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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서울 수돗물 그냥 마셔도 되나? 답은 "OK"…하지만

중앙일보 2017.10.12 15:00
서울의 수돗물 마셔도 될까. 전문가들은 서울의 수돗물 수질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지만 실제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시민은 많지 않다.[중앙포토]

서울의 수돗물 마셔도 될까. 전문가들은 서울의 수돗물 수질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지만 실제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시민은 많지 않다.[중앙포토]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이 모(52) 씨는 지난 추석 연휴 때 남편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
긴 연휴에 생수(먹는샘물)를 사놓은 게 떨어져 보리차를 끓여놓았는데, 남편이 시원한 물이 마시고 싶다며 수도꼭지의 물을 컵에 받아 그대로 마셨기 때문이다.

전문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어"
고도처리로 만든 정수장 수질은 '양호'
오래된 수도관도 97.7%는 교체 완료

낡은 옥내배관과 옥상 물탱크가 문제
매년 30만 가구 수질 무료 검사 진행
옥내배관 교체 비용 80%까지 지원
물탱크 없앤 아파트 단지도 151곳
단수 걱정 없도록 배수지 시설 확충

이 씨는 “끓이지 않고 마시면 몸에 안 좋을 것 같은데, 그냥 마시도록 내버려 둘 순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시민이 이 씨 혼자일까.
일부 시민들은 음식 조리에 사용하는 물은 물론 반려동물에게 먹이는 물까지도 생수를 사용하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서울시 등으로 구성된 수돗물 홍보협의회가 지난 2013년 시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수돗물 만족도 조사’에서도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시민은 전체의 5.4%에 불과했다. 53.6%는 끓여서 마셨다.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로는 ‘물탱크나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가 30.8%로 가장 많았고, ‘상수원이 깨끗하지 않을 것 같아서’가 28.1%, ‘이물질과 냄새 때문’이 24%를 차지했다.
최근에도 비슷한 조사가 진행돼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전체 추세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시민들의 생각이 맞는 것일까.
전국에서 가장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서울의 수돗물 수질과 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뚝도 아리수 정수센터에서 서울시 수돗물 평가위원회 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분석을 맡은 연구원이 수돗물 시료를 채수하고 있다.강찬수 기자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뚝도 아리수 정수센터에서 서울시 수돗물 평가위원회 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분석을 맡은 연구원이 수돗물 시료를 채수하고 있다.강찬수 기자

시민 위원회가 매달 검사하며 수질 감시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근처에 있는 뚝도 아리수 정수 센터.
서울시 수돗물 평가위원회(이하 수평위) 위원들과 수질분석 장비를 싣고 온 서울 물 연구원과 농협 축산연구원 수질연구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모여들었다.
팔당호와 한강 잠실 수중보 상류의 자양취수장에서 한강 물을 취수해 정수한 뒤 서울 중구·종로구·마포구 등 7개 구 104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이곳의 수돗물 수질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눈 수돗물 생산을 위해 팔당댐과 한강 잠실수중보 상류 등 5곳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자료 서울시]

서울시눈 수돗물 생산을 위해 팔당댐과 한강 잠실수중보 상류 등 5곳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자료 서울시]

대학교수 등 전문가와 시민단체, 기자 등 15명으로 구성된 수평위는 서울의 6개 정수장 중 매달 2개를 골라 상수원수와 정수장 수돗물, 일반 시민이 이용하는 수도꼭지 수돗물을 분석한다. 이날은 뚝도와 구의 정수센터 두 곳을 조사했다.
서울시 수돗물 평가위원회 의뢰를 받은 연구팀이 지난 10일 용산구의 한 노인요양시설에 설치된 정수기에서 수돗물 시료를 취수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서울시 수돗물 평가위원회 의뢰를 받은 연구팀이 지난 10일 용산구의 한 노인요양시설에 설치된 정수기에서 수돗물 시료를 취수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채수한 시료는 수평위에서 자체 선정한 외부기관에 분석을 의뢰한다. 현재는 농협 축산연구원에서 맡고 있고, 똑같은 시료를 서울 물 연구원에서도 분석해 결과를 비교한다.
환경운동연합 소속인 이철재 수평위 위원은 “보통 매달 초에 시료를 분석하고, 월말에 분석 결과를 놓고 수평위 위원들이 검토 회의를 한다”며 “수질이 특별히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6개 아리수 정수센터(정수장)별로 해당 수돗물이 공급되는 지역을 표시하고 있다. [자료 서울시]

서울 시내 6개 아리수 정수센터(정수장)별로 해당 수돗물이 공급되는 지역을 표시하고 있다. [자료 서울시]

서울시가 발간한 ‘2016 아리수 품질 보고서’는 지난해 서울 시내 6개 정수장에서 생산한 수돗물이 모두 수질 기준을 만족했다고 밝혔다. 법에서 정한 먹는 물 수질 기준 59개 항목과 서울시 감시 수질 기준 111개 모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5년부터 서울 시내 전체 정수장에서는 고도정수처리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 일단 정수장에서 갓 생산한 수돗물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드물지만 가끔씩 수돗물을 통해 나오는 이물질과 녹물은 수돗물 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엲바뉴스]

드물지만 가끔씩 수돗물을 통해 나오는 이물질과 녹물은 수돗물 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엲바뉴스]

