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코리아 제안 내용 받아들여
효과 보려면 기존 산업에도 적용
네거티브방식으로 틀 확 바꿔야
공장을 지으려 해도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가로막히고, 드론을 날리거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려면 각각 항공안전법과 도로교통법에 발목이 잡힌다. 그 결과 구글 등 세계적 ‘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에서 질주하고, 중국이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했지만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의 외딴섬이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에서도 한국(77.4점)은 미국(99.8점)·유럽연합(EU·92.3점)에 크게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은 뭘 하더라도 허용된 것만 가능한 포지티브시스템에 꽁꽁 묶여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첨단 기술 테스트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로 나가고, 유전자 가위를 비롯한 첨단 생명공학 실험도 해외에서 해야 한다. AI의 원동력인 빅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묶여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규제 혁파를 위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전봇대’를 뽑고 ‘손톱 밑 가시’ 제거에 나섰지만 실패로 끝났다.
문 대통령이 “창업과 신산업 창출이 이어지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2012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2015년 규제프리존법을 좌초시켰던 점을 떠올리면 놀라운 변신이다. 집권 세력으로서 경제성장을 이끌려면 기업가 정신과 창업을 북돋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큰 게 문제다. 규제 샌드박스 대상을 ‘창업과 신산업’에 한정했기 때문이다. 창업과 신산업도 결국 기존 제조업이 바탕인데 신산업·기존산업을 칸막이해선 혁신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없다.
중앙일보는 연초 국가개혁 프로젝트인 리셋코리아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신산업·기존산업으로 나눈다면 효과는 반감된다. 지금 국내 기업들은 대·중·소 할 것 없이 최저임금 및 법인세 인상, 양대 노동지침 폐기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 30년도 더 된 낡은 규제를 두고 혁신생태계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것은 고목나무에 꽃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네거티브 방식 전환만이 위기의 한국 경제를 살려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