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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너냐 … 공연장 가면 늘 듣는 말이죠

중앙일보 2017.10.13 01:00 종합 25면 지면보기
앙상블 피아니스트 김재원. 피아노를 그만둘 뻔했던 그는 반주자라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앙상블 피아니스트 김재원. 피아노를 그만둘 뻔했던 그는 반주자라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재원(29)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이름은 낯설 수 있다. 음악회 소식에도, 공연 포스터에도 그의 이름은 작게 들어간다. 주로 다른 악기의 반주자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독보적 앙상블 피아니스트 김재원
반주자로 올해만 140회 무대에
호흡 맞춘 연주자들과 클럽M 결성
감독 맡아 19일 예술의전당 공연

하지만 그렇게 이름을 올린 횟수가 1년에 140회다. 휴일 없이 2.6일마다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라는 뜻이다. 연주 전 리허설까지 포함하면 회사원이 출근하듯 공연장에 간다. “관객들은 제 이름과 얼굴을 잘 모를 수 있지만, 예술의전당·금호아트홀 같은 공연장의 무대감독님들은 저를 금방 알아봐요. ‘또 너냐’하죠.”앙상블 피아니스트로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연주 기록부터 보자.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쇼케이스 반주로 시작해 클라리넷·첼로·플루트 독주회 반주, 피아노 4중주·5중주 등 연주 일정이 빼곡하다. 지난달 연주만 이렇게 13번이었다. 올해 이미 했거나 할 연주를 다 더하면 140회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졸업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때 선배들을 제치고 동아음악콩쿠르 1위를 한 독주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4학년 때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중퇴했다. 재즈 피아노로 전공을 바꿔서 유학을 가려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피아노를 아예 그만두려고 할 때쯤 통장 잔고가 바닥났어요.” 클라리넷 하는 친구를 반주해 용돈을 벌기 시작했다. 친구의 선생님은 “반주를 이렇게 잘 하는데 왜 피아노를 그만두느냐”며 다른 클라리넷 전공 학생들의 반주를 맡겼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 때 정말 열심히 했어요. 잘 하는 연주자만 반주한 게 아니고 주로 어린 학생들, 소리도 제대로 못 내는 초등학생들 반주를 많이 했어요.” 사립 초등학교의 클라리넷 콩쿠르 반주를 도맡아하면서 독특한 습관이 생겼다. “아직 잘 못 하는 아이들의 연주를 어떻게 해서든 잘 하는 것처럼 들리게 반주하는 게 최대 목표였어요.” 간단한 부분을 연주할 때도 이런 저런 방법으로 다르게 쳐보고, 피아노 소리를 어떤 크기로 조절해야 하는지 다양한 실험을 해봤다. “그러다보니 반주자가 독주자를 도와주는 게 어떤 건지 알 것 같더라고요.”
 
입소문을 타면서 함께 하는 악기가 다양해졌다. 지금껏 반주한 연주자만 200여명이다. 이젠 관악기 연주자가 첫 음을 불기 전 숨소리만 들어도 연주 템포를 예측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대학교를 중퇴했으니 학력은 고졸이다.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보다는 나만 가지고 있는 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중에는 앙상블 아카데미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다른 악기와 함께 잘 연주하는 비법을 전수하는 게 꿈이다.
 
김재원은 그동안 호흡을 맞췄던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클럽M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음악감독을 맡았다. 바이올린·클라리넷·호른 등 관현악기와 함께 7월 창단 연주회를 열었다. 이달 19일 오후 8시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클럽M 공연을 한다. 브루흐·스트라빈스키·거슈인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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