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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짤]노트북 시위가 부른 도미노 정회... 정무위 “노트북 덮고 국감”

중앙일보 2017.10.16 15:21
16일 오전 금융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컴퓨터에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이라는 손팻말리 부착돼 있다. 여당의 항의가 이어지자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노트북을 닫고 진행하자"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16일 오전 금융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컴퓨터에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이라는 손팻말리 부착돼 있다. 여당의 항의가 이어지자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노트북을 닫고 진행하자"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정회는 옳지 않으니 다들 노트북을 덮고 하십시다.”
 
16일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회 이진복 위원장이 의원들에게 금융위원회 국감을 앞두고 한 제안이다. 발단은 한국당의 노트북 시위였다. 한국당 의원 6명이 자리에 배치된 노트북에 ‘문재인 정부 무능심판’이라고 쓴 종이를 붙였다. 의원 질의 시간에 노트북이 화면에 함께 잡히는 것을 고려한 일종의 피켓시위였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간사인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국감과 아무 상관 없는 홍보물을 붙이는 건 파행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미 TV에 나왔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떼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당 간사 김한표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통해서 저희 의사를 비폭력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본회의장이나 다른 데서 흔히 본 광경이고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이진복 정무위원장이 중재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 문구를 붙이고 회의를 하면 모두에게 불편할 것”이라며 “정회는 옳지 않으니, 아예 문구가 보이지 않게 노트북을 다 덮고 하자”고 제안했다. 소란 끝에 정무위 위원들은 노트북을 덮어두고 국정감사를 이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양쪽이 이 문제로 회의를너무 질질끌지 말자는 차원에서 타협하고 국감을 시작했지만 일부 여당 의원은 "노트북을 덮으니 오히려 문구가 더 잘보인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정무위뿐 아니라 국토교통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 피켓을 붙이고, 민주당 의원들이 “떼라”고 요구하면서 한두 차례 정회를 겪었다.
박완주 의원이 한국당의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이라고 쓴 노트북 피켓시위에 대응해 자신의 노트북에 '세월호 진실규명 적폐청산'이라고 쓴 종이를 붙였다. 중앙포토

박완주 의원이 한국당의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이라고 쓴 노트북 피켓시위에 대응해 자신의 노트북에 '세월호 진실규명 적폐청산'이라고 쓴 종이를 붙였다. 중앙포토

 
농해수위에서는 맞불 시위도 등장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 주장에 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세월호 진실규명 적폐청산’이라고 쓴 종이를 노트북에 붙이고 마주 앉았다.  
 
농해수위는 앞서 “야당 의원들이 농해수위에서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팻말시위를 하고 있다. 의사 발언을 통해 하고싶은 말을 하되, 상임위를 오염시키지 말라”(민주당 김현권 의원) ,“문재인 정부의 무능 심판은 우리 당이 국감에 나서는 기본입장” (한국당 이만희 의원) 이라는 주장이 충돌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복지위에서도 “복지위를 방해하는 세력이 있는지 의심된다. 집권한 지 5개월밖에 안된 정부를 심판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민주당 기동민 의원) ,“미래 지향적인 입장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문제점을 검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한국당 김승희 의원), “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이 우선되는 것이 맞지만 야당은 피켓을 설치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국민의당 김광수 의원)는 격론이 오갔다.
 
국토교통위에서도 “지금까지 국토교통위원회가 무난하게 잘 진행돼 왔는데 오늘 노트북 앞 문구는 때고 시작하자”는 민주당 임종성 의원의 요구에 한국당 이우현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민주당도 많이 한 것이다. 오후에 게시여부를 다시 결정할테니 국토위 여당의원들이 이해해달라"고 말하며 맞섰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 노트북에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손팻말이 부착돼 있다. 박종근 기자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 노트북에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손팻말이 부착돼 있다. 박종근 기자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를 진행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한국당 의원들이 ‘졸속 탈원전 중단하라’고 노트북 시위를 했으나 큰 마찰 없이 감사가 진행됐다.
 
‘노트북 피켓 시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노트북 피켓시위를 하거나, 용산참사 이후 ‘김석기 사퇴’(참사 당시 경찰청장, 현 한국당 의원) 을 요구하며 노트북 시위를 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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