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트렌드] 암 일으키는 염증 제거·예방효과 탁월한 '티모퀴논' 가득

중앙일보 2017.10.17 00:02 5면 지면보기
블랙커민시드 효능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 막고
면역력 향상, 혈압 조절 도와
오일 형태로 하루 1g 섭취 적당

아마시드·햄프시드·치아시드 등 각종 씨앗류가 ‘수퍼’ 파워로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씨앗 속에 숨겨진 약리활성 성분과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7~2016년) 씨앗 또는 씨앗 추출물에 대한 의약용도 특허출원은 총 609건에 달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도 팔각나무의 씨앗 추출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최근엔 흑종초의 검은 씨앗인 ‘블랙커민시드’가 수퍼 씨앗의 새 강자로 떠오른다. 
 
블랙커민시드

블랙커민시드

블랙커민시드는 오랫동안 약용으로 쓰여온 씨앗이다. 수세기에 걸쳐 고대 이집트와 동남아시아에서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 목적으로 사용됐다. 염증·감기·치통·편두통 같은 각종 질병의 민간요법으로 활용된 것이다. ‘이집트의 특효약’ ‘지중해의 검은 보석’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블랙커민시드에서 추출한 기름은 ‘파라오의 오일’이라 불리며 향신료나 상처 치료제, 피부 미용제 등으로 활용됐다.
 
여러 경전에서도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이슬람 경전 하디스에는 ‘죽음 빼고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명약’으로 소개됐다. 성경에는 ‘밀보다 더 가치가 있으므로 귀하게 취급하라’고 언급돼 있다.
 
블랙커민시드에는 단백질·탄수화물·비타민류와 칼슘·철분 같은 미네랄, 오메가3·올레산·리놀레산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약리 효과로 주목 받아온 성분은 ‘티모퀴논’이다. 염증·산화를 비롯해 천식·고지혈증·당뇨병·암을 막아내고 면역력을 높이며 혈압을 조절하는 등 티모퀴논의 다양한 효능이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항암물질 입증 연구 결과 잇따라
 
티모퀴논은 블랙커민시드에서 추출한 오일의 주성분이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티모퀴논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2008년 미국암연구학회는 티모퀴논이 암세포를 억제하는 항암물질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 토머스제퍼스의대 부설 키멀암센터 연구팀은 사람의 췌장암 세포주에 티모퀴논을 주입했더니 암세포의 약 80%가 사멸했다고 밝혔다. 또 동물실험에선 췌장암에 걸린 쥐에게 주 3회씩 5주 동안 티모퀴논(30㎎/㎏)을 투여했더니 종양 크기가 67% 작아졌다. 이 연구팀은 “티모퀴논이 췌장암을 일으키는 염증 매개물질의 분비를 줄여 염증을 막고 췌장암 진행 속도를 억제했다”고 분석했다. 블랙커민시드의 티모퀴논이 만성 췌장염 환자는 물론 췌장암 발병 위험이 높은 환자나 재발성 췌장암 환자의 염증도 완화시켜 췌장암 발병을 예방하는 ‘천연 항염제’ 효과를 보인 것이다.
 
의학적으로 볼 때 염증은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다. 몸에 염증이 계속 쌓이면 염증이 몸 곳곳으로 퍼져 아토피피부염·크론병·치주염·피부염·관절염·췌장염·위염 같은 염증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염증은 당뇨병·고혈압·심혈관계질환·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티모퀴논은 다양한 염증성 화학물질인 사이토카인(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로 사용되는 당단백질)을 제거한다. 또한 염증 매개체(IL1·IL6)와 염증을 일으키는 체내 COX-2(사이클로옥시게나제-2) 효소를 억제해 염증을 예방한다.
 
2005년 ‘항암 리서치’ 학술지에 등재된 논문에 따르면 티모퀴논을 사람의 암세포에 투여했더니 결장암·이자암·후두암 세포가 90% 이상 괴사했다. 2001년 ‘암 발견과 예방’에 실린 논문에선 섬유육종(악성종양)에 걸린 쥐에게 0.01%의 티모퀴논을 넣은 물을 주입한 후 종양 발생과 크기를 검사한 결과 종양 발생은 43%, 크기는 34% 줄어들었다.
 
블랙커민시드가 당뇨병을 막는 효과도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2010년 인도 생리학 및 약리학 저널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을 앓는 환자 94명(남성 43명, 여성 51명)에게 블랙커민시드 가루를 하루 2g씩 12주 동안 먹게 한 후 혈액검사와 인슐린 저항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블랙커민시드를 먹기 전보다 공복혈당은 30%, 인슐린 저항성은 25% 줄어들었다.
 
휘발성 강해 캡슐형 제품이 좋아
 
블랙커민시드는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증상 개선에도 효과를 보였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자가면역 기능 이상으로 발병하는데, 관절의 통증과 변형이 동시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2011년 ‘식물요법연구’에 실린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에서의 블랙커민시드의 효과’에 따르면 30~54세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40명에게 블랙커민시드를 한 달간 매일 1g씩 투여했더니 류머티즘 관절염의 지표인 ACR20과 EULAR이 각각 42.5%, 30% 감소했다.
 
블랙커민시드의 효능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인도 약전에 따르면 블랙커민시드는 하루 1g을 섭취하는 게 적당하다. 미국·인도·이집트산보다 터키산 블랙커민시드의 리놀레산 함량이 높다. 블랙커민시드에서 짜낸 오일에도 티모퀴논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블랙커민시드 특유의 맛·향이나 식감 때문에 씨앗을 섭취하기 불편한 사람이라면 오일 형태가 적당하다. 블랙커민시드를 오일로 섭취하면 씨앗보다 티모퀴논의 소화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단 티모퀴논은 휘발성이 강해 오랜 시간 공기 중에 노출되면 날아갈 수 있다. 영양 성분을 고스란히 지키고 싶다면 캡슐 형태로 가공한 제품을 먹으면 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