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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명품가방까지 … 재건축 수주전 점입가경

중앙일보 2017.10.17 01:00 경제 7면 지면보기
강남 재건축 수주를 위한 진흙탕 싸움이 폭로전으로 번졌다. 사진은 GS건설이 서울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롯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한 금품·향응 증거물. [사진 GS건설]

강남 재건축 수주를 위한 진흙탕 싸움이 폭로전으로 번졌다. 사진은 GS건설이 서울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롯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한 금품·향응 증거물. [사진 GS건설]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두 달간 서울 강남권에선 건설사 간 재건축 사업 수주전이 숨 가쁘게 진행됐다. 내년 부활 예정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해 시공권을 따내려는 경쟁에 불이 붙었다. 그 과정에서 금품·향응 제공으로 얼룩진 재건축 사업의 ‘민낯’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경쟁사서 조합원에 금품 제공”
이사비 약속 이어 폭로전 번져

업계 일감 부족에 갈수록 진흙탕
금품 제공해도 직원 처벌에 그쳐
“시공권 박탈 등 고강도 처벌 필요”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사업을 따내기 위해 맞붙은 GS건설·롯데건설간 수주전이 대표적이다.
 
GS건설이 15일 공개한 ‘불법 매표(買票)시도 근절 신고센터’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 9~14일 센터에 상담 문의 227건, 신고 25건이 접수됐다. 신고한 금품은 현금 50만~100만원, 50만~100만원어치 상품권, 100여만원 상당의 명품가방 교환권, 60만원 상당의 수입 청소기 등이다. 조합원들은 롯데건설 직원이나 롯데건설 용역업체 직원을 통해 금품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수주 직전 ‘클린 수주 경쟁’ 선언까지 한 GS건설에 대한 업계 시각도 곱지 않았다. 과거에 다 저질러놓고 인제 와서 혼자 깨끗한 척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앞서 반포 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현대건설과 벌인 과열 경쟁을 두고서다. GS건설은 미분양이 나더라도 회사가 전량 분양가에 인수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따른 조합원 손실분까지 떠안겠다고 공약했다. 특급호텔 식사 접대까지 등장했다.
 
현대건설도 못지않았다. GS건설의 조건에 더해 이사비로 조합원당 7000만원씩 주겠다고 제안했다. 국토교통부가 시정 조치를 내리자 “이사비 7000만원을 어떤 식으로든 주겠다”고 약속했다. 두 회사가 사업을 따내기 위한 영업비용으로 각각 400억~500억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막대한 사업 이익과 강남권에 랜드마크를 지어야 한다는 상징성 때문에 건설사가 불법 영업을 벌이면서 수주전이 진흙탕으로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수주전이 과열 경쟁으로 치닫는건 건설업체의 ‘일감 부족’ 때문이다. 2014년 이후 공공택지 개발 중단으로 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면서 도로·철도 등 공공공사 발주도 줄었다. 8·2 대책 이후 주택시장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여기에 저유가 추세로 해외 벌이도 시원찮다. 일단 따내기만 하면 많이 남고, 흥행도 보장된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다.
 
재건축 복마전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잠실 등 일부 재건축 사업장에서 조합원을 상대로 과도한 금품수수가 이뤄지면서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철저히 단속,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합동으로 상시 점검반을 운영하고 처벌을 강화할 예정이다. 시공사 선정 관련한 제도개선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처벌 근거는 있다. 재건축 사업을 총괄하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11조)은 ‘누구든지 시공자의 선정과 관련해 금품·향응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하는 건설사 법인, 건설사나 용역업체 직원은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불법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대부분 직원 개인 처벌에 그치거나 용역·하청업체 책임으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아 처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위법 행위 적발시 입찰을 배제하거나 시공사 선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태석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위법 행위 적발시) 시공권 박탈을 포함한 고강도 처벌 규정을 내년 2월 시행 예정인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 비리 관련 처벌 규정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11조(시공자 선정 등) : 누구든지 시공자·설계자 선정과 관련해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어겼을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

 
안장원·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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