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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외국인 놀이터된 코스닥 공매도...83%가 외국인인데?

중앙일보 2017.10.16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이제 공매도와 그만 싸웁시다.”
 

모건스탠리 1위, 메릴린치 뒤이어
미공개 정보 이용 시장 쥐락펴락
대응력 떨어지는 개미들 큰 피해

셀트리온, 주주 결의로 코스피 이전
“시장 불안 잠재울 추가 조치 필요”

‘공매도 투사’로 불렸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달 29일 임시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에게 ‘실적으로 경쟁하겠다’며 한 말이다.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결정하고 나서다. 의약품 제조사 셀트리온은 유독 공매도와 많이 엮였다. 그만큼 회사를 둘러싼 출처 없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2012년엔 중국 신약 시험에서 2명이 사망했다는 악성 소문에 회사는 “중국에서 임상을 진행한 적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주가는 출렁댔고, 결국 소액주주가 손해를 봤다. 급기야 지난 7월 “더는 못 참겠다”며 소액주주들이 직접 이전 상장을 추진했고, 이르면 내년 초께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공매도는 특정 종목 주가가 내릴 것으로 보일 때 그 주식을 증권사 등에서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리면 이를 되사서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수년 동안 이어졌다. 찬성파는 주식을 매수하지 않아도 매도할 수 있어 증시 유동성이 늘어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파는 공매도 세력이 미공개 정보로 시세차익을 내는 데 악용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증시에서 공매도는 코스피 시장보다 코스닥 시장에서 심하고, 외국계 투자회사가 주도한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는 대부분 외국계 투자회사가 이끄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감독원이 공매도 잔고가 총 상장주식의 0.5% 이상일 때 공시하는 공매도 공시제도를 시행한 지난해 6월 말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보고 건수는 63만6100건으로 집계됐다. 그 가운데 외국계 투자자는 83%(53만500건)에 달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계 투자자를 통한 공매도 비중(58%·74만6600건 중 43만2800건)보다 월등히 높다.
 
코스닥에서 공매도 집행을 가장 많이 한 곳은 모건스탠리다. 공매도 거래량이 1위를 기록한 날이 290일이었다. 분석 기간 중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날이 293일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일 공매도 물량이 가장 많았다는 뜻이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메릴린치는 2위를 기록한 날이 각각 192일, 98일이었다.
 
물론 이들이 공매도 주문자는 아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실제 주문자가 누군지 알 순 없고, 외국계 투자회사는 브로커 역할을 한 것”이라며 “그러나 상당수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자금을 운용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고, 이들이 내부 정보를 먼저 알고 공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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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투자회사가 공매도 거래를 주도하는 것은 공매도를 ‘악’으로 여기는 국내 여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찬대 의원은 “북한 핵 위협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 등으로 시장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를 추가로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을 고려해 금융당국은 지난달 25일부터 전보다 촘촘해진 공매도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코스피는 ▶공매도 비중이 18%(코스닥은 12%) 이상이고 ▶주가가 5~10% 하락하며 ▶공매도 거래금 증가율이 6배(코스닥은 5배) 이상을 모두 충족하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고 다음날 공매도를 금지한다. 코스닥이 공매도에 취약하다는 우려에 따라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 5배 이상, 직전 40거래일 공매도 비중이 평균 5% 이상일 때 과열종목으로 정하는 코스닥 단독 적용 규정도 마련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알파전략팀장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이 강해진 뒤 벌써 13개 종목이 지정됐다”며 “그중 7개가 공매도 제한 당일 플러스 수익률을 냈지만 그보다 실적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 장기 수익률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공매도 규제는 다른 주요국에 비해 완비된 만큼 실제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꾼’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9월 호재성 공시에 이어 악재성 공시가 나오는 사이 유출된 내부 정보로 시세차익을 낸 일부 기관투자가가 대표 사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제재 수위는 다른 국가에 비해 미약하다”며 “국내 공매도 규제는 전반적으로 센 편이라 규제로 해결하기보다는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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