새로 구입한 스마트폰에 질 좋은 서비스를 싸게 제공하는 이통사 유심을 사서 끼워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지금처럼 이통사 직영점이나 유통점에서 스마트폰도 사고 요금제까지 한꺼번에 가입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따로, 요금제 따로’ 이렇게 구입하도록 하자는 게 단말기 자급제의 핵심이지요.
 
그럼 의문이 생길 거예요. 한꺼번에 사던 걸 따로 산다고 통신요금이 어떻게 더 싸진다는 건지 말이죠. 그건 구조가 좀 복잡한데요, 여기서부턴 정신 바짝 차리고 들어야 해요.
 
국내에서 스마트폰은 주로 SK텔레콤이나 KT·LG유플러스와 같은 이통사들이 공급하고 있다고 했죠. 물론 삼성·LG전자 대리점이나 롯데하이마트에서도 폰을 살 순 있지만, 이곳에서 2년 동안 한 스마트폰만 써야 하는 이통사들의 2년 약정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 공기계만 구입하려면 이통사 판매가격보다 10% 가량 비싸게 사야해요. 2년 간의 ‘노예 계약’을 맺지 않는 대가로 폰 가격의 10% 가량을 더 받는 것이죠. 게다가 용산 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 같은 집단 상가의 유통상인은 소비자에게 불법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폰을 싸게 파니까 소비자들 대부분은 제조사에서 직접 사지 않고 이통사 직영점이나 유통점에서 폰을 사게 돼요.
 
단말기 유통망을 제조사가 아니라 이통사가 갖고 있다는 점이 중요해요. 국내 이통 3사가 해외에 롱텀에볼루션(LTE)망을 깔아 해외 고객을 유치할 게 아닌 이상, 국내 가입자들을 유치하려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지요.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은 대다수 국민이 스마트폰 하나씩은 갖고 있다보니 다른 이통사의 고객을 뺏어오려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예요. 상대편 고객을 빼앗아 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누구나 갖고 싶은 최신 폰을 경쟁사보다 싸게 파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소비자에게 ‘단말기 보조금’을 줘서 단말기 가격을 낮춰요. 이 보조금은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지출하는 거액의 마케팅비로 부담하게 돼요. 지난해 이통 3사가 쓴 마케팅비만 7조6000억원에 달하는데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조6000억원이었던 걸 보면 버는 돈 보다 고객 유치하는 데 쓰는 돈이 더 많다는 얘기죠.
 
이 마케팅비를 통신요금을 깎아주는 데 쓴다면 가입자 1인당 매달 1만원씩 요금을 내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요. 스마트폰을 이통사가 파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과도한 마케팅비를 쓰는 과열 출혈 경쟁이 계속되기 때문에 ‘단말기 따로, 요금제 따로’ 팔아 통신요금 내릴 돈을 마련하자는 발상이 나오게 된 거예요. 또 시장 경쟁 원리에 따라 애플과 삼성·LG전자는 ‘더 좋은 폰을 더 싸게’, ‘이통사들은 ’더 좋은 통신 서비스를 더 싸게‘ 공급하게 되지 않겠냐는 거지요.
 
국내 정치인들의 의견이 하나되는 경우는 참 드문데요. 단말기 자급제는 웬일인지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부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모두 최근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관련 법안을 제출했어요.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단말기 자급제‘를 도입하자는 데는 모두 찬성하지요.
 
하지만 정부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영민 장관은 “단말기 자급제에 원론적으론 동의하지만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유통점 모두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단말기 제조사도 아니고 이통사도 아닌 단말기 유통점의 자영업자분들은 단말기 자급제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거예요. 이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단말기를 팔 때마다 이통사나 제조사가 주는 ’판매장려금‘이 중요한 소득원인데, 제조사가 직접 단말기를 팔면 판매 장려금이 사라지다시피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중요한 건 어떤 방식이 단말기 유통업계 종사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느냐일텐데요. 소비자단체들은 한 가지 묘안을 제시하기도 해요. 제조사에서 ’2년 약정‘ 없이 스마트폰을 살 때 이통사 판매가격보다 10% 더 비싸게 사는 구조를 개선하면 된다는 거예요. 제조사나 이통사나 어디에서든 같은 가격에 스마트폰을 팔면 구태여 이통사에서 스마트폰을 사야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사실상 ’단말기 자급제‘가 도입된 거나 마찬가지란 것이죠. 복잡하게 국회에서 법을 고쳐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도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
 
물론 소비자 단체의 요구대로 되려면 제조사가 순순히 단말기 가격을 10% 가량 낮춰야 하는데, 자유 시장 경제에서 정부가 시장 가격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게 흠이지요. 어떤 정책이든 흠결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다만 가장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지혜롭게 찾아내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기대해봐야 겠지요.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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