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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회의장도 못 받은 ‘문재인 시계’ … 여당 지도부도 허탕치자 인상 찌푸려

중앙일보 2017.10.16 01:46 종합 8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 서명이 있는 기념품 시계.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 서명이 있는 기념품 시계. [중앙포토]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시·도당 위원장을 초청해 가진 청와대 만찬 회동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딱 한 번 참석 인사들의 얼굴이 찌푸려진 일이 있었다고 한다.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기념품 손목시계을 못 받아서다. 문재인 대통령 서명이 들어간 손목시계는 ‘이니템’(문 대통령 이름에서 딴 애칭 ‘이니’와 기념품 ‘아이템’을 합친 신조어) 중에서도 가장 인기품목으로 꼽힌다.
 

청와대, 만찬 때 물량 없어 못 줘
원가 4만원 … “중고 200만원” 인기

15일 복수의 민주당 참석자들과 청와대 배석 인사 등에 따르면 회동 참석자들은 사전에 한병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 “회동에 참석하면 손목시계를 받을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 당·청 조율에 관여하는 만큼 국회를 자주 찾는 한 비서관은 “청와대 초청 행사에 오신 분들에게는 시계 등 기념품을 제공하는 기념품 규정상 가능할 것으로 안다”며 “아마 시계를 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당일 참석자들이 막상 “손목시계를 달라”고 하자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서는 난감해했다고 한다. 물량을 준비하지 않아 시계를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만찬에 초청된 민주당 인사는 추미애 대표와 이춘석 사무총장,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와 안규백 서울시당위원장을 비롯한 시·도당 위원장 등 총 20명이었다. 한 비서관은 “받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자 너무들 서운해했다. 정말 인상을 팍 쓰는 의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기념품 손목시계는 이니템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통한다. 시중에 팔지 않는 품목인데 원가가 4만원에 불과하지만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 등에서는 “200만원이라도 사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손목시계가 이렇게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청와대 살림을 관장하는 총무비서관실에서는 한 달 1000개씩 1년치 1만2000개를 주문하고, 필요할 때만 추가로 소량 주문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어 물량 자체가 넉넉지 않다. 지난 8월 26일 민주당 의원 전체를 청와대에 초청해 벌인 오찬 간담회에서도 손목시계를 나눠주지 못했다. 한 비서관은 “당 의원들로부터 ‘시계 하나 구해 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쉽게 해결되는 민원이 아니어서 정말 곤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조금 과장하면 공포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5부 요인 초청 오찬 행사에서도 정세균 국회의장 등 참석자들이 손목시계를 받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들 5부 요인이나 13일 만찬 참석자 등에 대해 시계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곧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행사에 참석하면 시계 선물을 받을 수 있는데 재고가 없어 주지 못하고 있다. 물량이 입고되는 대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구·위문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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