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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그칠 때를 안다

중앙일보 2017.10.16 01:00 경제 11면 지면보기
<32강전> ●박정환 9단 ○구쯔하오 5단
 
4보(50~64)=우하귀 접전이 마무리된 뒤, 박정환 9단은 바둑돌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박 9단이 지금 당장 두고 싶은 자리는 단연 상변이다. 상변 중간에 흑돌 하나만 더 놓인다면, 중앙으로 뻗은 흑의 세력을 활용해 상변을 한껏 키울 수 있다. 시커먼 흑 세력이 욕심을 부채질한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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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9단의 선택은 상변이 아닌 하변. 51로 가만히 하변을 보강했다. 큰 곳을 뒤로 미루고 내 돌부터 살피는, 신중하면서도 단단한 결정이다. 고수들은 아무리 큰 이익이 눈앞에 있어도, 나아갈 때와 그칠 때를 구분할 줄 안다. 반면 아마추어들은 기분에 취해 순간의 욕심을 다스리지 못하고 판 전체를 그르치고 만다.
 
참고도

참고도

54. 백은 상변을 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흑이 55, 낮은 보폭으로 다가서는 순간 56이 떨어졌다. 기습적인 침입이다. 박정환 9단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적진에 쳐들어온 상대를 포위할 것인가, 아니면 뒷문으로 줄행랑치도록 퇴로를 열어줄 것인가.
박정환 9단의 선택은 포위. 적의 울타리에 포위된 백은 58로 3·3에 들어가 목숨을 구원한다. 위태로워 보이지만 '참고도'에서 보듯 백이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선뜻 우상귀를 내어 준 다음 중앙으로 뛰어나간 63은 대세점. 박 9단의 시야는 작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반면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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