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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숲에 찰흙으로 빚은 로켓이 놓여있다. 알록달록한 장난감처럼 보이는데 작품 제목은 ‘은하3호’. 2012년 북한이 쏘아 올린 장거리 미사일이다. 
 

전시회 여는 스타트업 대표 강상훈씨
7월 내놓은 카메라앱 '구닥'으로 대박

유학 미술학원도 운영… 원조 'N잡러'
일주일 한번 모여 만든 앱 100만 돌파

"작가 생활 덕에 독특한 앱 컨셉 나와"
규정된 직업 말고 본인만의 가치 좇길

작품명 '은하 3호'. 21일 전시회 '쇼쇼쇼'에 나올 강상훈씨의 롤리팝 연작 중 하나다. [사진 강상훈]

작품명 '은하 3호'. 21일 전시회 '쇼쇼쇼'에 나올 강상훈씨의 롤리팝 연작 중 하나다. [사진 강상훈]

 
또 다른 작품은 제목이 ‘보스턴 마라톤 폭탄사고’다. 역시 제목만 아니면 소풍 가는 아이들을 표현한 것처럼 밝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작품명 '보스톤 마라톤 폭탄사고'. 21일 전시회 '쇼쇼쇼'에 전시될 '롤리팝 연작' 중 하나다. [사진 강상훈]

작품명 '보스톤 마라톤 폭탄사고'. 21일 전시회 '쇼쇼쇼'에 전시될 '롤리팝 연작' 중 하나다. [사진 강상훈]

 
이들 찰흙 작품은 사진 촬영 뒤 뭉개져 막대 사탕이 된다. 21일부터 서울 자하문로의 갤러리 자인제노에서 ‘쇼쇼쇼’란 전시회를 여는 강상훈씨의 ‘롤리팝’ 연작이다.
 
'보스톤 마라톤 폭탄사고'를 표현한 찰흙으로 막대 사탕을 만들었다. 심심풀이 간식처럼 비극적 뉴스를 소비하는 현대인들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사진 강상훈]

'보스톤 마라톤 폭탄사고'를 표현한 찰흙으로 막대 사탕을 만들었다. 심심풀이 간식처럼 비극적 뉴스를 소비하는 현대인들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사진 강상훈]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태도를 비판하고 싶었어요. 정말 심각하고 비극적인 내용의 뉴스도 사람들은 가십거리로 대하죠. 이웃 나라의 핵발전소 사고를 접하면 ‘우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고 안도하고, 잔혹한 독재자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 ‘나는 이 사람보다는 낫지’라고 위안하잖아요.” 
심심풀이 간식처럼 타인의 비극을 가볍게 소비하는 태도를 막대 사탕을 통해 표현했다는 얘기다.  
 
어엿한 예술가지만 강씨는 정보기술(IT) 업계가 요즘 가장 주목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부업으로 차린 스타트업 ‘스크루바’에서 내놓은 카메라앱 ‘구닥’은 요즘 말로 ‘빵’ 터졌다. 7월 초 출시돼 3개월 만에 애플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한번 내려받는 데 1.09달러인 유료앱인데도 말이다. 국내에선 7월 중순 이후 줄곧 다운로드 1위를 달리고 있고, 해외 15개 국가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중앙일보 인터뷰 당시 강상훈 스크루바 대표(왼쪽)와 조경민 마케팅 이사. [중앙포토]

지난 8월 중앙일보 인터뷰 당시 강상훈 스크루바 대표(왼쪽)와 조경민 마케팅 이사. [중앙포토]

 
작가와 스타트업 대표.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강씨는 강남에서 유학 미술학원도 운영하고 있다. 세 개의 직업을 병행하는, 요즘 말로 ‘N잡러(여러 개의 일자리를 가진 사람)’다. N잡러는 직업 하나로는 도저히 생계 유지가 안 돼 부업에 나섰던 ‘투잡족’과는 다소 개념이 다르다. 어쩔 수 없이 직업을 병행하는 이들이 ‘투잡족’이라면 N잡러는 자신이 원해 다양한 직업을 찾는다.  
 
“세 개의 일을 진심으로 다 좋아해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그림을 그리는 일, 그리고 제 아이디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해 보는 일 모두요. 하나에만 올인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일이 생계 수단이 되잖아요. 돈을 벌겠다고 마음 먹으면 재미있던 일도 재미없어지는 것 같아서 그러고 싶지 않아요.”
 
일회용 카메라를 표방한 구닥은, 한번에 24장까지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찍은 사진을 보려면 사흘을 기다려야 한다. [중앙포토]

일회용 카메라를 표방한 구닥은, 한번에 24장까지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찍은 사진을 보려면 사흘을 기다려야 한다. [중앙포토]

강씨 뿐 아니라 스크루바의 다른 멤버 3명도 모두 본업이 따로 있는 ‘N잡러’들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재미있는 일을 벌려보자”고 결성한 모임이 사업으로 발전했다. 구닥의 성공이 그러나 우연만은 아니라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구닥은 컨셉이 독특하다. 1회용 필름 카메라처럼 한 번에 24장까지만 찍을 수 있고, 현상을 하듯 사흘을 기다려야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다. 이런 독특한 컨셉은 작가 생활을 병행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보통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 고객을 먼저 생각하잖아요. 사람들은 어떤 걸 원하고 어떤 걸 좋아할까. 작가들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습관이 돼 있어요.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고, 무엇을 원하는가. 구닥도 그렇게 기획됐어요. ‘나는 빠르고 편리한 요즘 앱이 지겨워. 구닥다리 같더라도 색다른, 옛날 일회용 카메라 같은 앱이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생각했어요. 나 자신을 정말로 잘 알고 나면 다른 사람도 이해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지난 8월 중앙일보 인터뷰 당시 강상훈 스크루바 대표(오른쪽)와 조경민 마케팅 이사. [중앙포토]

지난 8월 중앙일보 인터뷰 당시 강상훈 스크루바 대표(오른쪽)와 조경민 마케팅 이사. [중앙포토]

 
구닥의 성공에도, 강씨는 학원과 작가 일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홀가분하고 재미있게 다음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바뀌는 세상에선 기존 사회가 규정한 학문이나 일의 경계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거죠.” 그는 “하나의 직업을 목표로 삼기보다, 원하는 일을 이것저것 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찾는 것이 미래 사회에선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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