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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국회, 삼권분립 존중을” … 한국당 “유체이탈 화법”

중앙일보 2017.10.16 01:44 종합 8면 지면보기
김이수

김이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야권이 충돌했다. 문 대통령이 14일 페이스북에 헌법재판소에서의 국정감사 파행을 두고 ‘김 대행이 국회에 의해 수모를 당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국회를 비판하자 야당이 “삼권분립 위반” “유체이탈 화법” 등으로 반발하면서다.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 논란 확산
정우택 “대통령이 삼권분립 훼손”
안철수 “SNS 이용 트럼프 따라하기”
바른정당도 국회·국민에 사과 요구
여당은 ‘힘내세요 김이수’ 여론전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는 김 권한대행에 대한 자격 공방을 벌이다 1시간30분 만에 파행됐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당 의원들은 “국회 임명동의를 받지 못한 사람의 소장 대행 유지는 위법”이라며 김 대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하루 뒤인 14일 페이스북에 직접 글을 올렸다. 그는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선출된 헌재소장 권한대행에 대해 위헌이니, 위법이니 하며 부정하고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 만든 국법 질서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수모를 당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께 대통령으로서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께도 삼권분립을 존중해 주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에게 사과한다”는 780자 분량 글.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에게 사과한다”는 780자 분량 글.

이에 대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 293명이 참석한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부결하는 헌법적 결단을 내린 입법부를 부정하고 있다. 삼권분립을 훼손한 본인은 국회가 아닌 바로 문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장을) 새로 지명해 국회 검증 절차를 밟아 달라”고 요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입법부에서 부결한 사람을 다시 권한대행으로 세운다는 것은 행정부가 사법부와 입법부 위에 군림하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곤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따라하기 같다.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여론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사위 바른정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추락시킨 장본인으로서 김 재판관에게 정중하게 사과할 게 아니라 국회와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함이 옳다”고 말했다.
 
반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온갖 모욕적 언사를 다 듣고 힘없이 돌아가는 이분의 뒷모습이 오죽 짠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신 사과했을까”라고 했다. 김빈 민주당 디지털대변인 등은 14일 오전 “12시부터 일괄적으로 네이버·다음에는 ‘힘내세요 김이수’로 같이 동참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실제 네이버에서는 14일 낮 12시23분부터 ‘힘내세요 김이수’가 한때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됐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한다는 사이버부대 ‘달빛기사단’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전희경 한국당 대변인), “청와대와 여당의 행태는 건전한 여론 형성을 왜곡시키는 행위”(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란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국회·헌재의 삼권이 충돌하는 상황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안정을 위해 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건 헌법재판관들의 재량”이라며 “문 대통령의 결정도 정치적 평가는 다양할 수 있으나 그 자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 문제를 삼을 뚜렷한 위법성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김 권한대행이 인준안 부결 뒤에도 권한대행으로서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은 국회의 심의권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상(동국대 법학과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은 “헌법재판관 추천권을 여야와 대통령이 3명씩 갖도록 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대타협으로 탄생한 헌법기관이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타협을 통해 조속히 권한대행 체제를 끝내고 9인 체제를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성·유길용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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