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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한국 축구 사망’ 현수막 시위 … 딴 문으로 들어온 김호곤·신태용

중앙일보 2017.10.16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대한축구협회 집행부 사퇴와 거스 히딩크 감독 재선임을 촉구하는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회원들이 15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한국축구 사망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집행부 사퇴와 거스 히딩크 감독 재선임을 촉구하는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회원들이 15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한국축구 사망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근조(謹弔), 한국축구 사망했다’ ‘문체부는 축협 비리 조사하라’

입국 인터뷰 장소도 협회로 옮겨
신 감독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김 위원장 “물러난다고 해결 안 돼”

 
15일 오전 인천공항 입국장.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축사국)’ 회원 5명이 현수막을 들고 나타났다. 이날 귀국한 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과 김호곤(66)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향한 항의 시위였다.
 
대표팀은 최근 두차례 유럽 평가전에서 참패를 당했다. 지난 7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에 2-4로 졌고, 11일 스위스에선 모로코 1.5군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신 감독은 독일에서 외국인 코치 후보를 만난데 이어 내년 6월 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에서 베이스캠프 후보지를 돌아보고 이날 귀국했다. 선수들은 지난 12일 귀국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왼쪽)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유럽 원정 평가전을 마치고 2018 러시아 월드컵 베이스캠프 후보지를 둘러본 후 1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왼쪽)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유럽 원정 평가전을 마치고 2018 러시아 월드컵 베이스캠프 후보지를 둘러본 후 1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축사국’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축구협회 회장과 집행부 총사퇴 및 히딩크 감독 영입 ▶신 감독과 김 기술위원장 퇴진 ▶문체부의 축구협회 감사를 요구했다. 신 감독은 이날 예정됐던 공항 인터뷰를 취소하고 마치 죄인처럼 다른 게이트로 빠져나갔다. 인터뷰는 안전문제를 우려해 축구협회로 장소를 옮겼다.
 
 
‘축사국’ 회원 2000여명 중 이날 공항에 나온 인원은 5명에 불과했지만 많은 팬들은 인터넷을 통해 축구대표팀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투혼이 사라진 선수들,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 영입설과 관련한 축구협회의 늑장대처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드러난 축구협회 일부 임직원의 비위 등이 맞물려 비난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2014년 6월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축구대표팀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엿세례를 받았다. 당시 분노한 일부 축구팬들은 공항에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중앙포토]

2014년 6월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축구대표팀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엿세례를 받았다. 당시 분노한 일부 축구팬들은 공항에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중앙포토]

 
2014년 6월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1무2패)에서 탈락한 축구대표팀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엿세례를 받았다. 당시에도 공항에 ‘근조,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는데 3년 만에 똑같은 상황이 재현됐다.
 
이임생(왼쪽)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에서 머리에 피가 나도 붕대를 묶고 뛰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이임생(왼쪽)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에서 머리에 피가 나도 붕대를 묶고 뛰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많은 팬들이 원하는건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축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에서 이임생이 머리에 피가 나도 붕대를 묶고 뛰던 모습,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에서 패배한 뒤 이천수가 눈물을 쏟았던 모습에 팬들의 마음이 누그러졌다.
 
이천수는 2006년 6월 24일 독일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스위스전 패배 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중앙포토]

이천수는 2006년 6월 24일 독일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스위스전 패배 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중앙포토]

 
2015년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선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25·토트넘)이 동점골을 터트린 뒤 관중석으로 몸을 던지며 “이길게요, 이길게요”라고 말한 장면도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당시 대표팀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귀국길에 ‘엿’ 대신 ‘꽃’을 받았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감독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팬들이 실망하는걸 이해한다. 시위하는 분들도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선 것인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며 “월드컵에서 우리보다 못한 팀은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좀 더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히딩크 감독 논란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히딩크 감독 논란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낭떠러지까지 추락했는데 축구협회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지적에 대해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누가 책임지고, 그만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저도 책임질 수 있는 자리에 있지만, 아직 할 일이 많다. 월드컵에 잘 갈 수 있도록 돕는게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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