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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정조준한 佛 검찰 "대법원 판사 매수, 대포폰 사용…기소 임박"

중앙일보 2017.10.16 06:10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소위 '베탕쿠르 사건'으로 불리는 불법 정치자금 재판 과정에서 판사 매수에 나서고, 이를 위해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사법 방해' 혐의로 검찰의 기소를 앞두고 있다. 기소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부패혐의로 공판에 나서는 전직 대통령이 된다.
 

사르코지 前 대통령, 불법 정치자금 재판 과정에서 '사법 방해' 혐의
檢 기소시 프랑스 사상 첫 '부패혐의 재판' 전직 대통령 오명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중앙포토]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중앙포토]

'베탕쿠르 사건'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세계 여성 최고 부호'로 불렸던 릴리안 베탕쿠르 로레알 상속녀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비롯된 사건으로, 당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프랑스 검찰은 당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재판부의 '증거 불충분' 결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판사를 매수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5일(현지시간) 프랑스경제범죄전담검찰(PNF)가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이자 친구인 티에리 에르조그, 질베르 아지베르 전 프랑스 파기법원 판사에 대한 공소장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왼쪽)와 그의 남편이자 정치인 앙드레 베탕쿠르. [사진 셀레브리티닷컴]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왼쪽)와 그의 남편이자 정치인 앙드레 베탕쿠르. [사진 셀레브리티닷컴]

 
르몽드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PNF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파기법원(우리나라의 대법원 격)의 불법 정치자금 재판과 관련해 판사에게 고위직을 보장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선 당선시 고위직을 주겠다며 판사를 매수해 적극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당시 프랑스 경찰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수첩을 압수하면서, 이 수첩이 유죄 선고의 '스모킹 건'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사르코지 측은 수첩의 증거능력이 없음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고, 결국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판사를 대상으로 이같이 매수에 나서는 데엔 대포폰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PNF는 공소장을 통해 "(사르코지와 헤르조그가)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피해 몇 달간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며 "두 전화기는 2014년 '폴 비스무스'라는 가명으로 개통됐는데 이런 방식들은 노련한 범죄자들이나 쓰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헤르조그가 갖고 있던 대포폰에 사르코지의 전화번호는 '스핑크스'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014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했다. [사진 세계지식포럼 제공]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014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했다. [사진 세계지식포럼 제공]

 
검찰은 "2014년 2월 개시된 수사는 2016년 10월에 끝낼 것으로 생각됐으나 수사에 32개월이 걸렸다"면서 "절반인 18개월 정도는 사르코지 측의 집요한 지연전략으로 수사가 마비됐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공화당 경선에 나서면서 '최대 약점'으로 손꼽힌 범죄 혐의를 무마시키려했다는 것이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대선 경선을 준비하며 기소 지연에는 성공했지만, 기소 자체를 막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기소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르몽드는 "사르코지가 기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상 처음으로 전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공개 재판에 설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의 공소장 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검찰 수사에 이어 예심 판사들이 사건을 보강 수사하면, 한 달의 이의신청 기간을 거친 뒤 늦어도 연말까지는 사르코지와 두 공범에 대한 기소명령서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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