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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조사 471인의 선택, 주사위는 던져졌다

중앙일보 2017.10.16 01:40 종합 10면 지면보기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공론조사가 15일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공론화위 관계자들이 천안 계성원에서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 결과지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공론조사가 15일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공론화위 관계자들이 천안 계성원에서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 결과지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주사위는 던져졌다. ‘갈등 해결 새 모델’이 될 것인가, ‘혼란의 판도라 상자’가 될 것인가.
 

건설재개·중단 어느 쪽 결론나도
반대 진영선 법적소송까지 예고

정부 탈원전 홍보도 논란 키워
“기간 짧아 공론조사 취지 못살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활동이 15일 4차 최종 조사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충남 천안 계성원(교보생명 연수원)에 모인 시민참여단 471명은 이날 2박3일간의 종합토론회를 마무리한 뒤 최종 4차 공론조사에 응답하고 해산했다. 공론화위는 1~4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권고안을 20일 오전 발표하고 동시에 정부에 제출한 뒤 활동을 종료한다. 정부는 권고안 내용을 검토한 뒤 24일 국무회의에서 건설 중단·재개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
 
공론화위는 건설 재개와 중단 의견비율 차이가 오차범위(±3~4%포인트)보다 크면 다수 의견으로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차범위 이내일 경우 1~4차 조사 결과를 종합한 정량적 분석이 담긴 권고안을 내놓는다. 이러면 권고안 내용을 정부가 임의로 해석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를 의식한 듯 공론화위가 15일 공개한 공론조사 4차 설문지에는 기존 조사와 달리 ‘모든 것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건설 중단·재개) 의견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면’이란 전제를 단 양자택일 질문이 추가됐다. 시민참여단의 ‘유보적 의견’을 줄이기 위한 시도다.
 
하지만 의견비율 차이가 오차범위 이내이든 범위 밖이든 건설 재개와 중단 중 어느 쪽으로 결론 나도 반대 진영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미 건설 재개와 중단 양측 일각에선 정부 결정에 따라 법적 소송을 검토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공론화위는 7월 24일 출범 직후부터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헌법상 대표기구도 아닌 시민참여단이 국가 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공론화위는 7월 27일 브리핑에서 “공론조사 결과는 대통령 등 최고결정권자의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에 그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엔 시민참여단에 제공할 자료집, 숙의 과정에 참여할 전문가 선정을 두고 건설 재개와 중단 측이 각각 ‘공론화 과정 보이콧’을 시사하기도 했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론조사는 양측이 오랜 논의로 룰을 합의해야 하지만 이번 공론화 기간은 3개월로 짧았다”며 “진행 과정을 두고 양측이 대립해 공론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정부의 탈(脫)원전 홍보 정책도 논란을 키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론화 기간 중인 지난달 6일 ‘에너지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를 개설해 탈원전 정보를 제공했다. 그러자 친원전 쪽에서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산업부는 지난달 25일 홈페이지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공론화 주제가 협소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에 관해서는 정부가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밀어붙이면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해서만 공론조사를 벌이는 건 적절치 않다”며 “탈원전 정책 자체를 공론조사했어야 옳다”고 말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공론조사는 기간이 짧아 시민 숙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공론조사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며 “이미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 중단과 재개 양측 모두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으므로 향후 어떤 결과가 나와도 후폭풍이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이 공론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는 분석도 있다. 최종 4차 조사에 참석한 시민참여단 수는 기존에 공론화위가 예상한 350명보다 많은 471명이었다.
 
공론화위 대변인인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공론화 과정에서 많은 시민이 원전 현안에 대해 알게 된 것도 공론화의 큰 의의”라고 말했다.
 
시민참여단 나민호(35)씨는 “토론을 통해 국가 정책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는 게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숫자로 보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과정
471명 15일 4차 최종 조사 참여한 시민참여단 수. 이 결과를 토대로 권고안 작성
 
46억원 정부가 공론화위 활동에 책정한 예산. 합숙토론, 공론조사 비용 등 포함
 
90일 7월 24일 출범한 공론화위 활동 기간. 10월 20일 권고안 발표 후 활동 종료
 
2조 6000억원 정부가 추산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영구중단에 따른 손실규모
 
29.5% 건설 일시 중단된 신고리 5, 6호기의 현재 공정률
 
이승호·심새롬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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