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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가 문방구를 죽였나' 뜨거운 감자가 된 전문점

중앙일보 2017.10.16 17:34
다이소가 학교 앞 문방구를 죽였나.      
 

매장 1200개 매출 2조원 넘보는 다이소
문구점 업주들 10명 중 9 "매출 영향"
올리브영ㆍ롯데하이마트ㆍ이케아 등
전문점 나홀로 성장, 형평에 어긋난다 지적도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것"
규제하면 소비자 선택권 제약 반론도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적어도 문구업계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의원실이 한국 문구공업협동조합 등 국내 문구 관련 단체 3곳을 통해 전국 459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이소 영업점 확장과 문구업 운영실태 현황’ 조사 결과 다이소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답한 문구점은 92.8%에 달했다. 절반에 가까운 46.6%의 업체는 매장을 계속 운영할지 고민이다. 대부분의 문구점 업주들은 "다이소가 1000~5000원짜리 완구나 팬시 상품을 팔면서 소비자가 문구점 발길을 끊었다"고 여긴다.      
 
이 의원은 설문에 근거해 “유통 공룡으로 급성장한 다이소의 공격적인 매장 확대로 영세상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유통법의 대규모 매장 점포의 정의에 매출 및 전체 매장 수를 포함해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하다. 생활용품 전문점인 다이소(다이소아성산업)뿐만 아니라 일명 ‘카테고리 킬러’라고 불리는 전문점을 어떻게 봐야 할지가 유통업계 화두이다. 화장품과 건강용품을 판매하는 CJ의 헬스 앤 뷰티(H&B) 전문점 올리브영(매장 900여개), 가전제품 전문점인 롯데하이마트(460개), 가구전문점 이케아(2개) 등 한 카테고리에서 절대적 우위를 누리는 전문점이 오프라인 유통업 정체 속에 큰 폭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1200개의 점포(가맹점 458개)를 둔 다이소는 올해 2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1997년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대표가 일본 100엔 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1호점(당시 ‘아스코 이븐 프라자’) 낸 지 20년 만이다. 2001년 11월 일본의 균일가 상품 유통회사인 대창(大倉)산업과 합작해 상호를 다이소아성산업으로 변경했다. 2002년 3월 외국인투자촉진법에 의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했다. 현재 일본측 지분 비율은 34%다. 2001년 매장 수 100개를 돌파한데 이어 매장 수가 2009년 500개, 지난해 1150여 개로 크게 늘었다. 
 
다이소의 매출 규모는 슈퍼 업계 3위인 GS 슈퍼마켓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많다. 대형 마트나 기업형 수퍼마켓은 특정 상권에서의 신규 점포 출점 제한이나 의무 격주 휴무 등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전문점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유통업체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카테고리 킬러들은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전문점이 잠식하는 매출이 골목상권 매출인지는 불분명하다. 최근 신한카드 트렌드 연구소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1~8월 회원들이 유통업체에서 신한카드를 쓴 금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소비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전문점과 편의점으로 이동했다.  
 
화장품ㆍ의약품ㆍ미용제품 등을 한 곳에서 파는 H&B 전문점, 그리고 다이소에 쓴 금액(533억원)은 10년 전보다 8776% 폭증했다. 이는 전체 유통업체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H&B와 다이소 이용자 수(185만2000명)도 10년 전과 비교해 62배 늘었다. 같은 기간 편의점 사용액도 무려 5245%(2079억원) 늘었다. 반면 대형마트 사용액은 48%(4151억원), 백화점80%(1876억원) 증가에 그쳤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5년 전인 2012년(4994억원)과 비교해 16.9% 감소했다. 
 
 다이소측은 문구 업체들의 불만에 대해 판매 품목중 문구류는 일부에 그친다는 입장이다. 다이소 안웅걸 홍보이사는 “취급 물품 3만개 중 문구류는 1000~2000개 미만”이라며 “동네 문구점과 직접 경쟁 관계에 있는 체인형 문구전문점이 규제없이 영업 중이고, 오프라인이나 대형마트 문구류 매출도 상당한데 우리한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H&B전문점과 다이소 같은 카테고리 전문점의 인기는 소비자의 달라진 구매행태와 라이프스타일 때문인데, 규제가 능사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평소 이런 전문점을 종종 이용한다는 회사원 안태경(40)씨는 “휴업과 무관하게 특색있는 시장이나 점포는 시간을 내서 찾아가게 된다”며 “휴업 대상을 다이소나 올리브영으로 늘린다는 게 과연 누굴 위한 것인지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한 계열의 품목만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저가로 판매하는 매장. 완구용품ㆍ스포츠용품ㆍ아동의류ㆍ가전제품ㆍ가구ㆍ화장품 등 특화된 전문 매장을 체인 형태로 갖추고 집중적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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