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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섭 한수원 사장 인터뷰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로 원전 안전성 높일 수 있어"

중앙일보 2017.10.17 00:48 경제 6면 지면보기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제4차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면 원전의 안전성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제4차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면 원전의 안전성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접목한 한국의 '지능형 원자력발전' 개념을 회원에게 전달해 원전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겠다."    

[WANO 총회 주관 이관섭 사장]
4차산업 기술 제대로 활용하면
건강검진하듯 원전 위험 사전 파악

공론화 과정은 시민들 에너지 관심 높인 기회
신고리 건설 중단 결정나면 정부,국회가 정리해야

 
16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세계원자력발전사업자협회(WANO) 총회’를 주관하는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사장은 현 WANO 회장이다. WANO는 1989년 원전 사업자가 만든 국제 협의체다. 2년마다 총회를 열어 원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총회에는 미국 엑셀론, 프랑스 EDF, 중국 CGN 등 전 세계 34개국에서 온 122개 원전 운영업체 관계자 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 사장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에 대해선 “건설 영구중단으로 결정 나면 정부와 국회가 법적 근거와 손해 배상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는 무엇인가.
“1979년 미국에서 스리마일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미국 원전 사업자들이 놀랐다. 원전 1기만 사고가 나도 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원전 사업자들이 미국원자력발전사업자협회(INPO)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모든 원전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 힘을 썼다. WANO는 이를 전 세계로 확대한 개념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계기다.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 원전 운영자가 안전성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WANO 총회를 정부와 한수원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WANO 총회의 성격 때문이다. 원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자들끼리 자체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성격이 짙다. 원자력 산업의 홍보나 진흥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회의체도 원전 발전의 개선분야, 달리 말하면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지를 토론하는 자리다.”  
 
-한수원은 WANO 총회에서 원전안전에 4차산업혁명을 도입하자고 제안하는데.
“원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하려 한다. 원전은 살펴봐야할 변수가 많다. 온도, 습도, 방사선 수치, 터빈 회전수 등이다. 각종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쌓인다. 이런 측정 변수 종류가 1200개쯤 된다. 이를 각 발전 부위마다 중복되는 데이터까지 생각하면 양은 더 방대하다. 과거엔 이 데이터를 기록하고 쌓아놓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젠 AI 등이 인간이 볼 수 없는 수준의 정보를 신속히 분석·판단해 준다. ‘지능형 원전’이 가능하다.”
 
이관섭 사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 원전의 기술력이 우수하고, 안전성도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이관섭 사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 원전의 기술력이 우수하고, 안전성도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장진영 기자

-‘지능형 원전’은 무엇인가.
“측정한 데이터를 과거 데이터와 비교하는 것이다. 온도나, 습도, 방사선 수치 등은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대부분은 일정한 패턴 이상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이 있으면 그 패턴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이때 집중적으로 점검하면 원전에 이상은 없는지를 사전에 알 수 있다. AI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고 위험을 더 빨리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능형 원전이다. 의학에서도 AI를 활용하니 암 진달률이 높아진다고 하지 않나. 건강검진하듯 원전의 위험을 보다 빨리 진단해 예방하는 개념이다.”
 
-경주 지진 등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시민 불안감이 커졌다.
“원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수용성(Public acceptance)’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일이 나면 발전소 안전시설을 강화해도 소용이 없다. 그런 관점에서 이제 원전 안전성은 발전소 기술 개발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 시민이 원전의 안전성을 알고 안심할 수 있는 활동에도 나서야 한다. 원전 사업이 진행되려면 정치적 요소가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고리 5, 6호기 사안을 봐도 알 수 있다. 외국도 다르지 않다. 국민수용성의 중요성을 WANO에서 발표한다.”
 
-한국표준형원전 APR1400의 유럽 수출형 모델 EU-APR이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심사를 통과했다.
“유럽에서 한국 원전의 수출 가능성이 높은 곳이 영국과 체코다. 두 나라 모두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짓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 원전 선진국인 미국과 프랑스 원전회사도 예산과 공기를 맞추지 못해 부도가 나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국이 사막 한가운데 원전을 짓고 있는 걸 알고 놀란다. 하지만 원전 수출은 일개 회사가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프랑스는 원전 입찰에 나설 때 루브르박물관 분관 설치까지도 공언한다. 결국 정부가 앞장서 팀 코리아의 역량을 끌어모아야 가능하다.”
 
-탈원전 정책 추진하며 원전 수출도 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모순된다는 지적 있는데.
“국내에서 원전을 과거와 같은 속도와 양으로 지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탈원전 정책이 지속돼도 원전 가동을 당장 멈추는 것이 아니다. 향후 60년 동안은 원전을 운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유가 등 연료 비용 변화에 따라 향후 에너지 정책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수출 대상 국가들도 이런 점에 공감하고 있다. 향후 한국 원전이 경제성과 안전성 등에서 뛰어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할 것이다.”
 
이관섭 사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공론화 과정은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이관섭 사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공론화 과정은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 권고안이 20일 발표된다. 공론화 과정을 평가하면.
“시민들이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토론하게 됐다. 공론화위원회도 숙의 과정을 최대한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3개월로 시간이 짧고 시민참여단에게 주는 정보에 대한 팩트체크 기능이 조금 미흡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가 공론화위 권고안 바탕으로 건설 중단 결정을 내리면.
“아직 건설 중인 원전을 중단한 전례가 없다. 회사입장에선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된다. 건설 영구 중단에 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중단에 따라 지역주민과 건설업체에 낼 배상 또는 보상 액수도 상당할 것이다. 이런 문제는 한수원 혼자 감당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가 문제를 정리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건설 중단으로 결정되면 관련 법률 보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로고. [사진 WANO]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로고. [사진 WANO]

 
-국내 원전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미래 에너지 산업은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현재 여건도 생각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두기에는 한국은 면적 등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 활용 가능한 여러 에너지 옵션을 가지고 있는 게 맞다. 신재생에너지는 현재 전체 에너지의 4% 정도를 차지한다. 60% 이상이 바이오매스 에너지임을 감안하면 풍력, 태양광 등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전체의 1% 밖에 안된다. 이것도 지난 10년 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 거치며 수십조원 투자해 만든 것이다. 그런데 과연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까지 늘어날 거라 자신할 수 있을까. 에너지 정책의 근간인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세운다. 올해 8차 계획을 세운다. 향후 2년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본 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는 속도 등을 살펴보자. 그러면 9차 계획 수립때 원전 등 다른 에너지원을 고려한 수정된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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