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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전국 첫 고교 전면 무상급식 성사된 비결은?

중앙일보 2017.10.12 15:29
고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 합의를 위해 각 기관·단체장들이 지난 10일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강원도]

고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 합의를 위해 각 기관·단체장들이 지난 10일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강원도]

 
“지역 고등학생 복지 차원에서 무상급식은 꼭 필요합니다. 학부모들의 부담도 줄일 수 있고요.”

지난 8월 강원지사·교육감·도의회의장 만났지만 합의 못해
인제교육지원청 오세헌 교육장 앞장, 군의회 찾아가 설득
지역 교육장들도 기관·단체장 만나 '지역민 복지' 공감 이끌어
내년 고교 무상급식으로 72개교 3만9997명 혜택 받아


 
지난달 20일 강원도 인제군 군의회 의장실. 8명의 인제군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제교육지원청 오세헌(59) 교육장이 A4용지 4장 분량의 서류를 나눠줬다.
 
오 교육장은 이날 고교 무상급식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인제군의회를 찾았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오 교육장이 나눠준 서류에는 고교 무상급식이 왜 필요한지, 무상급식이 추진될 경우 인제지역 고교에 들어가는 예산 규모와 부담금 기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는 “고교 무상급식은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 무상교육의 일환으로 인제 군민의 복지를 위한 정책이다. 교육청이 인건비와 운영비, 식품비의 68%를 분담하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비용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 교육장의 설명을 들은 의원들은 무상급식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최명희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장,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최문순 강원지사,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 한의동 강원도시·군의장협의회장(왼쪽부터)이 지난 10일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고교 무상급식 추진에 합의했다. [사진 강원도]

최명희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장,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최문순 강원지사,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 한의동 강원도시·군의장협의회장(왼쪽부터)이 지난 10일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고교 무상급식 추진에 합의했다. [사진 강원도]

 
강원도가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내년부터 고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기로 했다. 
 
최문순 강원지사와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 최명희 강원도 시장·군수협의회장이 지난 10일 오전 강원도청에서 고교 전면 무상급식 시행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한 한의동 강원도 시·군 의장협의회장도 4개 기관·단체 합의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교 무상급식 시행 합의를 끌어내는 데에는 오 교육장 같은 지역 교육지원청 교육장들이 큰 역할을 했다. 
 
강원도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장이 지역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기관·단체장을 설득하고 설명회를 여는 등 고교 무상급식 시행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며 “소통하려는 노력이 이번 합의를 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불과 40여일 전인 지난 8월 30일에도 강원도청에서 강원지사와 교육감, 도의회 의장, 시장·군수협의회장이 만나는 회담이 열렸었다.  

 
하지만 한의동 강원도 시·군의장협의회장이 지방자치단체와 기초의회 간 소통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아 참석자들은 시간을 갖고 협의를 더 진행하기로 했었다.
최명희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장,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최문순 강원지사,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 한의동 강원도시·군의장협의회장(왼쪽부터)이 지난 10일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고교 무상급식 추진에 합의했다. 연합뉴스

최명희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장,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최문순 강원지사,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 한의동 강원도시·군의장협의회장(왼쪽부터)이 지난 10일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고교 무상급식 추진에 합의했다. 연합뉴스

 
한의동 강원도 시·군의장협의회장은 “대부분의 의원이 (무상급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기관·단체들 간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며 “만남을 통해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고교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은 많았다. 강원도 교육청은 당초 고교 전면 무상급식이 어렵다고 판단, 올해 2학기부터 도내 인문계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기 위해 예산 9억9445만원을 편성했었다. 
 
하지만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4월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교육위원회는 강원도 내 18개 시·군의 찬성을 얻지 못한 점을 삭감 이유로 꼽았다.
 
이후 일부 자치단체장이 고교 무상급식 추진을 선언하면서 도내 18개 시장·군수들이 잇따라 찬성의 뜻을 밝혔다. 
 
회담을 제안은 최명희 강원도 시장·군수협의회장이 했다. 지난 7월 그는 “이제 고교 무상급식에 대해 논의할 충분한 여건이 조성됐다”며 “모임을 갖고 기관별 예산분담률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두 차례의 회담 끝에 강원도와 도 교육청이 2014년부터 추진해 온 고교 무상급식이 마무리되면서 교육계와 정치권에서 환영의 뜻을 밝히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무상 급식에 필요한 예산 문제도 합의로 풀었다.
도와 도 교육청 등에 따르면 고교 무상급식 시행으로 내년 72개 고교 3개 학년 3만9997명에 대한 학교급식 확대 추가 비용은 16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명희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장,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최문순 강원지사,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 한의동 강원도시·군의장협의회장(왼쪽부터)이 지난 10일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고교 무상급식 추진에 합의했다. [사진 강원도]

최명희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장,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최문순 강원지사, 김동일 강원도의회 의장, 한의동 강원도시·군의장협의회장(왼쪽부터)이 지난 10일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고교 무상급식 추진에 합의했다. [사진 강원도]

 
이는 모두 식품비다. 비용 분담 비율(도와 시·군 각각 40%, 도 교육청 20%)에 따라 도와 시·군은 각각 67억원, 도 교육청은 33억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기존 초·중학교를 더하면 586개교 15만7000명에 대한 급식비로 605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도와 시·군은 각각 242억원, 도 교육청은 121억원을 내야 한다. 이와 함께 도 교육청은 인건비 716억원, 운영비 103억원 등 추가로 819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고교 무상급식 실시로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내년부터 점심 급식비로 월평균 8만4600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민병희 교육감은 “전국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이 고교까지 확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도민들의 관심과 지지였다”며 “이제 무상급식에 대한 논란을 끝내고 앞으로는 학생과 학부모 지역 농어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초·중학교에 이어 고교 무상급식까지 더해지면서 재정적으로 열악한 도내 시·군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과거 일부 시·군과 시·군의회는 재정난을 이유로 도와 도 교육청 등이 2011년부터 진행한 초·중학교 무상급식 추진에 난색을 보이기도 했었다.
 
박동주 강원도 예산과장은 “무상급식 예산 확보를 위해 신규 사업은 시급성 등을 따져 예산을 조정,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내부적으로 예산을 줄일 수 있는 사업을 현재 검토 중이다. 이 과정을 통해 다음 달 중순 도의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문순 지사는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로 학생과 학부모는 급식비 부담을 덜고,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급식에 사용해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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