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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시위’ 의혹 허현준 과거엔…미제 산물이라며 커피도 안 마셔

중앙일보 2017.10.12 11:41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단체를 통해 관제시위를 부추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12일 검찰에 출석했다.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출두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출두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현준 "공직자로 부끄러움 없다"
검찰, 보수단체 지원 핵심역할 의심
과거 국보법위반 등 구속 전력
2000년대 뉴라이트 운동하며 돌변

이날 오전 9시 50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허 전 행정관은 “어려운 민간단체를 도와주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전달한 적은 있다. (하지만) 지시를 받은 것 없고 나의 비서관실 업무가 원래 시민사회 단체 활성화와 소통 담당”이라고 말했다.
 
또 “반국가 이적 단체는 안되지만 건전한 곳은 지원해줘도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의견 전달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직자로서 맡은 임무 정정당당하게 했고 부끄러움이 없다. 돈을 받은 적도 없고 단체들에 뭔가 요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허 전 행정관을 상대로 청와대가 대기업을 통해 보수 단체에 자금을 지급했는지, 친정부적 집회ㆍ시위를 개최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3월 6일 국정농단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청와대 지시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2014~2016년 약 68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허 전 행정관이 지원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허 전 행정관 집과 시대정신 등 10여 개 보수단체 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면서 강제 수사를 본격화한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기업들에게 요구해 보수 성향 단체에 돈을 대주고 친정부 시위에 동원했다는 ‘화이트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의 보수단체 ‘시대정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기업들에게 요구해 보수 성향 단체에 돈을 대주고 친정부 시위에 동원했다는 ‘화이트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의 보수단체 ‘시대정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그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과거 이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북대 88학번으로 총학생회장까지 지낸 그는 1990년대 중반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 간부로 활동하며 반미 운동을 했다.  
 
범청학련 남측본부 부의장으로 활동하면서 ‘남ㆍ북ㆍ해외 공동연석회의’를 성사시켰던 그는 범청학련사건과 서울대 범민족대회 사건으로 두 차례 구속됐다.  
 
특히 96년 한총련 연세대 사건 때 한총련 중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이 사건으로 2년간 도피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에 대해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혁명가는 미제의 산물을 사용해선 안 된다. 우리부터 커피와 콜라를 마시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었다. 나도 한동안 마시지 않았다”(2012년 8월 중앙일보 인터뷰)고 고백하기도 했다.
 
허 전 행정관은 이후 사업가로 변신했다. 1998년 (주)다우스마트라는 정보통신회사를 설립하는가 하면, 인터넷 생선회 쇼핑몰(피시팔팔)을 열기도 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뉴라이트(새로운 보수) 모임에 들어가며 돌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보수단체인 ‘시대정신’ 사무국장을 지내는 등 변모하는가 싶더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엔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 들어가 국정을 이끄는 주축이 됐다.  
 
그를 잘 아는 한 정치인은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통일운동과 북한인권운동 행사에 참여하면서 자주 술잔을 기울였던 기억이 있다”며 “하지만 2012년 총선과 이후 대선을 전후해 ‘종북 타도’ 를 본격적으로 주장하며 운동권 그룹과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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