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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썰렁했던 원전 홍보관

중앙일보 2017.10.16 02:15 종합 34면 지면보기
염태정 내셔널 부데스크

염태정 내셔널 부데스크

지난 8월 중순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월성원자력발전소 홍보관에 갔었다. 여름휴가로 경주 간 김에 들렀다. 지금도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이 한창이던 때였다. 2층 높이 건물의 정문엔 ‘깨끗한 녹색 에너지’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개관 시간에 맞춰 오전 9시 조금 넘어 갔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전시 코너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곧 열겠지 하며 인근을 돌아다니다 결국 사람을 불렀다. 직원이 나와 불을 켜주고 갔다. 홍보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시관 안은 덥고 탁했다. 30분 정도 돌아보고 나왔다. 토함산 자락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에는 원전 반대 현수막이 곳곳에 보였다.
 
일이란 게 ‘훌륭하다’ ‘잘한다’ 하면 신나서 열심히 하게 되고, ‘나쁘다’ ‘안 된다’ 하면 맥빠지게 마련이다. 그날 원전 홍보관 직원의 맥없는 모습을 보면서 원전을 사방에서 비난하는데 무슨 기운이 나서 열심히 일하겠나 싶었다. 2009년 6월 갔던 경남 창원의 원전 설비업체 두산중공업에선 활기를 봤었다. 공장을 안내하던 직원은 은빛의 대형 터빈 등을 보여주며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자랑했다. 당시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를 앞두고 미국·프랑스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때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UAE에 자국 원전 업체 아레바의 대표를 데려가기도 했다. 그해 12월 한국은 미국·프랑스를 꺾고 건설비용만 200억 달러(약 22조5000억원)에 달하는 UAE 원전을 수주했다.
 
신고리 5, 6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운명을 다루는 종합토론회가 13~15일 열렸다. 건설 중단 여부는 조만간 결정난다. 결과는 원전 업체에서 토지 소유주까지 곳곳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중단이 결정되면 원전 산업과 수출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30년 세계 원전 시장 규모가 3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본다.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경주에선 세계 주요 원전 기업 대표를 포함해 700여 명이 참석하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14~17일)가 열리고 있다. 정부는 이런 자리에서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지금 그 말을 믿는 이는 별로 없다.
 
원자력진흥법 제1조는 ‘학술의 진보와 산업의 진흥을 촉진함으로써 국민생활의 향상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원전 산업 진흥은 정부의 책무다.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이 따라야 한다. 국가기록원이 지난해 펴낸 『기록과 테마로 보는 대한민국』에는 원자력이 반도체 등과 함께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는 아이템으로 선정돼 있다. 박근혜 정권 때 나온 책에서의 평가지만 지금도 유효하다.
 
염태정 내셔널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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