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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헛다리 짚는 전통시장 지원…약발 없이 예산 낭비만

중앙일보 2017.10.16 16:52
정부는 몇 년 동안 시들어가는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했다. 대형마트에 채찍을 꺼내 들었고, 나름의 지원책도 내놨다. 그런데 무엇 하나 제대로 약발이 먹힌 게 없다.  
 

73억 들인 인터넷 카페 65%는 하루 평균 방문자 10명 못 미쳐
시장상인은 필요 없다며 폐지 원하는데 정부는 '우수' 등급 매겨
153억 지원한 청년상인 10명 중 3명은 2년도 안돼 폐업

‘한 달 일요일 두 번 휴무’로 요약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2012년 도입 후 5년 동안 골목상권 활성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대형마트가 영업하건, 문을 닫건 인근 전통시장 매출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조사 결과가 여럿이다. 휴일에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가 닫힌 문 앞에서 당혹해 하는 고객의 불만만 남았다. 
 
지원책도 그렇다. 2014년 도입한 ICT 카페가 대표적이다. PC‧복합기와 탁자‧의자가 있는 공간인 ICT 카페는 고객과 상인들에게 정보 검색과 정보통신(IT) 교육 기회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 3년간 276개 전통시장에 조성됐다. 투입된 예산만 73억2000만원이다. 
 
그런데 정작 찾는 사람이 없다. ICT 카페 65%(179곳)의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명 이하다. 이 중 47곳은 아예 방문자가 없거나 방문자 확인을 하지 못할 만큼 방치됐다. 이미 강동 길동골목시장, 송파 풍납시장, 용산 용문시장 등 25개 시장상인회는 ICT 카페를 폐지하거나 다른 시설과 통합하길 요청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ICT 카페 폐지를 원하는 송파 풍납시장과 용산 용문시장이 실태점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운영이 잘 되고 있다고 칭찬하는데 정작 시장상인들은 없애길 원한다. ‘잘 되고 있다’는 기준이 달라서다. 우수 등급의 기준은 '하루 방문자 6명 이상'이다.  
 
청년상인 집중육성 지원사업의 효과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이 사업은 전통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상인 세대교체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며 2015년 시작됐다. 2년간 153억원이 투입됐다. 그런데 2015~2016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해 창업한 청년 상인(396곳)의 28.8%(114곳)가 폐업했고, 3.8%(15개)는 휴업했다.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원 대상 선정 과정에서 전통시장에 대한 이해나 창업에 대한 의지에 대한 검증이 미흡했고 창업 후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온누리상품권은 ‘상품권 깡’에 악용되기도 했다. 2014년 세월호 사태로 위축된 경기를 살린다며 당시 정부는 석 달(6월 5일~9월 5일)간 온누리상품권을 10% 할인(현금구매)했다. 이 기간 온누리상품권 불법유통으로 적발된 상점(가맹점)이 1570곳이다. 
 
상점 주인이 1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한 온누리상품권을 취급 은행에서 원래 가격으로 환전해가는 방식으로 차액을 남겼다. 1년 후인 2015년 정부는 메르스 여파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며 다시 석 달(6월 29일~9월 25일)간 10% 할인해서 판매했다. 이 기간 불법 유통으로 적발된 가맹점은 전년 보다 늘어난 1631곳이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친 것이다.
 
새 정부는 골목상권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역대 어떤 정부보다 크다.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대형점포 영업 제한 같은 규제 일색이다. 지난 정부처럼 헛다리 짚지 않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준비하는데 더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최현주 산업부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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