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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러시아 의원들에게 "핵무기는 협상 대상 아니다"....김정은은 할아버지(김일성)의 '줄타기 외교' 재현하나

중앙일보 2017.10.12 16:28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핵무기를 협상 대상으로 한 대화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외무상은 이날 평양을 방문 중 타스통신 취재진을 만나 “우리(북한)는 미제와 실질적 힘의 균형을 이루는 최종 목표를 향한 길에서 거의 마지막 지점에 도달했다”며 “미제의 대조선(대북) 압살 정책이 근원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핵무기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12일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가 저들의 제재·봉쇄와 군사적 압살 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며 국가 핵무력 완성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가를 제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북, 최근 연이어 러시아 통해 핵 및 미사일 발사 강행 의지 피력
이례적으로 김영남, 이용호 등 고위 당국자 나서
중국과 소원해지자 러시아에 러브콜 분위기
50~60년대 김일성의 중소 등거리, 줄타기 외교 재현이라는 분석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11일 방북중인 러시아 타스통신 세르게이 미하일로브 사장을 만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11일 방북중인 러시아 타스통신 세르게이 미하일로브 사장을 만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의 대러시아 편중 외교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이번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 역시 러시아의 ‘입’을 통해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하고 싶은 말을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외부에서 대화나 입장표명을 요청할 경우 응하지 않거나, 추상적인 대답을 하다가도 자신들이 필요로 할 경우에는 언론들을 초청하거나 동원하는 선전술에 능하다”며 “북한에 머무는 중국 언론 등이 아닌 타스통신을 초청해 인터뷰했다는 건 러시아 루트를 활용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달초 북한을 방문했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안톤 모로조프 의원(가운데)이 동료 의원(오른쪽 두사람)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왼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달초 북한을 방문했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안톤 모로조프 의원(가운데)이 동료 의원(오른쪽 두사람)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왼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은 앞서 지난 2일부터 닷새 동안 방북한 안톤 모로조프 러시아 하원 의원 일행에게도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미사일 개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북한의 형식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들에게 “사거리 3000㎞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사거리를 3배로 늘리는 개발을 할 것”이라거나 “조만간 미사일을 발사 할 것”이라고 했고, 의원단은 귀국 후 북한의 이런 입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여기에 러시아 내 무기 전문가들은 4~5년 내에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연이어 내놓고 있어, 북·미 대화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지난달 29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외무부 당국자들과 회담을 마치고 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지난달 29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외무부 당국자들과 회담을 마치고 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무엇보다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북한 외무성의 미국 담당 국장인 최선희가 러시아를 찾아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부 특임대사와 회담하는 등 양국이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북한과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공공연히 언급할 만큼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러시아에 중재자 역할이나, 향후 추가 도발을 하더라도 러시아의 지지를 요청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일 시대에는 급박한 상황이 되면 중국에 경제적 지원과 정치·외교적 후견인 역할을 요청했지만 최근 소원해진 중국 대신 동북아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러시아에 줄을 대고 있는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수시로 “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중재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이전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 속에 줄타기 외교를 한 전례가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은 “북한 김일성 주석은 1956년 옛 소련의 20차 당 대회 때 후루시초프를 격하하는 모습을 보고, 소련이 수정주의를 밟는다며 중국에 줄서기를 했고 60년대 중반에는 중국이 교조주의에 빠졌다며 친 소련정책을 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이용해 줄타기 외교, 등거리 외교를 통해 실리를 찾곤 했는데 최근 중국과 서먹한 관계가 되자 러시아를 찾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혈맹관계로 여겼던 중국이 최근 미국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등 북중 관계가 원만치 않자 러시아를 찾아 고립을 탄피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0년 전 할아버지(김일성)가 펼쳤던 줄타기 외교를 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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