노후 수도관 개량과 물탱크 철거 추진

정수장 수돗물은 깨끗하다고 해도 수도관이나 물탱크 때문에 오염될 여지는 있다.
서울시는 1984년이후 지난해까지 3조1356억원을 들여 연차적으로 노후 수도관 1만3339㎞(교체 대상의 97.7%)를 교체했다.
하지만 문제는 옥내 배관.
건물 내 낡은 수도관 교체는 시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현재 옥내 배관 교체 공사비의 80%는 서울시에서 지원한다.
서울시는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30만5500 가구의 옥내배관을 교체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2008년부터 ‘수돗물 품질 확인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부 160명을 ‘민간 수질 검사원’으로 채용해 탁도와 잔류염소, 수소이온농도(pH), 철, 구리 등 5가지 수돗물 수질을 분석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킨 뒤, 수질검사를 요청한 가구 등 매년 30만 가구씩 수도꼭지 수질을 무료로 검사해준다.
전체 200만 가구(수도계량기 숫자 기준)의 15%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강성욱 수질과장은 “탁도·철분 등 항목에서 불합격되는 경우가 대략 0.2% 수준"이라며 "불합격하면 낡은 옥내배관 등의 교체를 하도록 지원하고 재검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 설치돼 있는 수돗물 음수대. 강찬수 기자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 설치돼 있는 수돗물 음수대. 강찬수 기자

물탱크 문제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현행 수도법에서는 대형건축물(아파트와 연면적 5000㎡이상 건축물 등)에 설치된 물탱크의 경우 6개월에 1회씩 청소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서울시는 2014년 7월부터 수도 조례를 통해 병원·목욕탕 등 소형건축물의 물탱크에 대해서도 1년에 두 차례 청소하도록 의무화했다.
서울시에서는 건축물의 물탱크 자체를 없애도록 유도하고 대신 정수장에서 오는 수돗물을 바로 마시도록 하는 직결 급수로 전환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뚝도 아리수 정수센터 중앙관제실. 이곳에서는 취수장과 정수장의 각 처리 단계별 수질 현황이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뜨고, 그 수치는 그대로 저장된다. 측정값이 미리 설정해 놓은 수치를 벗어나면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다. 강찬수 기자

서울 성동구 뚝도 아리수 정수센터 중앙관제실. 이곳에서는 취수장과 정수장의 각 처리 단계별 수질 현황이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뜨고, 그 수치는 그대로 저장된다. 측정값이 미리 설정해 놓은 수치를 벗어나면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다. 강찬수 기자

이에 따라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새로 지은 아파트단지 38곳을 포함해 모두 151개 아파트 단지가 직결급수로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다.
문제는 수질 때문에 물탱크를 없앨 경우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단수가 문제다.

서울시가 2030년까지 배수지 11곳을 새로 짓거나 규모를 늘리는 이유다.
서울시 구의 아리수 정수센터 관계자는 “수돗물을 공급하는 각 배수지는 두 개과 정수장 연결돼 있어 어느 정수장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옥내 급수관 교체 지원내용 [자료 서울시]

서울시의 옥내 급수관 교체 지원내용 [자료 서울시]

결국 서울의 수돗물 문제는 대체로 해결됐지만 옥내배관이나 물탱크 문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서울시 다산콜센터나 수도사업소에 수도꼭지 수돗물 수질 검사를 요청하고, 결과에 따라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옥내 배관 교체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인 셈이다.

또 아파트의 물탱크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불신 해소를 위해 객관적 자료 확보 필요

서울시에서 매년 수돗물 생산과 시설 유지 관리에 들이는 돈은 7900억원.

적지 않은 돈을 들이고 있지만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수돗물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적어도 서울의 수돗물 수질과 관리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다만 낡은 수도관이 문제일 수는 있다"고 말한다.

'서울 수돗물 수질은 개선됐지만 시민들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23일 서울 시민청에서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수돗물 마시기 공동 캠페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우리는 모두 수돗물을 마십니다'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연합뉴스]

'서울 수돗물 수질은 개선됐지만 시민들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23일 서울 시민청에서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수돗물 마시기 공동 캠페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우리는 모두 수돗물을 마십니다'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연합뉴스]

서울시는 인터넷과 모바일앱을 통해 각 정수장과 배수지의 수질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각 시민들이 자신의 집으로 공급되는 수돗물 수질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이런 노력 덕분에 영국 인증기관으로부터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 강성욱 과장은 “낡은 수도관 문제도 일부 남아있고, 한강 상수원의 녹조 발생도 불신의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시민들 기억 속에는 관리가 잘 되지 않았던 과거 80~90년대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최승일 교수는 “지난 1989년 수돗물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보도를 시작으로 90년대 초 매년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THM), 페놀 등 수돗물 오염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불신이 남아있다”며 “이후 정수기 외판원들이 수돗물이 붉게 변하게 만드는 엉터리 실험으로 불신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주부 30여명이 1991년 8월 12일 낮 서울 을지로 두산그룹 본사 앞에서 두산전자 페놀 누출로 인한 유산 등 피해를 보상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대구지역 주부 30여명이 1991년 8월 12일 낮 서울 을지로 두산그룹 본사 앞에서 두산전자 페놀 누출로 인한 유산 등 피해를 보상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이 때문에 서울시는 성인들보다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돗물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다. 각 학교 복도에 직결 급수로 공급되는 수돗물 음수대를 설치한 게 대표적인 시도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수돗물 시민네트워크 백명수 정책위원장은 “학생들은 음수대를 사용하지만 교무실에는 정수기가 설치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노후 수도관 등을 개선하는 데 좀 더 노력을 더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남궁은 교수는 “옥내 배관이 낡은 지역과 저소득층 거주지역이 겹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최근 부각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나 센서 기술을 활용해 수질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윤제용 교수는 “시민들이 반드시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질 기준을 만족하다고 마시지는 않는다”며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것이나 정수기·생수 이용하는 것 모두 각자의 취향이고 선택이라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외부 기관들이 지속적으로 서울시 수돗물의 수질과 관리시스템에 대해 연구하고 논문을 내도록 해서 객관적 자료를 쌓아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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